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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피 나눠야 형제인가, 서로 돕고 살면 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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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01 22:00 조회1,2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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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오른쪽)과 이광수가 형제처럼 호흡을 맞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사진 NEW]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복지원에서 어릴 적 만나 줄곧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가 주인공. 몸을 움직일 순 없지만 누구보다 똑똑한 세하는 동구를 친동생처럼 보살피고, 강철 체력의 동구는 그런 형의 손발이 돼준다. 박 신부(권해효)가 세상을 떠난 뒤 서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은 복지원을 지키려 온갖 궁리를 짜낸다. 여느 형제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찰떡 호흡으로 난관을 헤쳐가는 모습이 각별한 웃음을 안겨 준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존모델이 있다. 1996년부터 10여년간 광주광역시 한 복지원에서 형제처럼 지내온 최승규씨와 박종렬씨다. 하도 붙어 다녀 별명이 ‘강력접착제’란다. 이런 사연은 최씨가 2002년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박씨는 휠체어를 밀어 함께 수업에 가고, 책장을 넘겨주며 곁을 지켰다.
 
이런 실화에 상상을 보태 직접 각본을 쓴 육상효 감독(56)을 개봉 전 만났다. 그는 “6년 전 제작사 제안으로 두 분을 만났는데 밝은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며 “광주에 자주 가서 셋이 밥 먹고 술 마시고 2박 3일 같이 지내며 혈연이 아니어도 사랑하고 도우면 가족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육상효 감독

어디까지가 실화인가.
“이 친구들 성격과 장애 유형을 따왔다. 중반 이후의 드라마는 가공한 것이다. 일상에서 찾아낸 것들도 유머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영화에 보면, 카페에서 주문은 세하가 하는데 카운터에선 동구밖에 안 보인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이런 경우 대부분 벽을 보게 되더라.”
 
시나리오에 3년이 걸렸다고.
“자칫 위험한 유머를 자제하고 드라마를 보강하는 데 오래 걸렸다. 이들의 행동 그대로를 보여주는 건 괜찮지만, 희화화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러 장애인 단체의 자문과 모니터링도 거쳤다.”
 
그런데도 코미디로 풀어낸 이유는.
“서로 웃다 보면 가까워진다. 저부터 많이 바뀌었다. 장애인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휠체어 탄 분이 ‘저처럼 의자 갖고 다녀야죠’하는 농담에도 같이 웃게 됐다. 영화가 대단한 건, 나와 다른 상대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웃음이 통하면 다 함께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 인물들도 영화를 봤나.
“승규씨만 서울에 와서 시사회로 봤다. 똑 부러진 친구인 데다 장애 활동 전문가여서 따끔하게 말할 성격인데 편견 없이, 균형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 법정 장면에서 장애인의 자립에 관한 대사는 자기가 말하는 것처럼 울컥했다고, 라면 먹는 장면은 딱 자기네들 같아서 크게 웃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장애인 간의 더불어 삶과 자립을 다룬 점에서 기존에 장애를 다룬 영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만, 주변 현실을 너무 착하게 그린 인상을 준다. 감독은 “극 중 상황이 현실보단 순화됐다”면서도 “영화 전체의 뜻이 올바르게 전해진다면 친근하고 밝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각자 입장을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착한 얘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신하균은 감정이 격해질 때조차 몸을 꼼짝 않는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은 “신하균씨가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여서 ‘배우부장’이라 불렀다”며 “발음이 좋은 데다 장면마다 감정 톤을 정확히 제시해줬다”고 돌이켰다. 이광수에 대해선 “TV예능과 달리 말 없고 초식동물같이 순한 눈빛이 좋았다”며 “광수씨 몰입도가 워낙 높아 감정적으로 중요한 컷을 먼저 찍고 나머지를 보충해갔다. 지적장애 특유의 동작을 억지로 설정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를 가장 보여주고 싶은 관객으론 “미현 같은 취준생”을 들었다. 미현(이솜)은 동구가 다니는 수영센터 알바를 하다 수영대회 출전까지 돕게 된다. 그러고 보면 감독의 전작 ‘방가? 방가!’(2010)의 주인공도 부탄인 행세로 위장 취업한 백수 청년이었다.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뭉클하게 담아낸 이 소동극은 97만 관객을 모아 저예산 코미디로는 대박을 터뜨렸다. 감독은 “저희 큰애도 대학생이고, 제자들 봐도 느낀다. 요즘 젊은 세대가 다들 ‘존버’한다고 하잖나. 힘들면 도우며 살자, 같이 용기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력이 독특하다. 스포츠지 기자였던 그가 가수 김현식에 관해 쓴 책을 재미있게 본 김홍준 감독 제안으로 ‘장미빛 인생’의 각본을 쓰게 됐고, 또 ‘축제’의 각본을 맡아 임권택 감독과도 인연을 시작했다. 연출 데뷔작은 2002년 차인표·김윤진이 주연한 코믹 로맨스 ‘아이언 팜’. ‘방가? 방가!’ 이후 자전적 코미디 ‘구국의 강철대오’가 실패한 뒤에는 “항상 내가 아니라 동시대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를 쓰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의 감독 리처드 커티스를 좋아하는데 그분 영화에는 장애인·유색인종·동성애자가 다 나와요.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위로하는 웃음을 준달까요. 생각 거리를 주는 게 좋은 코미디죠. 그런 본질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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