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영어로 이야기할 때랑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랑 목소리가 다른 사람 같아.”

posted Nov 03, 2016

“아빠는 영어로 이야기할 때랑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랑 목소리가 다른 사람 같아.”

 

가끔 아들이 제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저만의 특징이 아니라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고, 또 본인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제 아들 역시 영어를 쓸 때와 한국어를 쓸 때의 목소리가 많이 차이가 나곤 합니다.

 

이것은 사실 영어를 말할 때와 한국어를 말할 때의 발성 방법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고,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때 발음기호를 달달 외워가며 발음을 아무리 연습해도 원어민의 말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며 소위 ‘한국식 영어’라고 들리는 원인이 많은 부분 발음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발성의 차이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성이란 호흡에 의해 폐로부터 나오는 공기를 성대를 이용하여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것을 뜻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소리는 후두(larynx)라고 불리는 발성기관에서 나오며, 이 후두는 성대(vocal cords)와 그 주변의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폐의 근육을 수축하여 숨을 내쉬면, 공기가 후두 부분을 통과할 때, 성대가 바람에 날개가 펄럭거리듯이 움직이며 공기에 마디를 만들어 주고, 이 마디들에 의해 일정 파장(wavelength, 파동의 한 마디의 길이)을 갖는 음파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성대의 떨림이 빠를 수록 짧은 파장과 높은 주파수(frequency)를 갖는 고음의 소리를 내고, 떨림이 느릴 수록 긴 파장과 낮은 주파수의 저음의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성대 주변의 근육의 떨림 속도를 조정하여 서로 다른 ‘음(pitch)’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소리는 뺨(cheek), 입술(lips), 입천장(palate), 그리고 혀( tongue)로 이루어진 성도(vocal tract)를 지나며 음조(tone)의 변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다양한 소리를 표현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즉, 우리가 내는 소리는 폐에서의 호흡 방법, 성대의 떨림, 그리고 성도의 섬세한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는데, 여기서 성대의 떨림은 위에서 설명 드린 대로 음을 결정하고, 성도의 움직임은 발음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좁은 의미로의) 발성은 바로 호흡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의 발성이 다르다는 말은 이 호흡법과 관련이 있는데, 한국어는 가슴부분을 수축해서 호흡하는 흉식호흡에 의해 발성을 하는 반면, 영어는 배 부분을 이용한 복식호흡을 하는 언어로서 분류됩니다.

 

단순히 호흡의 위치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성도에서 소리를 만들어 낼 때에도, 한국어는 비강(nasal cavity)와 구강(oral cavity)부분을 주로 이용하여 소리를 공명시키는데, 영어는 주로 이보다는 더 아래쪽, 즉 성대의 떨림을 이용해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발성과 공명의 차이가 한국어와 영어의 근본적인 소리 자체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말할 때를 잘 생각해보시면 소리가 가슴에서부터 출발하고 입과 코 주변으로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이고, 또 영어를 발음할 때 한국어보다 더 울리는 소리를 많이 내게 된다는 것도 알아차리실 수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이나 늦게 영어를 배우신 어르신들의 경우, ‘한국식 발음이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 한국어를 위한 흉식 호흡을 하시며 영어를 말하는 경우거나 성대 대신에 비강과 구강을 이용해서 영어 단어를 발음하시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영어를 말씀하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매우 한국어스럽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서 오는 것입니다. 한편, 책을 읽거나 말을 할 때에는 어색한데 팝송을 부를 때에는 영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분들도 계신데, 이분들은 노래를 부를 때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되시면서 영어의 발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언어는 단지 단어와 문법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만들어 냄 자체에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막 이민이나 유학을 오셔서 아직 영어로의 대화가 어색하신 분들은 영어회화를 공부하실 때에 번데기 발음이냐 돼지꼬리 발음이냐에만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자연스러운 호흡법과 소리를 내는 법을 조금 더 익히신다면 좀 더 원어민스러운 부드러운 영어를 구사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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