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고통 이제 시작…서비스 분야 '2단계 충격' 더 무섭다"

posted Dec 27, 20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뉴욕시 검찰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재단을 앞으로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직에 전념하기 위해 이해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그는 밝혔지만 이 재단은 지난 9월부터 자선재단이 선거전을 지원했다는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세계화에 따른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0년 이후 세계화 및 기술발전으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가 감소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세계화 1단계에 해당할 뿐이며, 앞으로 서비업 분야를 중심으로 다가올 세계화 2단계는 훨씬 큰 충격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CNN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외교개발대학원(GIIDS) 국제경제학 교수는 “2016년은 세계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자명종이 울린 해였다. 세계화 다음에는 무엇이 닥칠지 아주 두렵다”라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세계화로 인해 사라진 국경을 넘어 밀려드는 난민들에 질색을 한 나머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표를 던졌다. 멕시코와 중국 등 인건비가 낮은 나라로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긴 미국인들은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미국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자문위원을 지낸 볼드윈 교수는 세계화 1단계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이 쇠퇴했다면, 세계화 2단계의 진행과 함께 미국의 서비스 분야 일자리마저 로봇과 외국의 저임노동자들에게 빼앗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년 동안 1200만개의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만들었다. 

볼드윈 교수는 “과테말라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로봇으로 뉴욕에 있는 호텔 방을 청소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스타트렉 등 공상과학영화의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원거리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원격지능(Remote Intelligence)을 이용한 외과수술이다. 볼드윈 교수는 “사람들은 원격지능에 대해 매료당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지능이야말로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는 세계화 2단계는 1단계보다 훨씬 거칠게 진행될 것이며, 공정성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번질 것으로 볼드윈 교수는 우려하고 있다. 

세계화의 2차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볼드윈 교수는 “노동자들이 세계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돕고, 수입도 지원해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역주민 교육을 위한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규모가 훨씬 작은 편이다. 칠레처럼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서조차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자 재교육 예산의 비중으로 따지자면 미국보다 많은 편이다.

볼드윈 교수는 세계화에 따른 일자리 해외이전 문제를 다루는 트럼프의 전략이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과의 무역협정을 폐기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에게 공장 해외이전을 포기하는 대가로 10년간 총 700만 달러(약 82억 원) 규모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캐리어 공장을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사측과 담판을 지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계획을 포기시키고 일자리 약 1100개를 지켜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캐리어는 인디애나폴리스 공장의 기계화 수준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이전하지 않더라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결국 로봇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5일(현지시간) 런던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유럽연합 탈퇴 협상 개시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심리를 시작했다. 
 
볼드윈 교수는 자신의 신간 ‘위대한 수렴, 정보기술(IT)과 새로운 세계화(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를 통해 세계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세계화 대책으로 3단계 대책을 건의했다.

◇ 1단계: 21세기의 세계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볼드윈 교수는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는 “만일 트럼프가 국제무역의 흐름을 막는다면 자동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비단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만이 아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도 세계화에 따라 움직인다. 기술 및 아이디어의 국제간 이동을 저지하는 일은 제조업 일자리의 이동을 막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 2단계: 노동자들을 재교육시키고 재취업시켜라.

볼드윈 교수는 “일자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조언했다. 당장 기계화 혹은 해외이전 상황에 직면하지 않은 분야로 노동자들을 재취업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게 볼드윈 교수의 조언이다. 

◇ 3단계: 뉴딜정책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라.

볼드윈은 1933년 뉴딜정책 당시 설립된 테네시 계곡 개발청(Tennessee Valley Authority)과 같은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TVA는 7개 주에 걸치는 테네시강 유역 내에서 홍수 방지와 운하의 개선, 토양과 광물자원의 보호관리, 삼림 녹화, 동력자원의 개발 등 다목적 사업을 수행했다. TVA와 같은 프로그램은 애팔래치아 등 침체된 지역에 경제적 역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 

그는 세계화에 따른 국제자유무역은 잘못된 길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안전망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볼드윈 교수는 “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꿔야 할 것은 NAFTA가 아니라 국내법이다. 국내법을 바꿔 사라지는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돕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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