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아노 한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라는 그의 노래 ‘왓 두 아이 노우?’ 가사는 진짜였다. 21일 오후 6시 피아노 대신 기타 한 대를 들고 무대에 오른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28)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여름이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 그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에 낭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저녁노을과 봄바람까지 완벽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초 그는 2017년 3월 정규 3집 ‘÷(디바이드)’ 발매 이후 그해 10월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다 오른쪽 손목과 왼쪽 팔꿈치에 부상을 당하면서 아시아 투어가 전면 취소됐다. 그는 첫인사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며 “2017년엔 못 오게 돼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넸다. 내한공연은 2015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올림픽주경기장이 공사 중인 상황에서 스탠딩이 가능한 규모를 찾다 보니 송도를 택하게 됐다.
 
그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과 대화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10년 전 관객 두세명을 앉혀두고 하던 노래”라며 2011년 발표한 ‘더 에이 팀’을 부르자 2만 5000여 관객이 화답했다. 2005년 데뷔 이후 클럽을 전전하던 그에게 무명 생활을 끝내준 곡이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린 곡이기도 하다. 2011년 1집 ‘+(플러스)’를 시작으로 2014년 2집 ‘X(멀티플라이)’와 3집 ‘÷’ 등 3장의 앨범은 전 세계에서 2000만 장 넘게 팔려 나갔다.
 
특히 3집은 기존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셰이프 오브 유’와 ‘캐슬 온 더 힐’ 등 한 앨범에 수록된 2곡이 동시에 싱글 차트 ‘핫 100’ 10위권에 진입했다. ‘셰이프 오브 유’는 12주간 1위, 33주간 10위권에 머물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시런은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아티스트’ 등 6관왕을 거머쥐고,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4일간 30만 명을 동원하는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셰이프 오브 유’는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도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그의 면모는 이날 공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의 요구는 지휘자처럼 정확했다. ‘다이브’ ‘해피어’처럼 신나는 노래는 떼창을 이끄는 한편, ‘테네리페 씨’처럼 조용한 노래를 부를 때면 관객의 경청을 부탁했다. 특별히 나라별로 선곡이 달라지는 메들리에서는 ‘기브 미 러브’ 등을 택해 왼쪽과 오른쪽 객석을 나눠 화음을 주문하는 등 함께 만드는 무대를 꾸몄다. 자신감과 연륜이 없다면 불가능한 연출이다.
 
팬들을 향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앵콜 무대에 올라 ‘셰이프 오브 유’와 ‘유 니드 미, 아이 돈트 니드 유’로 110분 간의 공연을 마쳤다. 기타 연주와 목소리를 즉석에서 녹음해 반복해서 쌓아가는 루프 스테이션으로 시작해 무대를 휘젓는 폭풍 래핑으로 마무리라니, 끝까지 반전 가득한 무대였다.
 
인천=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