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한의원의 체질 칼럼] 낚지 볶음이 아니라 낚지 무침이네요 !

posted Jan 05, 2017

 

적당히 섭취하면 건강에 좋은 고추, 그러나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

 

 

 

 

지난해 12월 말, 지인들과 함께 식당에 간 적이 있다. 무엇을 시킬까 주문판을 보다가 ‘낚지….’라고 쓰여 있길래, 자세히 읽지도 않고 당연히 '낚지 볶음'이겠거니 하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후회막급이다. 첫째는 낚지볶음이 아니라 낚지무침이라는 것, 둘째는 고추가루가 들어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저렇게 ‘도배’할 정도인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낚지는 촘촘히 썰어져 있는 것이 제법 보이는데 음식 전체에 빨간 유리 가루 같은 것들이 온통 범벅 되있는 것이 선뜻 젓가락을 들게 하지 못하게 한다. “고추가루가 너무 많네요…” “아, 원래 이 음식에는 고추가루가 제법 들어가요.” 필자는 그 때 동행한 일행 중 특히 한 사람을 툭 치며 먹지 말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다고 시켜 놓은 것을 먹지 않을 수는 없는 법. 고추가루를 발라낸다고 하면서 먹었지만, 그 다음 이틀동안 속이 불편해 애를 먹었다. 강렬하고 맵디 매운 고추가 위장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었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 고추가루는 사람 위장에 더러, 아니 제법 많은 경우에 위장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추가루 애용가가 아니다. 조금 더 터놓고 말하면 고추가루를 싫어한다. '한국 사람이 고추가루를 싫어하면 어떻게 음식을 먹나'는 반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답변하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볍게 해서 먹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그 맛난 떡볶이를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김치찌재는 대여섯 번 먹을 것을 한 번으로 줄였다. 그러면 김치는?

한국 사람들은 매운 것을 좋아한다.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고추 소비량으로 보면 한국이 세계 으뜸이다. 오래 전, 몇 사람이 생두부에 막걸리를 상에 차린 적이 있었다. 그외 반찬거리는 없길래, 저걸 무엇에다 먹으려나 지켜보니, 옆에 있는 초고추장에 두부를 아예 목욕을 시켜 먹는다. “안 매우세요?” “맵긴요, 이렇게 안 먹으면 먹은 것 같지도 않아요.” 

필자는 김치를 볼 때마다, 좀 아쉽고 안타깝고 어떨 때는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심기가 상할 때도 있다. 무슨 고추가루를 저렇게도 버무려 놓았을까? 김치 뿐만이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먹는 찬거리에 고추가루가 안 들어가는 것이 있다면 아마 밥 뿐일 것이다. 된장국과 김치찌개는 말할 것도 없고 해물탕, 감자탕, 부대찌개. 그리고 콩나물에까지(어떤가정에서는 콩나물에 고추가루를 안 쓰기도 한다.) 김치에 묻어있는 저 씨뻘건 고추가루가 사람 위장에, 피에 그리고 전신으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 어쩔 때는 좀 욕 먹을 소리같지만, 고추가루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더 많은 경우에 고추가루가 건강에 좋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복통으로 고생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젊어서는 몰랐는데 지난 수 년 사이 복통이 있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지금은 듣지 않아 본원을 방문한 것이다. 체질은 금양인.

금양인이라는 체질은 환자가 왜 복통을 호소하는 지 하나의 답변을 제시해 준다. 금양인은 교감신경계가 늘 항진되어 있다. 감정적으로 민감하고 반응이 격하기 쉽다. 혈관이 쉽게 수축하여 혈압이상승하기 쉽다. 그러면 혈액순환이 안되어 몸이 차지든지 혹은 열이 위로 올라와 두통이나 번열(가슴 부위에 열감이 있고 답답한 양상)이 나타난다. 소위 열을 쉽게 받는 식이다. 간이 약하여 육류와 밀가루를 소화시키는데 취약점이 있다. 그 외 맞지 않는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소화 흡수되지 않은 찌꺼기가 위장에 그대로 머물다가 ‘독’으로 변해 위장을 비롯해 전신에 돌아다니며 온갖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체질이다. 독으로 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고추가루다. 교감신강이 항진되어 있는 이 체질에 고추가루가 들어오면 교감신경은 더 항진되어 위장이 무력화되고 자극적인 고추가루가 위장벽에 달라붙어 사정없이 공격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현대 영양학적으로 고추의 매운 맛은 입안과 위를 자극, 체액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식욕을 증진시키고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낸다. 좀 더 찾아보니 고추는 거담 효능이 있어 점액을 묽게 하여 가래를 몸 밖으로 쉽게 배출해주고 아울러 진통 작용도 있다. 고추에는 비타민 A, C가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예전 어떤 방송에서 하루에 고추 2개씩 먹으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고추에는 비타민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식사 때마다 매일 고추 2개씩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비타민도 좋고 입맛도 좋지만 많이 먹으면 위장을 자극하여 위장 점막 손상과  설사, 심하면 간장 기능을 해치기도 한다는 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고추에도 체질이 있다. 고추의 더운 속성상, 첫째 양인인 태양인과 소양인에게는 맞지 않는다. 전혀 맞지 않는다. 해롭다. 아주 많이 해롭다. 고추가루로 뒤덤벅 된 음식을 볼때마다, 특히 고추가루로 완벽하게 가둬 버린 김치를 볼 때마다 태양인 체질과 소양인 체질의 사람들이 생각나고,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누구 말대로, 고추가루로 범벅된음식, 특히 김치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면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필자는 환자에게 일절 육식을 끊고, 더불어 밀가루와 커피 그리고 고추가루를 엄금하라는 지침과 함께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기에 조금도 어렵다는 기색없이 철저히 식단을바꾸었다. 두 달 정도가 지난 현재, 복통이 잡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월요일에는 다시 복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환자는 본인 스스로 그 이유를 발견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 육식도 하고, 감자탕도 먹고 밀가루 음식에 커피까지 한 잔 하니. ‘월요일 피로’에서 ‘월요일 복통’이라는 신조어에 해당한다고 할까. 그래서 가능하면 주말에도 식단 구성에 신경쓰겠다고 한다. 좋은 처방이 아닐 수 없다! 복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추가루는 그 성질이 덥기에 몸이 차고 소화력이 약한 음인 (소음인, 태음인)에게 적합한 식품이 될 수 있다. 소음인의 위는 차고 무력하다. 입맛이 까다롭고 쉽게 잃을 수 있다. 이럴 때 너무 진하지 않게 고추가루를 가미한 음식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입맛을 내게 하면서 소화를 이롭게 한다. 과하지만 않는다면 비타민 보급에도 일조를 하고 여러모로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고추는그 성질이 지나치게 덥고 자극적이어서 음인일지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과도히 위산을 분비시키고 그로 인해 복통이나 더부룩함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추가루, 뜨겁고 강렬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색깔까지 빨갛다. 이 고추가루가 한국 사람들 식탁에 한시도 빠지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백의민족.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정 많기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할 민족. 뭐든지 '빨리 빨리'를 외치는 민족. 이런 민족이 빨갛고 뜨겁고 강렬한 고추가루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 문화는 하루 이틀에 형성 된 것이 아닌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 뼈 속에까지 자리잡고 있는 이것을 어이할 수 있을까.

 “음식은 문화다”라고 한다. 필자는 이를 음식이 한 사람의 기질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한다. 정많고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이면에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자리잡고 있는 것같다. 한국 사람의 “빨리 빨리” 성향이 혹시 이것과 관련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모든 일을 ‘빨리’ 처리하고자 하는 것이 무슨 흠이 되겠는가. 개인사와 국가사의 결정적인 시기(위기)에 ‘빠른’결단과 시행이 그렇지 않는 것에 비해 백배, 천배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앞뒤와 선후만 강조하고 중간 중간을 생략하는데 있다.

고추가루보다 더 뜨겁고 강렬한 한국 사람들의 정. 그 정이 ‘인정'(人情)으로서 이웃을 긍휼히 여겨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지만 더불어 한국 사회를 황사 이상으로 뿌옇게 뒤업고 있는 학연, 지연,혈연과 연계되어 그 땅을 이미 굵은 체인으로 동동 얽어메어 버린 것은 아닐까. 누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쯤 한국 땅을 질식하게 하는 저 먼지를 걷어낼 수 있을까. 일시적인 인정(人情)보다는 어떤 정도(正道)와 정의(正義)가 한반도 전체를 강물같이 흐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정도, 정의가 한국 사람들의 오장육부와 뼈 속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면 정 많고 평화 사랑하는 그 심성과 더불어 한국 땅처럼 더 복된 땅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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