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의 vs 논쟁 (토론)

posted Nov 03, 2016

객관적 서술로 상대의 의견을 묻는 방법이 논쟁이 아닌 의견을 이끄는 방법

 

우리는 가끔 TV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사회문제, 정책 등에 관한 논쟁 (토론 포함)을 봅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서 상대의 의견에 대해 반박도 한다는 의미의 논쟁, 단어의 의미만을 보자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논리적 사고력을 겨루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논쟁이 일 때 많은 경우 상대의 논리적 사고에 대한 반박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잡아 깎아내리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토론이 상대를 향한 인신공격과 같은 싸움의 형태로 나타나는 많은 이유들 중 하나를 단편적인 예를 통해 살펴보고 싸움이 아닌 서로의 의견교환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인 ‘토의’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여기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지금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A가 ‘이번에 새로 출시된 그 스마트폰 있잖아, 그것 배터리 수명이 너무 짧아서 정말 문제야!’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B가 ‘그래도 배터리 수명이 짧기는 하지만 그 스마트폰에 새로운 좋은 기능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걸 가지고 문제라고 하니?’라고 답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이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면서 논쟁을 벌이다가 극단적으로 간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네 두뇌가 문제야!’라는 식의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져 큰 싸움으로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자 시작한 대화가 심하면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지며 싸움까지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의 예를 보면서 사소해 보였던 대화가 논쟁으로 번지게 된 계기가 아마도 시작부터 어긋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짐작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A는 수명이 짧은 스마트폰의 배터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반면 B는 스마트폰의 배터리의 수명은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이 많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A는 배터리 문제를 B는 새로운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처음부터 두 사람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의 대화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A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A의 말에는 주제가 명확하게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A의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B처럼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자체를 주제로 생각하고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 만일 상대가 나와 같은 의견이라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논쟁과 싸움으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여 상대가 주제로부터 벗어날 여지를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의 예에서 이번에는 A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있잖아, 신문에 그거 배터리 수명이 너무 짧아서 사람들이 하루를 다 쓰지도 못하고 충전을 해야 한다고 나오던데 넌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와 같이 객관적으로 관찰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상대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B가 배터리의 수명이 아닌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에 대한 자신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A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B에게 배터리 수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했기 때문에 B로서는 A가 제시한 주제를 회피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배터리의 수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객관적 관찰을 서술하면서 상대의 의견을 묻는 방법이 곧 상대로 하여금 내가 제시한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서 시작부터 논쟁이 아닌 의견을 교환하는 토의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입니다. 주관이 배제된 이러한 접근법은 비단 글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토의 또는 발표에서도 사람들이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녀들이 대화의 주제에 집중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객관적인 관찰과 서술을 바탕으로 자녀의 의견을 묻는 것을 생활화 하는 것은 어떨까요?

 

 

글/민동필 박사

 
민동필.gif

저자소개

민동필 박사는 미 워싱턴 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코넬대학의 의대인 웨일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이후 컬럼비아대학에서 연구원, 캐나다 국립연구소 연구원을 거쳤고 지금은 밴쿠버에서 교육연구소 ‘PonderEd’ 를 운영하고 있다.  <604-838-3467>  or starlee0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