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박찬욱 감독 "미국의 송강호와 호흡 맞췄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5 22:00 조회1,04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상영 전 무대에 선 박찬욱(56) 감독의 너스레에 300여명 관객이 일제히 웃었다. 지난 23일 서울 씨네큐브 극장에서 열린 그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6부작 정주행 시사회는 내내 열기가 뜨거웠다. 응모에만 5만명이 몰려 경쟁률이 160대 1에 달했다.
박 감독이 TV드라마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영국 첩보원 출신 작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에 바탕한 로맨스 첩보물로, 다국적 제작진이 뭉쳐 만든 TV판이 지난해 영국 BBC, 미국 AMC 채널에서 먼저 방영돼 호평을 받았다. 이는 각국 방송규정에 맞춘 버전. 박 감독이 편집권을 갖고 마음껏 매만진 감독판은 이날 시사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29일 국내 온라인 플랫폼 왓챠를 통해 독점 공개된다. 심의가 엄격한 지상파가 아닌 왓챠를 택한 것도 “애초의 의도가 정확히 구현된 버전을 온전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
이 작품 제대로 만들려고 드라마 도전했죠
극의 배경은 1979년 유럽. 영국의 반항적 기질의 연극배우 찰리(플로렌스 퓨)가 우연히 만난 남자 가디(알렉산더 스카스가드)로 인해 이스라엘 정보국의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되며 팔레스타인 분쟁에 휘말리는 얘기다. 조금은 낯선 유럽 정세지만, 현실을 무대로 목숨 건 연기에 나선 찰리의 고뇌와 러브스토리가 인간적인 공감을 이끈다.
이틀 뒤 다시 만난 감독은 “이 작품과 함께한 긴 세월이 이제야 좀 정리되는 기분”이라 했다. “극장에서 6부작을 다 본 게 저도 처음”이라며 “방송판조차 첫 2편만 런던영화제를 통해 극장에서 봤다. 뭔가 미진한 기분이었는데 그저께 감독판을 극장에서 보고 나니 이제야 마무리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리틀 드러머 걸’을 제대로 만들고자 TV 드라마 형식을 택했다고.
━
'리틀 드러머 걸' 연출 '공동경비구역 JSA' 덕분
새로 선보인 감독판은 기존 방송판과 뭐가 다른가.
역사적 비극 속에 개인들의 유대와 고통을 다룬 점은 ‘공동경비구역 JSA’와도 연결된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여러 나라의 여전한 갈등을 외국인 입장에서 다루기가 조심스러웠을 텐데.
━
주역에 신예, 모사드 역에 스웨덴 배우 파격
주연 배우 플로렌스 퓨에 대한 호평이 많다.
상대역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일부러 고정관념을 깬 캐스팅을 했다고.
━
마이클 섀넌은 미국 송강호, 미국 유지태는…
작품 전체를 탄탄히 떠받치는 건 이스라엘 고위 요원 마틴 역의 마이클 섀넌이다. 한국에서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등으로 알려진 배우다. 박 감독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미국의 유지태라면, 마이클 섀넌은 미국의 송강호”라고 비유했다.
“알렉산더가 단어 하나라도 완벽히 이성적으로 납득해야 연기하는 논리적인 타입이라면 섀넌씨는 본능적이랄까요. 일단 한 번 해봅시다, 하는 모험심이 있어요. 자기 것만 생각지 않고 전체를 보는 눈이 뛰어나요. 자기 장면이 없어도 계속 현장에 머물며 스태프들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것도 송강호씨와 비슷해요(웃음).”
━
'1987' 김우형 촬영감독이 현지 촬영팀 지휘
70년대 배경의 여느 어두운 첩보물과 달리 총천연색 의상과 소품도 눈에 띈다. 박 감독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고 반해 함께한 영국 미술감독 마리아 듀코빅의 솜씨다. 감독은 “79년 런던의 젊은 배우라면 80년대 유행을 이미 받아들였을 거란 미술감독 의견으로, 볼드한 블록컬러를 내세워 기존 70년대 배경 작품들의 보헤미안‧히피룩과 차별화했다”고 했다. 독일, 이스라엘, 레바논, 영국 등 변화무쌍한 무대는 실제론 영국‧그리스‧체코 세 나라에서 찍었다. 김우형 촬영감독이 현지 촬영팀을 이끌었다.
극이 진행될 수록 카메라는 더 높고, 더 넓게 세상을 담는다. 멀찍이 떨어져서 본 인물들은 인종도, 국적도 구분이 흐려진다. 이는 선악의 경계가 점차 무너져가는 이야기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찰리는 유럽열강과 손잡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지휘에 따라 신분을 사칭하고 아랍 테러조직의 중심에 침투하는데, 점차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죽음은 계속된다. 방아쇠를 쥔 손만 달라질 뿐이다.
━
극장 미개봉은 뼈 때리는 고통
다시 드라마를 연출할 수도 있을까.
차기 행보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