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에 페인트 듬뿍 묻혀 룰루랄라^^

posted Apr 25, 2016


 

셀프 페인팅 이렇게

집안에 페인트칠을 한다고 하면 인상부터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다. 냄새가 날 것 같고, 뭔가 건강에 해로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외국인이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고 옥상 위 잔디(?)로 착각한다는 초록색 유성 페인트나, 건물 외벽 페인트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페인트칠은 사실 선진국형 여가활동이다. 북유럽의 경우 비싼 인건비 때문에 손수 집을 고치고 꾸미는 문화가 발달했다. 여기에 겨울이 길기 때문에 집안에서 벽과 가구를 칠하고, 소품에 색을 입히는 것이 하나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인건비는 높아지고, 가족 중심의 생활에 대한 욕구는 높아졌다. 여기에 발맞춰 친환경과 다채로운 색상을 내세운 수성 페인트 제품이 늘면서 페인트에 대한 걱정은 줄고, 재미는 강화됐다. 혼자 페인트칠을 할 때의 노하우와 주의 사항을 알아봤다. 
 


왜 칠하는가

셀프 페인팅을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고, 또 하나는 원하는 컬러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평형대 아파트의 거실 벽면 한 쪽(약 6㎡)을 바를 수 있는 페인트 한 통이 1만~2만원대다. 여기에 프라이머(밑칠용 페인트)와 페인트 도구 구입비를 합쳐도 5만~8만원 정도면 벽면을 칠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한 주부 이유진(43)씨는 거실과 현관에 페인트를 칠하려고 견적을 뽑아봤다. 그랬더니 인건비 포함 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왔다. 하지만 직접 재료를 구입할 경우 고급 재료를 쓰더라도 25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페인트 회사를 방문해 무료 상담을 받았다. 거실 구조나 기존에 있던 가구 색상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컬러를 선택한 뒤 도구 사용법, 바르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페인트를 칠했다. 결과가 성공적이자 그는 주방에 가벽을 세워 페인트칠을 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씨는 “도전정신이나 모험심이 없는 성격이었는데 페인트칠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꼭 비용 때문이 아니라도 벽지보다 컬러 선택 폭이 넓어 본인의 취향에 꼭 맞는 색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벤자민무어·던에드워드 등 국내에 입점한 해외 브랜드는 4000여 가지의 색상을 조색해 낸다. 국내 브랜드인 노루 페인트도 2100여 가지, 삼화 페인트는 950여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실패하면 어떠랴. 언제든 다른 색으로 덧바를 수 있는 것이 페인트의 장점이기도 하다. 한국 벤자민무어 페인트의 이명식 대표는 “해외 경험이 늘면서 외국에서 친숙했던 색감을 재현하고 싶은 이들이나, 교육적인 목적으로 다양한 색상을 공간에 입히려는 학부모들이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페인트의 색상은 조색을 하는 기계를 통해 매장에서 직접 제조된다. 이론적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상을 조색해 낼 수 있다. 하지만 페인트 매장이 제안하는 색깔만 수천 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고르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럴 땐 페인트 회사가 제안하는 트렌드 컬러북을 참고하거나 실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가서 직원 상담을 받으면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상담 비용은 무료다.

올 봄에는 회색 계열 또는 회색 빛깔이 섞인 차분한 색상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삼화페인트의 김태운 마켓2팀장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아메리칸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트와 블랙, 회색 등 무채색을 칠하고 밝고 따스한 원목 느낌의 가구를 매치해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조희선 신한대학교(실내공간 디자인학) 교수 역시 “회색 계열의 색은 색깔과 색깔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색상”이라며 “핫핑크 색상과 노란 색상, 이 두 가지 조합은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이 가운데 회색이 끼면 무리 없이 두 색깔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초보자들은 처음 색을 고를 때 진한 색상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진씨는 “매장에서 추천해준 색깔이 조금 진한 것 같아서 한 단계 밝은 색상으로 선택했더니 낮에는 거의 흰색에 가깝게 보인다”며 조명이나 채광을 고려해 색을 고를 것을 조언했다. 특히 면적이 넓을수록 색상이 밝아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간의 넓이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 모니터상으로 보는 색상과 실제 컬러북으로 보는 색상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해 직접 색을 고르는 것이 낫다. 페인트의 장점을 십분 살려 아예 과감한 색상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부 박지혜(34)씨는 “짙은 파랑으로 벽을 칠했는데, 그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칠하는가
 

 

페인트 회사의 오프라인 매장에선 도구 사용법과 페인트 칠하는 법 등 기본적인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페인트 회사에서 운영하는 페인팅 수업을 들으면 된다. 삼화 페인트의 플래그십 매장인 ‘홈앤톤즈’에선 3시간씩 월 4회 프로그램으로 DIY 페인트 수업과 아트 페인팅 강좌를 무료로 운영한다. 던에드워드 역시 비정기적으로 원데이 페인팅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벽지 위에 벽지용 페인트를 바르는 것이다. 벽지를 떼내는 일이 힘들 뿐더러 단열을 위해 핸디코트를 바르는 등 추가로 손 볼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벽지를 보수하거나 깔끔하게 정리해 그 위에 바르는 것이 최선이다. 조 교수는 “일반 종이 벽지 위에 바를 경우 페인트가 수성이기 때문에 물기를 머금어 얼룩덜룩해질 수 있다”며 “실크 벽지 등 코팅 처리가 된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벽지 정리가 끝났다면 마스킹 테이프를 바를 시간이다. 몰딩이나 걸레받이 부분 등 페인트가 묻거나 튀면 안 되는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사진작가 이완기씨는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곳은 나중에 페인트를 칠한 부분과의 경계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계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발라야 한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신문이나 비닐 등을 잘 깔아야 한다. 세탁소 비닐을 이용하면 가구나 바닥 등 넓은 면적을 감싸는 데 편리하다.

이제 본격적인 칠 작업이다. 프라이머를 바른 후 정해진 시간만큼 건조시킨다. 초벌 페인트를 칠하고 두 시간 이상 지난 뒤 다시 재벌 페인트를 바른다. 우선 롤러가 닿지 않는 부분을 페인트 붓으로 칠해둔다. 페인트 붓은 면적이 좁기 때문에 페인트 액이 많이 묻을 수 있고 이 때문에 뻑뻑하게 발릴 수 있다. 이때는 페인트 붓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부드럽게 해준다. 조 교수는 “페인트 붓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나 색상의 경계가 되는 부분에는 두꺼운 미술용 붓을 사용해서 바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상하던 장면과 현실과의 괴리가 가장 큰 단계가 롤러로 벽면에 페인트를 바르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균일하게 ‘W’자 또는 ‘M’자 형태로 발리지 않았다. 힘으로 누르다시피 1차 페인팅을 끝내고 구입처에 다시 문의를 했다. 상담 결과 롤러에 충분히 페인트가 묻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롤러의 일부에만 페인트를 묻혀 받침대(트레이)에 굴리는 게 아니라 롤러 전체에 페인트를 충분히 묻히고 받침대에 굴려야 페인트액이 롤러에 골고루 잘 스며든다. 이렇게 2차 페인트칠이 끝나면 마스킹 테이프를 바로 떼어낸다. 시간이 지난 후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내면 마스킹 테이프가 페인트와 함께 굳어 잘 떨어지지 않거나 발라놓은 페인트까지 떨어져 나올 수 있다.
 

 
1 2 던에드워드의 민트색상을 전체적으로 바르고 흰 페인트로 포인트를 준 침실과 따뜻한 회색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 거실. 3 4 벤자민무어의 ‘2015년 봄 트렌드 컬러’를 바른 벽면과 문. 같은 계열의 색상이지만 채도를 달리해 밝게 표현한 주방의 모습. 5 노루페인트가 펜톤과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한 펜톤페인트로 연출한 아이방. 


페인트가 만능은 아니다

페인트가 가격대비 높은 만족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인트칠만이 능사는 아니다. 조 교수는 “페인트로 모든 흠결이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꽃무늬가 보기 싫어 페인트 칠을 시도했는데, 프라이머와 2중의 페인트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빛의 방향에 따라 꽃무늬가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늬가 비칠 것을 고려해 페인트 색상을 선정해야 한다.

욕실이나 주방에 칠을 할 경우에는 그에 맞는 전용 프라이머와 전용 페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타일이나 목재에 쓰는 페인트의 종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욕실과 같은 수분이 많은 곳은 프라이머나 페인트를 바르고 정해진 건조 시간을 충분히 지켜야 한다. 베란다나 확장한 거실 벽면 등 결로가 우려되는 곳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삼화페인트 김태운 팀장은 “페인트는 결로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다만 결로로 곰팡이가 자주 생기는 곳에는 광택이 있는 페인트 제품을 사용해 곰팡이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던에드워드의 조선영 팀장은 “인슐레드라는 진공 알갱이 가루를 섞어서 페인트 칠을 하면 진공막이 형성돼 단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구나 조명 등 다른 인테리어 소품과의 조화도 중요하다. 벤자민무어 이명식 대표는 “페인트의 아름다운 색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직접 조명보다는 간접 조명을 통해 은은하게 빛을 비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집안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이케아·H&M홈·니코앤드 등 글로벌 주거용품 브랜드들과 한국 브랜드 자주가 지난해부터 매장문을 열고 인기몰이 중이다. 올 봄 깨끗하고 화사해진 벽면에 가구나 소품, 액자를 매치해 자신만의 공간을 연출해 보는 건 어떨까.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환경을 찾아내고, 찾아내지 못하면 만들어 낸다.” 

글=김경진 기자  , 
사진=각 브랜드 도움말=조희선 꾸밈by조희선 리빙 디렉터·신한대학교 실내공간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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