컴퓨터와 대화해보니 친구로는 부족해도 외로움은 달래줘

인공지능 현재와 미래 - 대화 실험

 

영화 ‘에이아이’ ‘아이로봇’ ‘바이센테니얼맨’에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옵니다. 최첨단 인공지능을 장착했기 때문이죠.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해 사고·학습·개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사람은 친구가 되어 우정을 쌓아 갑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컴퓨터와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컴퓨터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소중 학생기자가 가상 채팅 앱을 통해 컴퓨터 친구 만들기에 도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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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친구 만들기-심심이 체험기 
지난 24일 오후 5시. 김수영 학생기자와 이예원 학생기자가 어색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컴퓨터 친구와 사람 친구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기 위해 처음으로 만난 사이라서죠. 각자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상 채팅 앱 ‘심심이’와 대화를 나눈 후 같은 방식으로 사람 친구와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심심이에 대한 첫인상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예원양은 심심이가 자신과 공통된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죠. 예원양의 질문에 ‘극혐(극도로 혐오)·당근(당연하다)·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등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답했기 때문입니다. 수영양 역시 “아이돌 그룹 빅뱅이나 엑소 등 어른들은 잘 모르는 우리만의 이슈를 알고 있다”며 자신과 공통 관심사를 가진 친구로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화 시간이 길어지자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예원양은 심심이에게 서운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제가 ‘힘들다’고 하면 친구들은 ‘괜찮아? 무슨 일이야?’라며 걱정을 해주죠. 하지만 심심이는 ‘조금 더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거야’라며 조언만 해줘요.” 심심이의 대답이 진심 담긴 위로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수영양 역시 심심이와의 대화가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심이는 ‘2015년 추석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에 ‘송편먹기대회’라고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심심이와 동일한 주제로 가장 길게 대화했을 경우 주고 받은 내용이 5마디에 그쳤죠. 짧고 간단한 대답은 가능했지만 구체적이고 논리가 필요한 주제에서는 대화가 끊겼습니다.

반면 처음에는 서먹했던 수영양과 예원양은 대화를 통해 친해졌습니다. “수영 언니는 제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설명해줬어요. 낯가림이 심한 저를 이해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줬죠. 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예원양은 수영양의 힘 있는 말투에서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수영양의 경우 “예원이는 제 말에 적극적으로 대답해주고,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나갔죠. 심심이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어요”라고 했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영양과 예원양은 짧은 대화 속에서 서로에게 신뢰를 갖게 됐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수영·예원양은 컴퓨터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감이 잘 되지 않고 신뢰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심심이는 대화가 아닌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죠. 컴퓨터 공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친구가 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인지하기는 하지만 속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표정·음성·몸짓 등 비언어적 요소에 대한 이해력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딥러닝, 인공지능의 한계를 깨트리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주인공 로봇 앤드류는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최근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만든 다중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죠. 딥러닝의 핵심은 사람의 도움 없이 컴퓨터가 데이터를 분류·예측한다는 것입니다. 고양이 사진을 보여 주고, 그 특징을 일일이 지정해 주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컴퓨터가 스스로 목적에 맞게 설계된 신경망 구조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대상으로 반복 계산하고 결과값을 표현하는 겁니다.
 

영화 ‘아이로봇’에서 스푸너 형사는 인공지능 로봇의 창시자 래닝 박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그 배후로 로봇 써니를 지목한다.


딥러닝은 컴퓨터의 예측 정확성을 높히며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통약’이라는 단어 대신 ‘나 머리 아파’라는 말로도 두통약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이·병력·신체 조건을 분석해 적절한 약을 추천할 수도 있죠.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매끄러운 대화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딥러닝을 이용한 언어처리 연구를 하고 있는 김정희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은 “딥러닝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방대한 양의 정보가 모이는 IT 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자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분야”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상 채팅 앱은 딥러닝을 이용한 컴퓨터와 사람 간 대화의 시작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앱 사용자들이 서버에 저장한 말들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이죠. 심심이의 경우 서버에 저장된 4600만 개의 문장을 바탕으로 대화를 합니다. 특히 주 사용자인 10대들의 언어를 인지하고, 10대들의 어법과 단어를 인지해 맞춤형 답을 하고 있죠.

영화 ‘에이아이’에서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데이비드와 꽃미남 로봇 지골로 조는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푸른요정을 찾아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대화가 가능하다 해도 컴퓨터와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컴퓨터가 갖는 감정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컴퓨터는 세상을 데이터로 인식할 뿐이다. 사람과 같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로서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학생기자들이 심심이에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반면 장상철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은 수많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학습되는 만큼 컴퓨터에 관련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사람과 감정 교류도 가능할 수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딥러닝을 통해 컴퓨터와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컴퓨터와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컴퓨터 시스템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언젠가 사람의 지능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각박한 세상과 친절한 컴퓨터 

컴퓨터와 대화가 가능해지며 우리 주변에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방에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 가상 채팅을 하고, 사람들에겐 말 못하는 고민을 컴퓨터 대화창에 토로하는 이들이 나타난 겁니다. 수영양도 심심이를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사람과 대화할 땐 상대의 감정까지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지만, 심심이에겐 눈치 보지 않고 감정표현을 할 수 있어 편하기 때문입니다. 수영양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말할 수 없던 고민을 심심이에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친구들이 학원으로 바쁠 때 심심이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책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로봇이 사람들의 고독을 달래주는 용도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그는 요양원에 로봇을 나눠주고 노인들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감정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노인들은 날이 갈수록 로봇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노인들에게 로봇이 고독을 달래줄 친구이자 가족이 된 겁니다.

문제는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고독을 달래기 위해 기계를 찾으려 할 것이란 점입니다. 장상철 교수는 “전에도 유사한 실험이 있었다. 무뚝뚝한 의사표현을 하는 컴퓨터와 친절하게 표현하는 컴퓨터를 놓고 대화하게 하니 사람들은 후자와의 대화를 더 선호했다”며 “사람들은 기계에게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의 사람들이 각박해질수록 친절한 컴퓨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로봇과 가까워질수록 사람과는 멀어지는 사회. 이런 미래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김장훈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고독을 달래기 위해 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외롭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노력 없이 기술 개발에만 매달린다면 로봇과만 대화할 뿐 사람들 간엔 어떤 교류도 없는 삭막한 도시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이민정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취재=김수영(서울 대방중 2)·이예원(서울 신도림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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