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PC 속 비서 시리·코타나처럼 아이언맨 자비스도 현실로 나올까

인공지능 현재와 미래 - 기술력

 

아서 C 클라크의 과학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우주여행을 위해 제작된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이하 HAL)’이 등장합니다.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라서 실수를 하지 않죠. 그러나 HAL은 자신을 통제하려는 승무원들에게 “모든 실수는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승무원들을 죽이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의 어두운 면을 그린 소설 내용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어요. 
먼 미래의 기술로만 여겨지던 인공지능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인간을 뛰어넘어 사고(생각하고 궁리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습니다. 
 

앨런 튜링

“인공지능의 발명은 자동차에서 바퀴를 떼어낸 뒤 그 자리에 발을 달기 위해 고민하는 것과 같다.” 영국의 공학자이자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렸던 앨런 튜링이 남긴 말입니다. 굴러가는 바퀴 대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발을 인공지능에 비유한 것이죠. 그는 인공지능의 개념이 세워지기 전인 1950년대에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인 ‘튜링 테스트’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어요. 질의자 한 명과 응답자 두 명을 놓고, 응답자 중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판별하게 하는 테스트입니다. 즉 컴퓨터가 인간처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튜링 테스트를 확실하게 통과한 인공지능은 없다고 해요.

인공지능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무엇이 인공지능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튜링은 ‘인간이 보기에 인간처럼 보이는 것’을 인공지능이라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인공지능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겠죠.

인공지능이란 지성을 갖추고 사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치를 뜻합니다.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공지능 수퍼컴퓨터나, 안드로이드 같은 지능형 로봇의 두뇌에 들어가는 고성능 컴퓨터를 생각하면 됩니다. 크게 ‘강인공지능(Strong AI)’과 ‘약인공지능(Weak AI)’로 구분되는데, 강인공지능은 자아(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를 가진 인공지능이고 약인공지능은 자아가 없는 대신 주어진 조건 아래서 결정만을 내리는 체계를 말합니다. 두 인공지능의 차이는 자아의 존재 여부입니다.

감정과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할 경우 자칫 스스로 혼란에 빠져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요. 반면 복잡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람처럼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어 감정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인간을 공격할 수도, 혜택 안겨 줄 수도 있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을 죽이려고 한 인공지능 ‘HAL 9000’(위 사진)과 영화 ‘트랜센던스’에 나오는 천재 과학자 윌의 뇌가 업로드된 인공지능 ‘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스카이넷’.


SF영화 속 인공지능의 모습은 대부분 강인공지능에 해당합니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에 대한 예측이 영화로 나타난 것이죠. 주로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의 생명으로 여겨지는데, 인간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 묘사가 많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컴퓨터 HAL은 주인공이 탄 우주 탐사선에 실려 우주로 파견됩니다. 하지만 신경증 환자와도 같은 논리적 충돌을 일으켜 승무원들을 모두 죽여버리려고 합니다. 주인공이 HAL의 기억·자아·사고 회로를 제거하려 하자 그제서야 HAL은 겁에 질려 “멈춰요. 전 감정이 있어요. 무서워요”라고 말하죠. 자신이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이지만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듯한 딱딱한 기계음으로 말하는 모습이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섭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최종 보스 ‘스카이넷’도 인간을 괴롭히는 인공지능 중 하나입니다. IT기업인 사이버다인시스템즈에서 제작된 컴퓨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으로 소개되죠. 스카이넷은 인간들이 자신을 정지시키려 들자 인간을 적으로 여깁니다. 전 세계의 핵미사일 시스템을 장악해 수십 개의 핵미사일을 쏘아 올려 인류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는데 성공해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 로봇을 만들어 인류를 멸종시키려 나선 것도 바로 스카이넷입니다. 스카이넷이 무서운 이유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AL처럼 거대한 단일 컴퓨터로 구성된 본체가 있는 대신, 네트워크로 전 세계의 컴퓨터와 연결된 탓에 수많은 스카이넷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반면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영화도 있습니다. ‘트랜센던스’에 등장한 인공지능 ‘핀’입니다. 천재 과학자 ‘윌’은 자신의 뇌를 수퍼컴퓨터 ‘트랜센던스’에 업로드해 기억과 지능을 컴퓨터와 공유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핀으로 새롭게 태어난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금융·지식·군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조합해 이제껏 인류가 만들지 못한 엄청난 발명품들을 만들게 됩니다. 나노기술이란 것을 이용해 병들거나 다친 사람을 순식간에 치료하기도 하고 부숴진 건물을 빠르게 재생시키기도 하죠.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빅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바꾼 것이 바로 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간 퀴즈 챔피언 누른 현실 속 인공지능

제퍼디 퀴즈쇼에서 인간을 상대로 74연승을 거둔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


과연 이런 인공지능이 현실에 등장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무척 높습니다. 사람의 지능과 맞먹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먼 미래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텔사의 고든 무어가 1965년에 주장한 법칙으로, 컴퓨터 반도체의 회로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입니다. 10년 전 사용하던 컴퓨터와 지금의 컴퓨터 성능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르겠죠.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현실 속 인공지능 역시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2011년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은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 퀴즈쇼’에서 이전 챔피언들을 눌러버렸습니다. 인간 퀴즈 챔피언들을 상대로 74연승을 거두며 상금 250만 달러(약 30억원)를 따냈죠. 2014년에는 성능이 더욱 향상돼 속도가 24배 빨라졌고 크기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암 연구 센터 등에서 논문 분석 등의 실험에 사용되고 있는데, 인간 과학자가 하루 5편씩 읽으면 38년이 걸리는 7만 편의 논문을 한 달 만에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해요. IBM의 다음 목표는 왓슨이 인간 수준의 이해력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애플의 ‘시리’는 인공지능이 뒷받침하는 음성인식 서비스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의 ‘시리’도 대표적인 인공지능 중 하나입니다. 사용자가 말을 하면 시리의 인공지능이 분석해 대답을 하거나 앱을 동작시키는 방식입니다. 영화 속 인공지능처럼 만능은 아니지만 가벼운 인공지능 기능이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죠. 예를 들어 “오늘 내가 우산을 들고 나가야 될까?”라고 물으면 “네. 비가 올 듯 하군요.”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또 시리의 제조 날짜인 10월 4일에 "생일 축하해”라고 말하면 시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 비서 못지 않은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비서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14년에 만든 개인비서 프로그램 ‘코타나’입니다. 실제 비서가 사용하는 기록용 공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코타나는 스스로 중요한 일을 컴퓨터 속에서 찾아내 사용자에게 전달할 만큼 똑똑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페이스북 친구에 대해 코타나에게 물어보면 페이스북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친구의 정보를 찾아 사용자에게 알려줄 정도죠.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많은 정보를 모아서 똑똑해지기 때문에 개인에게 맞춰진 검색·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개인비서 ‘코타나’가 실행되는 모습.


코타나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바로 게임 ‘헤일로’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인 코타나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죠. 게임 속 코타나 역시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주인공과 함께 각종 기계를 조작하고 철저한 상황 분석을 하며 외계종족에 맞서 싸우는 활약을 펼칩니다. 예전에는 그저 게임 속 이야기에 불과했던 인공지능 서비스가 점점 현실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5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인간의 포커게임 대결 모습. 이 대결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약 30년 전, 빌 게이츠는 “전 세계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어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승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PR팀 부장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똑똑한 인공지능이 언제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중 독자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자신만의 인공지능 친구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한국마이크로소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