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 보는 한국사 수업] 농사를 지으며 떠돌이 생활을 끝내다

농사 지으면서 정착생활, 인류 삶 풍족해 졌으나 고된 노동 이어져

유골 분석 결과, 여성에게서 더 심한 노동 흔적 나타나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기원전 6,000년경)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농경(농사)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고 살기 시작한다. 더 이상 굶어죽을 일은 없게 된 것이다. 평안남도 궁산, 봉산 지탑리와 서울 암사동 등 서해안의 대동강과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기원전 4,000년 무렵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빗살무늬 토기의 원래 분포 지역인 이곳에서는 낮고 평평한 지형과 좁쌀 등의 곡물, 농사짓는데 필요한 도구(농기구)들이 출토되고 있다.

 

신석기 시대부터 농사(밭농사. 조․피․수수 등의 곡식 생산)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유적에서 출토되는 다양 한 도구들을 보면 농사짓기+사냥+채집+어로(물고기 잡이) 등의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었는가는 주변 환경이나 계절에 따라 제공되는 먹거리가 변하므로 그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한편, 농사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하며 기후가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계로 위험 부담률이 컸다. 그러므로 사냥, 채집, 어로 보다 반드시 유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유는 인구 증가로 인한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농사가 과연 인류에게 축복만을 가져왔을까?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호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수렵과 채취에서 갓 농업 단계로 접어든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습이 유골의 분석을 통해 재현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7천 년 전 시리아 북부 아부 휴레이아 지방에서 살았던 신석기 인들의 삶은 점점 나아지기는 했지만 뼈가 변형될 정도의 고된 노동을 매일같이 되풀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살았던 160명의 유골을 분석한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 학자들을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여성들의 고통스런 일상 흔적이었다. 특히 하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귀리나 보리 등 곡식을 가는 작업은 무릎과 척추 그리고 엄지 발가락에 엄청난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렛대 노릇을 한 엄지발가락은 앞으로 굽었으며 하중을 심하게 받는 관절 부분이 확대되어 있다. 종종 연골이 손상되어 뼈와 뼈가 마찰을 일으킨 흔적도 발견됐다. 몸이 앞뒤로 왕복 운동을 하는 연결 부위인 무릎 관절도 기형적인 변화를 보였다. 여성들에겐 이밖에도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는 바람에 등뼈 위쪽 끝에 변형된 흔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여성들에게만 국한됐다.

한편, 거칠게 간 곡물과 여기에 종종 섞여든 돌멩이는 이(치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이가 부러지거나 꺼끄러기(벼나 보리 따위 낟알 껍질에 붙어 있는 껄끄러운 수염)나 동강

(긴 물건을 짤막하게 자른 부분)이 끼어서 생긴 잇몸 질환이 만연했음을 유골은 보여 준다. 반면 충치는 거의 없었다. 또 식물 줄기로 바구니를 만들면서 이를 사용하느라 앞니에 홈이 파인 경우도 있었다. 약 7천 3백 년 전에 이르면 도기를 굽는 기술도 개발되고 삶의 질도 많이 나아진다. 곡물을 도기에 넣어 쩌먹을 수 있게 되면서 영양 상태가 좋아진 것은 물론 이의 상태도 훨씬 좋아졌다. 체(가루를 치거나 액체를 밭거나 거르는 데 쓰는 기구)를 발명하면서 이가 부서지는 현상도 줄였다. 반대로 곡식을 잘게 빻고 익혀 먹으면서 끈기가 생겨 충치는 늘어났다.

 

대학 다닐 때 여름에 농촌봉사활동을 해 본적이 있다. 날씨는 덥고, 모기는 피 달라고 아우성이고, 허리, 팔다리, 목 등 한군데도 안 아픈 데가 없다. 먹는 것은 입에 안 맞지, 목욕하기도 불편하지, 내가 여기에 왜 왔는가? 후회를 많이 했다. 그야말로 오만불손한 생각이었다. 내가 주로 먹는 것이 무엇인가? 농부들이 힘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나는 그저 먹어만 주면 된다?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반성한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손이 기형적으로 변한 할아버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으면 한다. 농부들의 피, 땀으로 생산한 쌀, 한 톨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농부들이 틈틈이 제작한 수공예품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참고로 일본은 후쿠오카(福岡) 현 이타즈케(板付) 유적에서 발견된 탄화미의 연대가 기원전 3~4세기경으로 추정됐다. / 심창섭

 

8. 농사를 지으며 떠돌이 생활을 끝내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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