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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동일본 대지진 8년, 그래도 사람들은 논밭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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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12 22:00 조회1,1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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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봄은 온다’는 아픔의 크기만큼 단단히 여문 생존자들의 삶을 담았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동일본 대지진이 11일로 8주기를 맞았다. 피해 생존자들의 이후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봄은 온다’가 14일 국내 개봉한다. 윤미아(44) 감독은 재일동포 3세 출신. 미·일합작영화, NHK 방송, 영화제작사 등에서 제작 프로듀서를 거쳐 이번 영화로 연출에 데뷔했다.
 
그가 2016년 여름부터 10개월 동안 인터뷰한 생존자는 100여명. 다큐는 계절이 바뀌고 변화하는 풍경 속에 여전히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희망에 초점을 맞췄다.
 
e-메일로 만난 감독은 “비참한 사고일수록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클 것이다. 그런 어둠 속에도 빛이 있음을 동북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배웠다”며 “일본에서 소수자, 약자로 차별받아온 재일교포란 저의 포지션이 대지진 피해자들의 아픔과 무의식적으로 연결됐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또 “동북지역이 내 고향 나가노현과 유난히 추운 겨울, 언제나 산이 보이는 풍경이 닮아좋아했다. 다큐멘터리 ‘꽁치와 카타르, 오나가와의 사람들’(2016)에 제작 프로듀서로 참여할 때 3년간 이 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나눈 경험도 큰 계기가 됐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윤미아 감독

어떤 이들을 영화에 주로 담았나.
“새로운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 대지진 당시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또 일본 정부 부흥청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기 때문에 요청대로,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3개 현 목소리를 고루 실으려 노력했다.”
 
세 자녀 잃은 부부를 비중 있게 다뤘는데.
“촬영 초기 대지진 2000일 추모행사에서 심정을 물었더니 ‘아이들을 못 본 지 벌써 2000일이나 지났네요’ 하시더라. 따로 질문드렸는데 두 분이 똑같이 답했다. 세월을 느끼는 기준이 사랑했던 아이들을 더는 볼 수 없는 가혹한 날들의 합이었다. 그런 시련에도 부부는 ‘주변의 응원이 우리를 지옥에서 구원했다.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면서 자원봉사에 앞장섰다.”
 
방사선에 피폭된 소 300여 마리를 차마 도살하지 못한 채 6년째 보살펴온 농장주, 쌀을 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논밭을 일구는 농부도 나온다.
“가와우치 마을의 아키모토 부부는 ‘전쟁이나 냉해, 기근을 극복하고 이 땅을 일궈왔을 선조처럼 우리도 이 사고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해줘야 한다’며 매년 농사를 짓고 계신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인간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전에 피해를 당했지만 ‘가난한 시골 마을 경제를 원전이 살려냈는데, 그런 사실을 다 잊고 일방적으로 원전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하셨다. 단, 오해는 금물이다. 결코 원전 자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지금까지 혜택을 잊고 일단 사고가 나면 일제히 악당으로 몰아가는 세태를 비판하신 것이다.”
 
결혼 닷새 만에 남편을 잃은 신부가 낳은 딸은 어느덧 주산 공부에 푹 빠진 초등학생이 됐다. 학생들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미국 원어민 교사의 부모는 딸의 이름을 딴 책장을 피해지역 학교에 기증하는 일을 계속한다. 쓰나미에 휩쓸려간 점포의 대출금과 상품값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모녀도 있다. 그들은 “10년도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오늘을 한껏 살 뿐”이라 말한다. 이런 진심 어린 속내가 카메라 너머로 담담하게 전해온다.
 
다큐가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비춘단 인상도 준다. 원전 피해 지역에서 재배됐지만, 방사선이 나오지 않았다는 농산물에 대해선 정말 그럴까 의구심도 생긴다. 감독은 “재해 복구를 둘러싸고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와우치 마을의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은 농산물, 포도 농장은 현실 그대로”라고 했다. “방사선 피해에 대해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정보량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며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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