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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봉준호 이름이 곧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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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26 22:00 조회1,1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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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 [사진 각 영화사]

“한국 장르영화의 발전에서 중요한 건 할리우드 장르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적 것들, 인간적 고뇌, 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대한 얘기가 편하게 섞여들었다. 이젠 장르영화에 사회적 요소가 없으면 더 낯설다. 1930~40년대 장르적 규칙을 만든 미국영화사와 다른, 한국영화만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첫선을 보인 다음날, 봉준호(50)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의 영화도 그렇다. 그는 장르영화의 익숙한 틀에 대담한 상상력, 새로운 캐릭터, 사회와 현실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결합해 기존 공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왔다.
 
관객 호응도 뜨거웠다. 2006년 ‘괴물’이 1000만 영화가 된 것을 비롯해 굵직한 흥행 성공을 거둬왔다. 봉준호는 작가주의 감독인 동시에 흥행 감독, 매니아만 아니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 백수나 다름없는 지식인(이성재)과 아파트 경리 직원(배두나)이 강아지 실종사건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코미디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2003년 두 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 [사진 각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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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03년 두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은 관객과 평론가 모두 사로잡았다.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는 스릴러, 그래서 상업적 성공이 불투명했던 영화는 525만 관객을 모으는 큰 성공을 거뒀다.  
 
1980년대 경기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지역 형사(송강호)와 서울 형사(김상경)의 어설픈 협업, ‘과학’보다 ‘강압’이 우선인 우왕좌왕 수사에는 시대적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났다.  
 
영화의 소재는 지금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제 사건. 현실이 곧 스포일러인데도 정교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끝까지 긴장을 이끌어냈다.
 

2006년 1300만 관객을 모은 ‘괴물’. [사진 각 영화사]

이 ‘믿고 보는 감독’은 2006년 ‘괴물’로 폭발적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는 장르적 상상력, 납치당한 딸(고아성)을 구하기 위해 무능한 공권력 대신 가족이 직접 괴물과 싸우는 극적인 전개가 맞물렸다. 1301만 관객이 관람해 당시 역대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2009년 ‘마더’는 직접 각본을 써온 그가 배우 김혜자를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빚어낸 영화다. 다 컸지만 좀 모자란 아들(원빈)이 살인사건 피의자로 구속되자, 아들을 구하려는 엄마(김혜자)의 무서운 분투가 이어진다. 통념과 사뭇 다른 모성애, ‘국민엄마’ 김혜자와 결이 다른 김혜자를 강렬하게 보여줬다.
 
그 사이 봉준호 감독은 영화 제작의 무대를 다양하게 넓혀왔다. ‘마더’에 앞서 2008년 단편 ‘흔들리는 도쿄’는 프랑스 감독들과 함께 옴니버스 프로젝트 ‘도쿄!’에 초청받아 일본에서 찍었다.  
 
2013년 ‘설국열차’는 본격적인 다국적 프로젝트. 한국영화이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송강호·고아성에 더해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벨, 존 허트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기상이변으로 지구 전체가 얼어붙은 미래 세계를 달리는 열차를 무대로, 굶주리고 비참한 꼬리 칸 사람들이 앞 칸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계급투쟁의 상징 같았다.
 
2017년 ‘옥자’는 미국의 세계적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했다. 강원도 산골 소녀, 이 소녀가 길러온 슈퍼 돼지 옥자를 통해 글로벌 식량기업 등의 탐욕을 그려냈지만 영화 자체보다 넷플릭스 영화란 점에서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기생충’은 이런 감독이 ‘마더’ 이후 10년만에 온전히 한국사회를 무대로, 한국어로 찍은 영화다. 황금종려상 수상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 배경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봉준호를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기 얘기를 똑부러지게 할 수 있는 뛰어난 감독”이라며 “아주 구체적인 게 보편적이라는 말처럼, ‘괴물’ ‘설국열차’ ‘마더’ 등 굉장히 한국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묘사가 보편적인 세상살이의 아이러니나 모순을 보여주곤 했다”고 평가했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소식에 임권택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구나 알았다. 그 때부터 늘 기대를 했다. 정말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2년 ‘취화선’으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그는 “한국이란 나라의 영화적 수준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경사”라며 “제 입장에서는 소원이 이뤄진 것 같다”고 축하했다.
 
이후남 기자,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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