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좋은 처방이 있을까?

posted Nov 23, 2016

감기에 좋은 처방이 있을까? 1970년대 까지만 해도 감기 걸리면 그저 콩나물 국에 고추 가루를 진하게 풀어 얼큰하게 먹은 다음 방 안에 군불을 때든지 하여 온도를 한껏 올리고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죽 내면, 거기다가 한 잠 푹 자면 한결 개운하고 대번에 감기 기운이 떨어진다는 것을 여러 번 보고 들었다. 감기를 좀 심하게 앓더라도 그 후에는 면역력이 강화되어 제법 오랫동안 감기를 모르고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80년대에 들어서 한국 같으면 시중의 약국에서 ‘타이레놀 두 알에 쌍화탕’으로 웬만큼 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의 감기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이다. “으슬으슬 춥다. 콧물이 물처럼 흐른다. (혹은 코가 막히거나 헌다.)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한다. 두통과 함께 전신 쇠약 감이 동반한다….” 감기가 이 정도의 증상들만으로 한 사나흘 우리를 괴롭힌다면 한 번 참고 견뎌 볼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갈수록 많아진다.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데도 감기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어 늘 몸이 찌뿌드드하고 오슬오슬 추운 것 같으며 기운도 떨어지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고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한 번 걸리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감기는 風寒 즉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었을 때 체온의 불균형으로 인해 鼻(비), 咽喉(인후), 기관지 등 호흡기계에 염증이 발생된 상태를 총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감기에 대한 연구가 점점 진척되면서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알레르기, 자율신경계 실조 등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데, 그 종류만해도 100가지가 넘고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조건하에서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별 이상이 없으니 개인적인 저항력이나 감수성의 차이에 따라 감기에 걸리고 안 걸리고가 결정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2-5세의 유아들은 일년에 6-8회, 5-8세에서는 3-8회, 9-13세에서는 2 회 정도 감기에 이환 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13세 이상 성인에게서 일년 두 차례 이상 감기에 걸리면 이는 자주 걸리는 것으로 본다.

예전에는 감기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간혹 감기 때문에 본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볼 때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갈수록 더 많고 그 정도도 중해지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감기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유행성 감기이다. 1910-1918년에 세계적으로 대유행 하였던 스페인 감기는 그 시기 전반의 환자수가 2,100만 명, 사망자는 무려 25만 명에 이르렀고 그 후반의 환자수는 240만 명, 사망자는 13만 명에 이르렀다. 그만큼 유행성 감기는 무섭고 치명적인 것이다.

오늘날  의료계에서는 21세기의 어느 시점에 독한 감기가 창궐하여 많은 인명 손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예방이 시급하다는 보도와 함께 특히 노약자는 예방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하였다. 그만큼 감기는 저항력의 유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風이라 통칭한다.‘風’자 안을 잘 들여다 보면 왜 감기가 풍인지 납득이 갈 수 있다. 어느 한의사가, “풍이라는 글자에는 뿔이 돋친 蟲(충)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지 않은가”라고 푼 것처럼 감기는 뿔을 가진 것 같다. 그리고 그 뿔로 사람의 뼈마디를 쑤셔대니 얼마나 아플 것인가? 또한 ‘풍’ 자를 볼 때, 옛 사람들도 공기중의 무수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감기의 원인임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또한 풍은 모든 병의 으뜸(시작)이요, 병의 진전이 빠르고 변화를 많이 일으킨다 하여 가장 중시 여기며 만병의 근원으로 보아 왔다. 가장 변화가 심하고 빠르므로 병이 밖에서부터 시작하여 내부 장기에까지 이르게 되어 생명을 잃게까지 할 수 있기에 가볍게 보지 말고 시급히 그리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기는 열이면 아홉이 일년 중에 한 번 정도로 찾아오는 흔한 질환이다. 감기가 오더라도 한 사나흘 고생하고 씻은 듯이 가뿐하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니 사람마다 평소 몸의 저항력(항병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질에 맞는 음식섭생으로 체질마다의 허약한 장기의 기능을 강화시킴으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 청결과 적절한 휴식은 기본이지만 그럼에도 감기에 걸리고 때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것은 결국 개인차가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감기의 증상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태음인이 감기에 걸리면 두통, 발열과 함께 요통이나 전신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허리와 전신이 쑤신다. 한의학에서는 이 때 땀을 발산시키는 쪽으로 약을 쓴다. 손쉬운 방법인 고춧가루를 진하게 푼 콩나물 국이든 사우나든 땀을 배출시키는 것이 치료의 바탕이 된다. 몸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은 오한,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콩나물 국에 진한 고춧가루나 사우나는 한마디로 독약이다. 땀이 나면 감기의 뿔난 균들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기운이 소진된다. 소음인 체질이 감기 극복한다고 일부러 사우나탕에라도 가서 땀을 흘릴 것 같으면 그나마 몸에 남아있는 진액이 소진되어 병이 깊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땀을 내지 말고 적절한 휴식과 물과 함께 알맞은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 심한 열과 함께 전신통과 기침 단계가 지난 감기에는 꿀을 조금 가미한 생강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소화기능이 비교적 좋고 열이 많은 소양인은 감기에 걸리면 입이 쓰고 목이 아프고 혀가 마르는 증세를 보인다. 이 체질의 경우 손발에 땀이 나야 감기가 풀리므로 진액을 보충하고 열을 내리는 쪽으로 치료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감기는 기승을 부리고 있어 적지 않은 사람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감기 예방을 위해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에게Flu shot을 맞을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감기를 앓고 고생한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 청결과 적절한 휴식은 기본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로 삼사일 앓고 지나가면 그나마 낫겠지만 어떨 때는 몇 달 이상 감기로 홍역을 앓기도 하니, 별 것 아닌 것 같은 감기는 실상 별 것 아닌 것이 아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평소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하고 감기에 걸렸을 때는 가능한 대로 속히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식적인 이야기다. 마음을 편안케 하는 것, 과로하지 않거나 잠을 포함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영양이 필요하니, 이를 위해서는 체질마다 적절한 섭생과 운동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할 때 저항력(항병력)이 길러지고 밖으로부터 오는 풍(바이러스를 포함한 감기 원인자)과 싸워 이길 수 있다.

 

 

권호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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