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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세월호 엄마 전도연 “연기하기도 전에 눈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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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31 22:00 조회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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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아들이 숨진 뒤, 순남(전도연)은 어린 딸 예솔(김보민)과 단둘이 지내왔다. 다정했던 오빠를 또렷이 기억하는 예솔은 참사 이후로 바다를 무서워한다. [사진 NEW]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잖아요. 아픔을 들춰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라면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출연 못 했을 것 같아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영화여서 용기 냈습니다.”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에서 아들 잃은 엄마 순남을 연기한 전도연(46)의 말이다. 아들 수호(윤찬영)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교생.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있던 남편 정일(설경구)이 2년 뒤 순남과 어린 딸 예솔(김보민)을 찾아오지만, 순남은 결코 반기지 않는다. 부부는 수호를 추모하는 생일 모임을 여는 일로도 갈등을 겪는다.
 
연출자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시’ 등 연출부를 거쳐 이번이 장편 데뷔작. 참사 이듬해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봉사활동 등에 참여한 경험을 녹여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에선 일상 깊이 스민 순남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와 닿는다. 수호 또래 소년들이 장난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 현관 센서 등이 저 혼자서 깜빡일 때, 순남은 아들의 부재를 불에 덴 듯 절감한다. 그런 슬픔을 전도연은 마치 빙의한 듯 연기한다.
 
그는 “유가족 시사회 때 센서 등 장면에서 ‘우리 집도 그렇다’는 분이 많았다”며 “감히 너무 죄송해서 그분들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어머님들이 ‘고맙다’고 하시는데 눈물만 났다. 극장을 나올 때까지 한 번도 고개를 못 들었다”고 했다. “참사 당시 뉴스를 보며 아이들과 함께 배가 가라앉으리라곤 저뿐 아니라 누구도 생각 못 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모두의 트라우마가 됐죠. 뭐라도 할 수 있을 때와 다르게 오히려 더 회피했던 것 같아요. ‘생일’ 시나리오를 받고 미안함부터 앞섰어요.”
 

순남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 남편(설경구)이 해외로 일하러 가기 전 찍은 사진 속 모습이다.

출연을 고사했다 마음을 돌렸다고.
“시나리오를 오열하며 봤다. 저도 아이 엄마여서 더 아팠다. 이런 아픔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근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다시 살아가려는 가족의 이야기여서, 그 힘이 가장 컸다. 감독님이 ‘밀양’ 스크립터 할 때 만나 ‘종언아’ ‘언니’하고 부르던 사이다. 시나리오 읽고 바로 ‘감독님’이라 불렀다. 그만큼 글이 좋았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의 신애도 아이 잃은 엄마였는데.
“저도 처음엔 신애를 떠올렸지만, 막상 촬영할 땐 오롯이 순남에 충실했다. ‘밀양’ 때는 저한테 아이가 없었잖나. 자꾸 뭔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알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든 받아들여 보려고 진짜 발악을 했다. 이번엔 반대였다. 오히려 순남보다 제삼자인 제 슬픔에 젖을까 봐 의심하며, 한발 물러서 감정의 결에 집중했다.”
 
마음의 준비가 가장 필요했던 장면으로는 수호의 생일 모임을 들었다. 참사로 희생된 아이 생일에 유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기억을 나누는 자리다. 아들의 넋을 붙들고만 살았던 순남은 이곳에서 처음 죽음을 제대로 마주한다.
 
감독이 4년 전 참여한 실제 행사가 바탕인 이 장면은 50여 명 배우가 동시에 연기하는 모습을 3대의 카메라로 약 30분간 커트 없이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수호 친구들의 엉뚱한 추억담에 미소가 서리다가도, 차마 못다 했던 고백이 들려올 땐 어김없이 눈물이 터진다. 관객도 그 속에 함께 있는 듯 울고 웃게 된다. 전도연은 “그렇게 많은 인원이 롱테이크를 찍은 적은 처음”이라며 “울기도 많이 울어 탈진할 수도 있었는데 다들 서로 힘이 돼줬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장면은 또 있다. 순남이 수호의 빈방에서 통곡하는 순간이다. 곡소리를 듣고 달려와 함께 우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한때 함께 울었던 누군가는 이제 진절머리를 친다. 베란다에 나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묵묵히 지켜보는 낯모를 주민도 있다.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 축소판 같다.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분들의 이야기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쳐온 그 사건이 우리 모두의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근데 계속 눈에 밟혔던 건 오빠가 죽고 홀로 남은 예솔”이라고 했다. “수호의 아픔에 가려 처음엔 잘 안 보였는데, 촬영하며 이 여자가 어떻게 어린 딸과 하루하루 살아가는지를 보며 너무 아팠어요. 수호 때문에 예민해져 예솔이를 괜히 혼내고는 잠든 모습을 보며 ‘엄마가 못나서 미안하다’ 속삭이죠.  그렇게 어떻게든 오늘을 버텼겠구나, 가슴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하고 나서 “달라진 것은 사실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왜냐면 제가 연기했고, 영화가 나왔지만,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싶어요. 아직 (세월호 참사는) 진행형이고 과정의 일부에 머물러 있잖아요. 다만…”하고 말을 이었다. “영화 보신 유가족분들이 우찬엄마(김수진) 같은 이웃이 어딨어, 하더라고요. 순남이 울고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놔버리고 싶을 때, 옆집 사는 우찬엄마가 와서 안아주는데, 저는 그냥 연기인 데도 뭔가 다시 서러워지면서 또 쏟아낼 에너지가 생겼거든요. 그래서 ‘생일’을 봐주시는 관객들이 그런 누군가의 이웃이 될 수 있다, 내가 그 입장에 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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