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일까. 덴마크의 3인조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을 이끄는 루카스 그레이엄(31)을 보면 그런 듯하다. “내가 일곱살 때 어머니는 말씀하셨어.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고” “내가 열한살 때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좋은 여자를 만나라고”라는 가르침을 따른 덕에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됐으니 말이다.
 
2016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곡 ‘세븐 이어스(7 Years)’로 13개국 1위를 차지했으니 더욱 감사하지 않을까.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네 삶의 풍경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느낀 아픔에 대해 적어봤다”(‘해피 홈’)거나 “내 장례식에 온 걸 환영한다”(‘퓨너럴’)는 가사에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다. 흥겨운 멜로디와는 사뭇 다른 반전 매력이다.
 
24일 서울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릴 첫 단독 내한공연을 앞두고 e메일로 만난 그레이엄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자기 경험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음유시인다운 대답이다. 그는 “솔(soul)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노래할 때는 솔과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표한 2집 ‘3(더 퍼플 앨범)’에서는 제목부터 사랑이 묻어난다. 학창시절부터 사귄 여자친구와 가정을 이루고 딸 비올라까지 세 가족이 되면서 보랏빛 앨범을 택한 것. ‘러브 썸원’ 뮤직비디오에는 가족이 직접 출연한다. “아버지가 된 후 젊은 남자들은 알 수 없는 마음과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답변엔 “최악의 하루에도 날 웃게 하는 너”(‘러브 썸원’)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줄 거야”(‘럴러바이’) 등의 가사보다 더 달콤한 말들이 가득했다. 그는 아버지가 된 후 가장 큰 변화로 이해심과 참을성을 꼽았다. “아버지가 제게 해 준 것처럼 항상 그곳에 있어 주고, 응원하고, 아껴주고, 들어주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이가 이제 3살이지만 항상 의견을 존중해 주죠. 오늘은 공원에 가고 싶은지, 아니면 놀이터에 가고 싶은지, 결정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음악적 토양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던 것 역시 부모님 덕이었다고 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아버지가 음악광이었어요. 록·솔·펑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어요. 덴마크라는 나라보다 크리스티아니아 지역에서 자란 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공연과 뮤지션이 넘쳐났거든요.”
 
코펜하겐 내 크리스티아니아는 1971년 무정부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유지역으로 ‘히피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그는 “인피니트 출신 호야가 ‘세븐 이어스’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K팝 뮤지션과도 협업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남다른 스토리텔링의 비결은 무엇일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들을 수 있고, 자신과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죠.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너무 발달해 우리는 세상에 귀 기울이느라 정작 자신에겐 소홀하잖아요. 자신에게 좀 더 귀 기울인다면 세상의 말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