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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진격의 거인 돼서 청와대 밟고 싶단 대사, 실제 세월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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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2 22:00 조회1,0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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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다룬 범죄 느와르 영화 '악질경찰'(20일 개봉) 촬영 현장 모습. 맨 왼쪽이 '아저씨' 등에 이어 연출을 맡은 이정범 감독, 가운데는 극 중 세월호 사고로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 미나 역의 신예 전소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세월호 유가족분들 모셨던 시사가 가장 떨렸죠. 한 아버님께 ‘청불’이라 보시기 불편하셨을 수 있다, 죄송하다고 했더니 ‘본인들이 겪은 현실이 훨씬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라며 외려 저를 다독여주셨어요. 도망치고 싶은 순간마다 ‘세월호가 잊히는 게 제일 두렵다’는 유가족분 말에 힘을 냈습니다.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갈진 몰라도 침묵보단 낫다, 세월호가 공론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업 극영화론 처음 세월호 참사를 다룬 ‘악질경찰’(20일 개봉)의 이정범(48) 감독 말이다. 영화는 의문의 폭발사고에 휘말린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유일한 단서를 쥔 증인이자, 세월호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던 고등학생 미나(전소니)를 만나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뭔가 결핍된 남성의 거친 범죄 누아르란 점은 감독의 전작 ‘열혈남아’ ‘아저씨’를 잇는다.  
 

 

 
"세월호 이런 식으로 다뤄야 했나" 비판도…

 

영화는 제목처럼 악질적으로 살아온 부패 경찰 조필호가 주인공. 주연을 맡은 이선균은 이 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로 졸업 단편을 함께 만든 오랜 인연으로 의기투합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음 달 5주기를 맞는 세월호의 상흔도 직접 드러냈다. 실제 참사 당시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변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의 텅 빈 교실, 딸을 잃은 유가족의 사연 등이 미나 캐릭터를 통해 부각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화의 초점은 뒤늦게 이런 아픔에 눈뜬 필호의 인간적인 성장과, 폭발사고 배후의 악덕 재벌기업에 맞서는 과정에 맞췄다. 세월호를 허구의 비극적 사건으로 대체해도 전개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물지 않은 세월호의 상처를 굳이 이런 식으로 들춰내야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이런 엇갈린 평가 때문일까. 개봉 사흘째 관객 수는 9만명 남짓. 총제작비 90억원 규모 영화론 저조한 성적이다.  
 
영화의 첫 시사 후 만난 이정범 감독은 “제작 과정부터 영화를 곡해한 분들의 비난과 쓴소리가 있어, 논란은 예상했다”면서도 “상업영화 소재로 세월호를 이용했다는 건 최악의 관점이다. 당연히 세월호가 먼저였다. 치열하고 처절하게 찍었다”고 강조했다.  
 

 

 
"단원고서 충격, 용서비는 어른 보여주고 싶었다"

 

돈만 밝히던 필호가 변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미나. 그가 늘 입고 있는 츄리닝은 세월호로 잃은 친구의 유품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왜 세월호였나.
“2015년 단원고에 갔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뭔가 크게 잘못됐단 느낌을 받았다. 이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친구를 잃고 돌아온 아이들이 걱정됐다. 물이 두려워 샤워도 못 할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더라. 몇몇 다큐는 나왔지만, 장르물 감독으로선 두려움도 컸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영화를 통해서라도 용서비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걸 못하면 저 역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듯했다.”
 
아직 아물지 않은 민감한 사건을 범죄 느와르란 상업적인 장르물의 소재로 다뤘다는 지적이 있다.  
“세월호 이야기를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 상업영화로서 장르적 긴장감 재미를 취하되, 영화가 끝난 다음 여러분 가슴속에 무엇이 남느냐를 묻고 싶었다. 큰돈(총제작비 90억원)이 투자된 상업영화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영화의 진정성을 해치고 있진 않은지, 반대로 진정성에 너무 함몰돼 상업영화의 미덕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매일같이 자기 검열했다. 영화를 두 편 찍는 기분이었다. 4년마다 신작을 내서 ‘월드컵 감독’이라 불렸는데 최종 편집까지 톤앤매너를 맞추느라 이번엔 1년이 더 걸렸다.”
 
세월호와는 무관한 폭발사건 배후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이 영화엔 우리 사회의 많은 악이 나온다. 그 악이 다 어른이다. 필호 같은 비리 형사들, 성매매를 강요하는 불법 산부인과 의사, 비리 검사…. 기본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할 어른들이 그런 행동을 안 한다. 극 중 악덕 기업도 현실의 특정 기업이 연상된다면 다분히 의도였다. 영화를 통해 싸잡아 비판하고 싶었다.”  
 

 

 
세월호로 친구 잃은 아이, 진격의 거인 돼서…

 

영화엔 어른들이 자행한 여러 악이 등장한다. 사진은 필호(맨 오른쪽)가 온갖 범죄를 저질러온 악덕 대기업의 회장과 마주한 모습.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진격의 거인이 돼서 청와대를 밟아주고 싶다.”
극 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나의 마음을 드러낸 대사다. 이 감독은 “초고가 나온 2015년 11월 상황에 맞춰 썼던 대사”라면서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한 아이가 자기가 만화 ‘진격의 거인’ 캐릭터라면 직접 친구를 바다에서 건져내고 싶다고 한 말이 가슴에 남았다. 아직 선박 인양이 안 됐을 때였다”고 돌이켰다.  

 
또 “만드는 내내 조심스러웠다”고 거듭 말했다. “세월호를 언급하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이라 투자와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면서 “아직 원인을 모르고 결과도 안 나온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라 취재에도 고민이 많았다. 일단 화랑유원지 분향소, 팽목항을 찾아가 유가족과 울고 위로하며, 『금요일엔 돌아오렴』 『사월의 일기』 등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미나가 영화 내내 죽은 친구의 유품인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오는 설정도 이런 조사가 바탕. 감독은 “안산에선 나이 드신 아줌마, 아저씨가 10대 옷을 입고 있으면 유가족인 걸 알아보더라. 시위나 집회 나갈 때 아이들 옷을 입고 나가시는데, 일종의 저항의 의미일 수도, 상처와 치유의 방식이기도 하다”며 말을 이었다. 
 
“관객들이 사회의 안전망에서 소외된 미나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처럼 느끼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이 영화에서 진정한 어른은 미나가 유일하죠. 자기보다 동생뻘 아이를 언니처럼 챙겨주고 세월호 구조 후유증을 앓는 이를 돕습니다. 결정적으로 필호를 변화시키는 미나의 어떤 희생적인 선택도 누군가를 지키려는 어른스러운 판단으로 느껴지길 바랐어요. 그걸 보고 우리가 아프길 바랐습니다. 필호가 그랬던 것처럼요.”
 

 

 
이 빠지고, 피눈물…뒤늦은 후회의 몸부림

 

미나를 만나고부터 필호는 온몸을 던질 일이 많아진다. 사진은 필호 역의 이선균이 박해준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 아픔을 필호는 온몸을 던져 토해낸다. 팔이 부러지고, 피눈물을 흘리고, 몸 안에 감춘 무기를 쥐어짜 내며 악에 맞선다. 물이 가득한 욕조에 갇혔던 그가 생니가 빠지도록 몸부림쳐 겨우 숨을 틔워내는 모습은 고스란히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 
 
감독은 “관객이 ‘세게’ 보고 정확히 기억하도록 하려 했다”면서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의 분노를 표현해야 이 징글징글함, 처절한 감정이 왜곡되지 않고 전해지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배우들은 우직하게 이런 감정들을 소화해낸다. 필호 역의 이선균은 이 감독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자, 졸업 단편(‘굿바이 데이’) 주역을 맡으며 오래 가깝게 지낸 사이. 감독은 그를 “예민하고 섬세한 배우다. 매 장면 다른 얼굴로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미나 역에 발탁된 신예 전소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죄 많은 소녀’, 드라마 ‘남자친구’ 등을 거쳐 이번이 첫 상업영화 주연. 1970년대 걸그룹 바니걸스의 쌍둥이 멤버 고재숙의 딸로 알려졌다. 학생 단편에서 그를 발견했다는 이 감독은 “반항적인데 누구보다 여린 속내를 감춘 표정이 딱 미나였다”고 귀띔했다.  
 

 

 
"'우는 남자' 이후 영화감독 분기점 찾아" 

 

박해준이 필호와 미나를 뒤쫓는 대기업 직원 역으로 영화 '독전'에 이어 악역에 나섰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를 하며 종종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했던 감독은 “‘악질경찰’은 제 분기점 같은 작품이다. 멋진 수트 입고 총을 빼는 액션물론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600만 관객을 동원한 ‘아저씨’에 이어, 장동건 주연 ‘우는 남자’에서 스타일리시한 총격 액션 느와르를 시도했다가 흥행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우는 남자’가 이번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은 안 줬지만, 저란 사람이 찍어야 할 영화의 방향성을 자성하는 계기였죠. 비주얼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만이 영화 찍는 재미가 아니란 것을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 얘긴데 가슴을 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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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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