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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기생충’의 두 얼굴 이정은 “주윤발처럼 대중과 섞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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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3 22:00 조회1,3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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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빈부격차를 풍자적으로 그려 750만 관객을 돌파한 ‘기생충’, 이정은은 부잣집 가정부 역으로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 딴엔 문(門)이나 광(廣)하고 상관있나, 영어 문(moon·달)을 써서 달밤에 미친 광녀인가, 여러 상상을 했죠. 봉준호 감독님한테 묻진 않았어요. 워낙에 딱 이거다, 얘기 안 하시는 편이라.”
 
‘기생충’에서 박사장(이선균)네 가정부 ‘문광’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49)의 말이다. 비중은 조연이지만 관객 백이면 백 그를 신스틸러로 꼽는다. 쏟아지는 호평에도 그는 겸손 또 겸손했다.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더 먼저 배운 것 같아요. 어떤 역이 와도 즐겁게 하며 버텨왔고, 아니, 버틴다기보단 내가 봐도 좋은 이야기에 일조하는 게 재밌었어요. 작품은 전적으로 작가와 감독의 역량이거든요. 이번에 저보고 연기 잘했다고 하시는데 이미 그렇게 두드러질 수 있는 역이었어요. 우리(배우)는 거기에 몇 프로 창조성을 더할 뿐이에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세 번째. 10년 전 ‘마더’에서 장례식장 장면의 친인척 중 하나로 등장한 게 처음이다.
  

영화 ‘변호인’의 이정은. [사진 영화사]

봉 감독과 첫 만남은 어땠나.
“‘마더’ 오디션을 3차까지 보고 감독님 미팅을 했다. 아주 작은 역인데도 내 이름을 부르며 어마어마하게 신경 쓰기에 덩달아 더 열심히 했다.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원빈씨, 송새벽씨랑 창작뮤지컬 ‘빨래’를 보러 오셨더라. 감독님이 워낙 덩치 있잖나. 끝날 때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서 얼떨결에 객석에 기립박수가 물결쳤다. 그때부터 ‘서글서글하고 캐릭터 만들 때 여러 지점이 있는 목소리’라더니 ‘옥자’에…(웃음).”
 
2년 전 ‘옥자’에선 슈퍼돼지 옥자의 목소리를 맡았다. 그는 “나름 타이틀롤”이라고 했다. “상상 속 캐릭터다 보니 비슷한 짐승 소리를 발췌하고 엄청나게 준비했죠. 감독님이 ‘너무 많이 노력하셨다’더니 ‘저하고 앞으로 말도 안 되는 걸 하자’더군요.”
 
‘옥자’시사 때 ‘기생충’을 제안받았다고.
“내년 스케줄 좀 비워놓으라며 감독님이 한장짜리 콘티를 줬다. 문광이 벽 위쪽에 달라붙어 뭘 밀고 있었는데 어디 갇혔나 싶더라. 재밌고 이상한 영화라는 말에 도전 욕구가 생겼다. 전체 시나리오는 작년 5월 촬영 들어가며 봤는데, 너무 좋더라. 부자와 빈자, 그 사이의 어떤 지하방. 다만 제가 너무 귀염상인데 공포 효과가 날까, 그게 좀 두려웠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정은(왼쪽). [사진 방송사]

영화 중반, 비에 쫄딱 젖은 그가 박사장네 인터폰 화면에 비치는 장면은 등장만으로 섬뜩하다고 호평받았다. “전 사실 웃기지 않을까 했어요. 영화를 본 친구들은 저 술 취했을 때 같다고…. 제 딴엔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어서, 귀엽고 예의 바르게 되게 착한 사람처럼 구는데 남들 눈엔…(웃음).”
 
사실 문광의 첫 등장은 우아하다. 이정은은 "실제 그런 부잣집에 한번 가봤는데 가정부 어머님들이 워낙 품위 있다. 누가 주인인지 모를 만큼. 외제차 몰고 쉬는 시간엔 독서도 하신다”고 했다. "아마 직업상 요구받겠죠. 감독님도 그런 인물을 주문하셨어요.” 박사장네 과외교사 면접을 보러온 기우(최우식)를 맞이하는 장면이 대표적. "저도 얹혀살면서, 아직 고용 안 된 청년을 야리면서 커피잔을 들고 건방지게 걷잖아요. 거의 물아일체. 저는 그 장면을 볼 때 어떤 클로즈업보다 짜릿해요.”
 
남편 역의 박명훈은 오랜 동료라고.
"2005년 연극 ‘라이어’ 초연하며 처음 만났다. 이번 캐스팅에 서로 놀랐다. 아이 없는 부부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명훈씨와 많은 얘길 나눴다.”
 

JTBC ‘눈이 부시게’의 이정은. [사진 방송사]

박명훈은 봉 감독이 박석영 감독의 독립영화 ‘재꽃’을 보고 "술 취한 연기는 세계 최고”라며 캐스팅했다. ‘기생충’에서 부부의 실체, 특히 남편 근세는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개봉 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정은도 개봉 한참 뒤에야 인터뷰에서 나섰다. "명훈씨가 칸영화제까지 가서 레드카펫도 못 서고 공식상영도 2층 객석에서 따로 봐서 안타까웠어요. 근데 얼마 전 무대인사 갔더니 명훈씨한테 ‘리스펙!’ 하는 극 중 대사가 쏟아지고. 아이돌급 인기를 실감했죠.”
 
그는 지난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블리’로 사랑받고 올해 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조연상을 차지했다. 동료 배우 이선균이 "우주의 기운이 모였다”고 할 정도. 올 하반기 방영될 웹툰 원작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선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 역에 캐스팅됐다.
 
배우로서 꾸준히 신뢰받는 비결을 묻자 "웬만하면 유쾌하게 촬영하려는 노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괴로움이 있어도 일을 다 끝내고 요구사항을 전달하죠. ‘리허설 배우’란 별명도, 동료들이 실감 나게 하도록 실전처럼 맞춰주다 보니 생겼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닐 땐 연극 연출만 했다는 그다. "어머니도 배우상은 아닌 것 같다시고(웃음). 근데 제가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 좋아했거든요. 점점 나설 기회가 없으니 쭈그렁탱이가 되는 거예요. 박광정 오빠가 연극 연출하는데 도와달라기에, 연출부로 세 작품 하면 무대에 배우로 세워 달라 딜을 했죠.” 그렇게 1994년 연극 ‘저 별이 위험하다’에서 인신매매범 역할로 맘껏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도 친구들 만나고, 강아지와 산책하고, 한강 가서 대본 외는 일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주윤발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분처럼 평범하게 노후에 지하철 타고 일반 대중 속에 있고, 그런 모습이 좋아요. 팬이 막 몰려드는 정도는 말고, 길 가다가 ‘아유, 어디서 봤어, 같이 사진이나 찍어’ ‘먹구 가’ 하는 정도의 인기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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