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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김윤석 감독 데뷔작은 중년 남성의 불륜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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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8 22:00 조회1,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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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성년’의 두 여고생. 신예 김혜준(오른쪽)과 박세진은 경쟁률 500:2의 오디션을 거쳐 이번 역할을 맡았다. [사진 쇼박스]

“왜 어떤 사람은 잘못을 하고도 술에 취해 코 골며 자고,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슴에 멍든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울까. 인간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신인의 패기로 밀어붙였습니다.”
 
연기경력 30여 년, 영화 연출은 처음인 배우 김윤석(51)은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11일 개봉하는 ‘미성년’은 불륜에 얽힌 소동극이자 그의 감독 데뷔작. 못난 어른들의 우스꽝스런 행태를 10대들 시선으로 그린 점이 신선하다. 17세 여고생 주리(김혜준)는 같은 학교 윤아(박세진)의 엄마(김소진)가 자기 아빠와 외도로 임신한 것을 알고 엄마(염정아) 몰래 수습에 나선다. 늦바람이 난 아빠 역은 김윤석이 직접 연기했다.
 
연출에 나선 계기는.
“늘 마음속에 있었다. 연극을 80년대 지방에서 시작했다. 그땐 배우가 조명, 포스터 부착, 매표까지 다 했다. 무대감독을 하며 공연 전체를 컨트롤도 했다. 대학 때 연극 연출로 상도 받고 극단 학전에서 연출부 하면서 언젠가 영화 연출도 해보고 싶단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졌다.”
 
감독 데뷔작 소재가 불륜인데.
“원작이 2014년 창작희곡 발표회에서 본 미완성 작품이다. 보자마자 결심이 섰다(영화 각본은 원작자 이보람 작가와 그가 공동으로 썼다). 어른들의 위선, 나약한 모습이 아이들 대화를 통해 더 잘 보이더라. 두 친구가 때론 싸우고 힘을 합치는 성장담에 감동 받았다. 불륜이 어찌 보면 평범한 소재잖나. 아침에 TV 틀면 어딘가에선 이 일로 싸운다. 아내도 ‘쉽지 않은 얘기지만 독특한 시각으로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면 해볼 가치가 있다’고 응원해줬다.”
 
여성 심리를 그린 게 의외다. 영화 ‘타짜’‘황해’ 등 마초적인 캐릭터로 널리 알려졌는데.
“친한 사람들은 오히려 ‘김윤석스러운 선택’이라 한다. (딸만 둘이어서) 집에 가면 저 혼자 남자다. 연극 연출도 했던 터라, 액션·스릴러보다 드라마와 캐릭터로 푸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남자라는) 태생적 한계는 주위 여성들과 대화하며 자문을 구했다. 공동 각본가, 편집기사, 배우들 대부분 여자였다.”
 

경력 30여 년의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김윤석. 극 중 불륜남은 그가 직접 연기했다.

염정아가 배신당한 아내의 감정을 눈꺼풀 떨림까지 절제미 있게 표현한다면, 영화 ‘공작’ ‘더 킹’ 등에서 인상을 남겨온 김소진은 내연녀이자 사연 많은 싱글맘을 엉뚱하고 소탈하게 소화한다. 김윤석은 “중견 여성 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염정아씨 캐스팅은 드라마 ‘SKY캐슬’보다 먼저였죠. 그의 무수히 빛나는 출연작 중 영화 ‘오래된 정원’ 한윤희 역을 가장 좋아해요. 김소진씨는 영화 ‘초능력자’에 짧게 나오는 모습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두 분 출연 수락에 들떴습니다.”
 
김윤석이 연기한 대원은 자칫 무거워질 법한 대목에 쉼표 역할을 한다. 출산한 내연녀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가 딸과 마주쳐 허둥지둥 도망치고, 아내에겐 비굴한 변명을 늘어놓는 작태가 우습고도 지질하다. 그는 13년 전 TV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도 불륜남을 연기했다. 바람을 피워 이혼하고도 전처의 새 출발을 훼방 놓는 그의 연기와 함께 시청률이 20%에 달했다.
 
불륜남을 직접 연기한 이유는.
“비중이 작고 비호감 캐릭터여서 동료들에게 선뜻 부탁하기 힘들었다. 이름도 ‘대원’이라 지은 이유가 익명성 때문이다.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을 지칭한다. 약하고, 옹졸하고, 치사해지는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제 구상으로는 필요할 때 외엔 뒷·옆모습만 나오면 됐다. 직접 하면 페이스 조절이 편할 것 같았다.”
 
네 여자의 속을 썩인 대원은 엉뚱한 데서 혼쭐이 난다.
“좀 맞아야지. 벌을 받아야 하고. 구사일생 돌아와 딸한테 듣는 말이 정말 강렬한, 정신적인 벌로 느껴지길 바랐다. 다쳐서 아내 따라 걸어가는 모습은 어디 엄마 따라가는 애 같지. 미성년도 아니고 유아다. 다만 대원으로 인한 분노가 극을 너무 장악해 네 여성 주인공의 파장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비참해도 좀 실소가 나게끔 조절했다.”
 
‘미성년’이란 제목이 중의적인데.
“성년이 아니란 의미도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美·미) 성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담았다. 이 영화에선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더 어른스럽다. 그걸 보여주려고 마지막 장면을 한 서른 번 고친 것 같다. 좀 불편하고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어른들은 왈가왈부할 자격 없는 결말이다. 나이 구분이 인격의 완성·미완성의 구분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니잖나. 물론 해석은 자유다. 어떤 의견이든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친한 감독들이 시나리오 쓸 때 3년은 걸린다기에 너무 길다고 했는데 저는 5년 걸렸다”며 “카메라 앞뒤를 오가며 연출·연기를 겸하니 당이 떨어지고 뼈가 아프더라. 다음엔 하나만 하겠다”고 했다. 감독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이번이 은퇴작이 안돼야 기회도 올 텐데요(웃음).”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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