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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지금껏 이런 맛은 없었다' 극한직업 찰진 말맛 만든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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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13 22:00 조회8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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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영 작가가 각색해 말맛을 살린 코믹 수사물 '극한직업'. 최근 한국영화의 부진을 뚫고 개봉 15일 만에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됐다. [영화 CJ엔터테인먼트]

“우리가 지금 닭 장사하는 거야?”  
위장 수사하려 차린 치킨집이 대박 나자 부하 형사들을 다그치던 고 반장(류승룡). 주문 전화를 받자마자 돌변한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최근 극장가를 달군 코믹 수사물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명장면이다. 기발한 설정, 배우들의 찰떡 연기에 더해, 이런 톡톡 튀는 대사가 관객을 웃겼다. 지난달 개봉해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현재 1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재밌는 대사는 다 ‘이 분’이 써줬죠.” 연출과 각색을 겸한 이병헌 감독이 이렇게 말한 이는 공동 각색을 맡은 배세영(44) 작가. 지난해 대작 영화 틈에서 500만 관객이란 깜짝 흥행을 거둔 블랙 코미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도 이탈리아 원작 영화를 토대로 그가 각본을 썼다. 
 
“1000만이라니, 지금도 안 믿겨요.” 11일 만난 배 작가의 말이다. 극 중 거침없는 대사들과 달리 조곤조곤한 말투. 의외란 눈빛에 그가 “제가 ‘반전’으로 굉장히 재밌다. 기본 성향 자체가 코미디”라며 웃었다.  
 

 

 
"대사 쓸 땐 무조건 입 밖으로 연기해봐요" 

 

영화 극한직업의 배세영 작가가 11일 서울 합정동 절두산 성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대사가 화제다.
“치킨집 사장님으로서 한 마리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그 마음이 있잖나. 고 반장이 자기도 모르게 거기 너무 동화돼서 입에서 (홍보문구가) 술술 나오는 느낌이길 바랐다. 진지하다가 한 방 툭 던지는 게 제 스타일이다. 상황이 절묘한 코미디가 그 어떤 웃긴 말보다 더 큰 웃음이 터지는 것 같다.”
 
대사의 말맛도 좋다. 비결이 뭔가.
“대사 쓸 때 무조건 제가 입 밖으로 연기해본다. 내가 해도 입에 착 붙으면 배우는 더 잘할 것 아닌가. 최대한 관객이 예상 못 한 대사를 쓰려고 신경 쓴다.” 
 
문충일 작가의 원작 시나리오를 토대로 각색을 맡았다.
“문 작가의 원작은 콘텐츠진흥원 당선작이라 들었다. 검거 실적 없던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연 치킨집이 대박 난단 뼈대가 이 원작에 다 있었다. 각색을 맡으며 주안점을 둔 건 다섯 형사 캐릭터다. 원래는 고 반장과 영호 형사(이동휘)가 주연, 마 형사(진선규), 장 형사(이하늬), 재훈(공명)이 조연으로 나뉘어 있던 걸 각자 캐릭터를 살려 한국의 어벤져스처럼 팀 플레이로 만들었다. 원작에 없던 고 반장 가족이나 ‘전 남편’ 등 설정도 집어넣었다.”  
 

 

 
"갈비집 아들이란 설정, 원래 시나리오에선…"

 

치킨집을 연 뒤 의외의 요리 재능을 발견하는 마 형사. 배우 진선규가 이를 위해 닭 발골, 요리법을 직접 배웠다. 극 중 수원왕갈비통닭의 레시피는 영화 제작진이 만든 것.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수원왕갈비통닭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고.
“아주 단순하게 제 작업실이 수원이다(웃음). 함께 각색에 참여한 허다중 작가랑 맨날 영화 잘되면 실컷 먹자, 했던 게 수원 통닭골목의 통닭, 그 비싸다는 수원 왕갈비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못 먹었다. 원작에선 마 형사가 치킨집 아들이었는데, 오히려 뭔가 다른 음식점 아들인데 그로 인해 더 대박이 나면 재밌겠다 싶더라. 양대 산맥인 왕갈비 양념을 접목했다. 제가 이 영화를 각색한 게 ‘완벽한 타인’보다도 전인 2016년 10월이었는데 그땐 없던 갈비 맛 치킨이 프리 프러덕션 들어갈 즈음 모 브랜드에서 나왔더라. 이미 있던 소재가 된 것 같아 아쉬웠다. 영화는 오래 걸리다보니 그런 게 속상할 때가 있다.”  
 
완성된 영화에서 가장 감탄한 장면은.
“거의 다였다. 사실 캐스팅이 의아했는데 ‘뻔하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준 신의 한 수였다. 특히 제가 처음 설정한 장 형사는 완전히 푸근한 아줌마였다. 이하늬씨는 아름답고 멋있잖나. 캐스팅 소식에 감독님이 수정했나, 했는데 아니더라. 이하늬씨의 새로운 매력에 정말 반했다. 감독님이 만든, 악당 이무배(신하균)의 강력한 여자 부하(장진희)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시나리오 작가 15년차, SNL '여의도 텔레토비' 탄생시킨 비화는…"

 

지금은 종영된 tvN 코미디쇼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 코미디 ‘여의도 텔레토비’의 일부 화면. [사진 tvN 캡처]

배세영 작가의 필모그래피는 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각본 데뷔작인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2007)는 바람둥이 손님과 모녀의 소동극. 시골 소녀 유도부의 성장담 ‘킹콩을 들다’(2009), 스페인 영화를 원작으로 한 섹시 코미디 ‘바람바람바람’(2017) 등 다양한 소재에 웃음을 입혔다. tvN 코미디쇼 ‘SNL 코리아’ 작가로도 활동하며 정치풍자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를 탄생시켜 인기를 얻었다. “당 대표자를 뽑던 시기였나, TV를 보는데 정당마다 다른 색깔로 화면이 탁탁 바뀌는 거예요. ‘뭐야, 텔레토비야?’란 동생 말에 이거다, 싶었죠. 정말 그때 원 없이, 속 시원하게 (정치 풍자를) 썼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스스론 “평생 시나리오 작가로 살았다”고 강조했다. ‘극한직업’ 흥행의 의미가 컸던 이유다.    
 
“‘완벽한 타인’이 잘됐을 때 제 기사가 몇 개 나왔는데 ‘SNL 코리아’ 작가 출신이라 소개하더군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내 인생의 15년을 시나리오 작가로 살았는데 (흥행) 잘된 작품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래도 관객 수, 댓글에 상처받고 펑펑 울던 초기에 비해선 많이 초연해졌어요. 제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늘 말하는 게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쓰라는 거거든요. 완성한 이야기를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욕을 먹길 반복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어요.”
 
대사와 캐릭터를 쓰는 일이 즐거워 시나리오 작가가 된 후에도 순탄하진 않았다. 각각 중학생, 여섯 살 남매를 둔 워킹맘으로서 고충도 컸다. “시나리오 작가는 이렇게 인터뷰 한 번 하는 것도 황송할 정도로 주목받진 못하는 직업이잖아요. 열심히 써도 감독님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바뀔 때도 있고요. 그래도 그런 시련을 다 겪어봤기에 이런 좋은 날이 왔구나, 싶어요.”
 

 

 
"작가 꿈꿀 수 있었던 건 좋은 어른들 만난 덕분"

 

지난해 500만 흥행을 거둔 영화 '완벽한 타인'. 이탈리아 원작 영화를 토대로 배세영 작가가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로운 각본을 썼다. 영화의 재미를 이끈 여성 캐릭터들의 대사와 장면들은 대부분 배 작가가 빚어낸 것. 원작 영화는 남성 캐릭터들 중심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그가 처음 작가를 꿈꾼 계기가 특이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림일기를 써 가면 자신과 달리 선생님이 코멘트를 길게 써주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나름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단다. 그 첫 문장이 이랬다. “오늘도 아빠가 엄마를 때렸다.” TV 드라마를 베껴 직접 겪은 일처럼 매일 “스펙터클한 거짓말”을 쓴 것. 아버지가 학교에 불려가 진상이 밝혀지며 혼은 났지만, “작가 소질이 있다”며 “문예반에 가서 글을 써보라”는 선생님의 권유 덕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꿈을 키울 수 있었단다. “좋은 어른들을 만난 게 제 인생의 행운”이라 그가 말했다.  
 
인터뷰 말미 “하마터면 오늘 못 올 뻔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사흘 전에 아빠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어요. 천운으로 잘 회복하고 계시지만 그때 맘 졸이며 생각했어요. ‘극한직업’이 잘돼줘서 감사하다고. 아빠가 드디어 잘 됐다고, 너무 행복해하셨거든요. 어릴 적 거짓말 일기로 아빠를 곤경에 처하게 했던 딸이 그 ‘글’로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렸잖아요. 그 기쁨은 이루 말로 다 못하죠.”
 
차기작은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는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자동차 소재 휴먼 코미디 영화 ‘스텔라’에선 배우 진선규와 재회한다. 웃음기를 걷어낸 정통 멜로 영화, JTBC와 손잡고 드라마에도 도전한다.  
 
“남들이 좋아한다고 쫓아가거나, 저 혼자만 재밌는 걸 보시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모두가 해피한 즐거운 이야기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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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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