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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첫사랑 똑닮은 남자가 다가왔다, 지진이 일어난 바로 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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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1 22:00 조회1,1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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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사코'에서 1인2역을 맡은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 한국방문은 모델시절까지 포함해 이번이 7번째다. [사진 이수C&E]

갓 스물, 눈이 멀 듯 반했던 첫사랑이 제멋대로 사라진다. 몇 년 뒤 똑같이 생긴 정반대 성격의 남자가 사랑고백을 해온다면. 
지난달 개봉한 멜로 영화 ‘아사코’의 여주인공 아사코는 이런 기묘한 상황에 놓인다. 신예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연애를 넘어 인생에 대한 은유가 담긴 듯한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감독님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연출방식이 매력적이었어요. 어떤 장면은 대본 리딩을 100번 넘게 했죠.”
이렇게 말하는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31)는 아사코의 첫사랑 바쿠와 두 번째 사랑 료헤이, 극과 극의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모델로 활동하다 6년 전 첫 영화 ‘기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로 급부상한 그는 ‘기생수’ ‘데스노트:더 뉴 월드’ 등 흥행물은 물론 구로사와 기요시 같은 작가주의 감독의 총애도 받는 스타다. 한국에는 배우 조정석‧박서준의 닮은꼴로도 알려졌다.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1인 2역, 전혀 다른 영화처럼 연기

 

영화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바쿠와 아사코. 부상을 비껴난 둘이 마주보고 웃는 장면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사진 이수C&E]

바쿠와 료헤이, 각기 어디에 중점을 뒀나.
“바쿠는 배려가 전혀 없는 캐릭터다.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지 않고 본능 자체로 살아간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료헤이는 굉장히 자상하다. 항상 주변 사람들 얼굴을 살피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한다. 각각 도쿄와 오사카 말투를 쓰는 점도 달랐다.”
두 인물이 한 장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1인 2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전혀 다른 두 작품에 임하듯 준비했다. 감독님 연출 스타일이 독특했다. ‘연기란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리허설 때 새어나가면 아깝다’ 하셨다. 리허설 중 배역 이해를 돕기 위해 감독님과 그 배역의 입장에서 인터뷰도 했다.”
어떤 질문을 받았나.
“열다섯 개 정도 됐는데, 첫 질문이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세요?’였다. 료헤이의 대답은 ‘그런 건 안 물어보시면 안 되나요’(웃음).”
바쿠로서의 답변은. 
“그는 이런 인터뷰조차 안 했다. 감독님도 바쿠란 캐릭터를 종잡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감독님이 제가 바쿠와 닮지 않았느냐고…(웃음). 일정 부분 동의한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곤 한다.”

료헤이는 바쿠와 정반대로 다정다감한 남자다. 그와 고양이 진탄과 셋이 단단한 일상을 되찾은 아사코는 행복감을 느끼지만 강렬했던 첫사랑 바쿠가 돌아오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사진 이수C&E]

바쿠와 함께일 땐 아사코의 시점 위주였던 카메라는 료헤이의 등장 이후 두 남녀의 시점을 오간다. 산산조각 났던 아사코의 마음이 료헤이로 인해 회복되는 과정은 동일본 대지진의 상흔과도 연결된다.  
두 사람은 지진이 일어난 날 사귀게 되고, 피해가 컸던 도호쿠 지역을 자주 찾아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간신히 되찾은 평화는 바쿠가 다시 등장하며 위기에 처한다. 


 

 
기묘한 연애담에 녹아든 대지진의 상처 

 
일본에선 바쿠가 거품경제에 휩싸였던 과거, 료헤이가 대지진 이후 완전한 안정을 찾지 못한 현재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두 캐릭터를 모두 연기한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잠시 말을 고른 끝에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은 재난 직후 도호쿠 지방에서 세 편의 다큐를 찍었고, 이후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대지진으로 일본에선 어제까진 당연했던 것이 오늘부턴 당연치 않게 됐죠. 많은 일본인이 뭔가 앞으로 바뀌는 게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고 실제 바꿔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한편으론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선 아사코의 처지와 교집합이 있죠.”

아사코는 아픔을 잘 내색하지 않는다. 료헤이 앞에서만은 예외다. 바쿠가 돌아오고 스스로 뭔가를 결정한 뒤에야 그는 온전히 자신의 뜻에 따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배우 카라타 에리카는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아사코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 이수C&E]

그는 “저도 배우 데뷔 전이던 당시 현장에 봉사활동을 갔었다”면서 공감이 갔던 몇몇 장면을 돌이켰다. 

 

 
"틀리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을 뿐"

 
“료헤이와 아사코가 봉사활동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민분이 여러 선물을 챙겨줘요. ‘이런 거라도 주지 않으면 아무도 여길 찾지 않는다’면서. 감독님이 어떤 현실을 전하고자 한 것이겠죠. 또 친구가 봉사활동을 ‘대단하다’고 하자 아사코는 ‘대단한 것 아냐. 틀리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라고 말해요. 그 뉘앙스에 공감이 갔어요. 당시 돕고 싶어 간 사람도 있지만, 이 일로 뻥 뚫려버린 내면의 무언가를 찾으러 간 사람도 있었어요. 동일본 대지진은 지금도 말하기 민감한 주제이고,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큰 상처를 저마다 마음속에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아이 셋...장인은 와타나베 켄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스스로를 "좀 마이너한 성향, 젊은이답지 않다"고 소개했다. 아직 서른한 살이지만 벌써 아이 셋을 둔 아빠다. [사진 이수C&E]

그는 20대에 결혼해 아이 셋을 둔 아빠다.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배우 와타나베 켄이 장인. 아내와는 모델 시절 알게 돼 2013년 TV 드라마 ‘잘 먹었습니다’의 부부 연기를 하며 사귀게 됐다. 스스로 “좀 마이너한 성향, 젊은이답지 않다”며 “폴더폰을 쓰고, 라쿠고(落語‧일본 전통 만담)나 장기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게 뭘까, 항상 생각해요.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서. (앞에 둔 책을 가리키며) 지금 읽는 『데르수 우잘라』는 시베리아를 탐험하는 이야기인데 저도 지난해 겨울부터 산속 캠핑에 재미를 붙였어요. 인터넷, SNS를 차단하고 세상과 떨어져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보냅니다.”
이미 여러 번 한국을 다녀간 그는 “간장게장 같은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해서 기회만 되면 한 달 정도 체류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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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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