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한의원의 체질 칼럼] 시작과 끝

posted Dec 28, 2016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인생,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와

 

 

 

벤쿠버 내 큰 상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 정차하고 있노라면 야트막한 공간 사이로 육중한 건물을 받치고 있는 저 기둥들이 혹시나 무너져 내리면 어쩌나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볼 일을 보고 주차장을 나서면 웬지 안심이 되고, 불현듯 내 인생의 마지막 때, 언젠가 저 인생을 떠받치고 있는 생명의 기둥이 무너질 때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시작과 끝. 그런데 자연 이치 혹은 생명의 이치를 더듬어 보면 모든 것에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니 하등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봄이 있으면 겨울이 있으며, 태어남이 있으면 또한 죽음이 있는 법. 늘 봄과같으며, 늘 기쁨으로 가득한 생명의 탄생 때만 같으면 좋으련만, 겨울을 맞이하여야 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정리하며 맞이하여야 한다.

한 해의 끝에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공로나 업적보다는 허물과 실수 그리고 아쉬움이 더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러기에 어서 이 해가 가고 새 해가 오기를 고대한다. 새 해에는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새로운 계획을 설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보고 싶기도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건축할 때 그 기초를 놓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기초를 견고하게 놓은 것이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건축물 견고함에 있어서는 세계 일류다. 오래 전 무려 5천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고베 지방의 대지진 중에도 고가도로가 폭삭 주저앉거나 파괴되지 않고 옆으로 누어 있는 것이 신문지상에 실린 적이 있었다. 하늘의 재앙 앞에서 자랑할 것은 없겠지만 건축물 기초의 견고함에 있어서 일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민자로서의 삶. 간혹 홀로 있을 때 문득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태어나서 자란 터를 떠나고, 부모 형제가 없는 이 땅에서 호흡하고 몸을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이  횡횡하고 아득한 마음이 든다. 이민자로서의 삶은  어떤 이유로든 인생의 큰 전환이다. 그것은 이제껏 자신을 받치고 있던 혈육과 생활 기반을 떠나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집을 지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러기에 두 배 이상의 고독을 감내할 수 있는 힘과 고국에서보다 두 배 이상의 땀이 필요하다. 고독과 수고를 이기지 못하면 거친 광야와 같은 이 땅에서 집을 지어나가기 힘들 것이다.  묶은 해를 보내고 새 해를 시작하면서 꿈과 이상을 높게 설정하기 보다는 고독과 수고를 감내할 수 있는 그런 기초가 필요할 수 있다. 지금 바로 이 땅에 발을 붙였든 지 혹은 수 십년의 세월 속에서 살아 왔든 지.그것은 기초가 튼튼한 건물은 거친 비바람과 폭풍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은 인생의 기초를 놓는데 하나의 길잡이가 된다. 사상인의 심성 중에서 음인인 태음인과 소음인은 현실지향적이요 실리를 앞세우는 체질이다. 태음인은 항상 고요하려고 하지 움직이려 하지 않으려 한다. 태음인은 전통 고수적이다. 태음인은 수구형이다. 태음인은 말같이 부산이 움직이거나 뛰어다니지 않는다. 태음인은 소처럼 묵묵히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빠르지 않지만 지구력이 있다. 태음인은 잘 내색하지 않는다. 소음인은 항상 들어앉으려고 하지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소음인은 늘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소음인은 세밀하고 예민하고 자기 중심적이고이해타산에 민감한 편이며 여간해서 지려고 하거나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소음인은 두 번, 세 번 이상을 재보다가 승산이 없을 것 같으면 일을 착수하려 하지 않는다. 소음인은 좀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손익에 마음을 많이 쓴다. 소음인은 남 잘되면 속을 끓이는 경우가 많다.

 

소음인과 태음인은 모두 음인. 음인의 신중함과 꼼꼼, 현실 지향적이며 이해 타산적인 경향은 장점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취약점이다. 음인은 이러한 성정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실 너머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자기 너머 타인의 업적을 칭찬하고 실패에 마음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에 있어서라면 이 사람 저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청취하며 이 상황 저 상황에 메이지 말고 한번  과감하게 시작해 볼 수도 있어야 한다. 또 당장에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조금 더 투자하고, 당장의 실리보다는 사람을 얻고자 힘쓴다면 결산 때 보면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많을수 있다.

양인. 태양인은 항상 전진하려고 하지 후퇴하려 하지 않는다. 태양인은  창의성과 독립성이 강한 편이다. 태양인은 자기 확신이 강하다. 태양인은 독단적이며 결단성이 강하여 일을 밀어붙이기 쉽상이고 더러는 안하무인격이다. 태양인은 사람에게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면서도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다. 태양인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편이다. 일이 잘되면 자기 탓이요 일이 안되면 남탓, 시대 탓을 하는 식이다. 소양인은 항상 거동하려고 하지 그만 두려 하지 않는다. 소양인은 꿈을 꾸는 체질이다. 소양인은 가난해도, 없어도 멋들어지게 구렛나루를 하고 티나는 모자를 쓰고 색깔있는 넥타이를 하면서 자신을 치장하기를 좋아한다. 소양인은 자기 한 몸 간수 못해도 친구 밦갑을 계산하려고 하는 호인이면서 실속없는 체질이다. 소양인은 늘 부지런하여 끊임없이 일을 구상하고벌여 나간다. 소양인은 광대 체질. 늘 웃고 급하고 화를 잘 내면서도 마음이 약하고 여린 체질. 소양인은 그래서 필자는 ‘미스테리’라고 부른다.

양인은 가만있지 못하는 체질이다. 양인은 미래지향적이요, 꿈과 이상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양인은 결단성이 강하여 시작은 잘하는데 끝 마무리가 약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이 역시 장점이면서동시에 약점이니 양인은 현실 감각을 기르고 조금은 손익계산을 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일을 시작할 때 생각나는 대로 기분나는 대로 당장에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재고에 재고를 하고 자문을 구해볼 것이요,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다달이 손익계산서를 직접 작성해 본다면 이상과 현실을 고루 겸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몰랐다. 시간이 이리도 빨리 가는 지. 젊었을 때는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아쉬움이 찾아 온다는 것을. 젊었을 때는 몰랐다. 묶은 해가 지나고 새 해가 온다고 해서 모든 것이 새로워 지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정말 나이가 드는 것일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쉬움을 느끼며 그리고 시간이 새로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나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인간은 용틀임을 한다. 웃고 아파한다. 그런데 잘낫건 못낫건 , 조금 더 가졌든 조금 덜 가졌든,  인생은 그 생의 끝앞에서는 모두가 오십보 백보가 아니던가. 그 오십보 백보의인생에서 조금 더 가지기 위해, 조금 더 대접받기 위해 권위를 부리고 부정을 하고 악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은 일인가.  끝을 향해 가는 인생, 그리 살지 않고자 다짐을 해 본다.그리고 지금껏 잘못한 일이 있으면 시인하고 고쳐 보고자 한다. 사람 나이 몇이든 이처럼 의미있는 시작이 또 어디 얼마나 있을까.

 

올 한 해, 체질컬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새 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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