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미생도 슬의생도, 대본만큼 연기했기를…” ‘돌멩이’로 첫 주연 김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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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16 03:00 조회1,1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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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하는 김정식 감독 저예산영화
8살 지능의 '어른아이' 통해 진실 질문
"인기 모르겠고 빠져들면 자신 없을 듯"
영화 ‘돌멩이’(15일 개봉) 각본을 쓰며 8살 지능을 가진 석구를 구상했을 때 김정식 감독은 처음엔 적합한 30대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대명이 시나리오를 보고 하겠다 했을 때 그제야 딱 맞는 그림으로 완성됐다. “바깥에서 어떤 레퍼런스를 찾기보다 내 안에서 여덟살 김대명은 어땠을까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김대명 역시 첫 스크린 주연작을 통해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등 안방극장에서 다져온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맞고 틀리다가 아닌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영화를 찍은 뒤 나 또한 상대가 아니라고 할 때 한번쯤 더 귀 기울이는 변화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가 맡은 석구는 정이 많은 농촌마을에서 홀로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성당 노신부(김의성)의 돌봄을 받는 유쾌한 ‘어른아이’다. 아빠를 찾으러 마을에 온 가출소녀 은지(전채은)와 눈높이 우정을 쌓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은지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모두로부터 등돌림을 당하게 된다. 김대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 채 세상에 대한 선의를 놓지 않는 석구를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천진함과 안타까운 몸짓으로 표현해냈다. 엔딩 장면의 저수지에서 자신이 디딘 물 속 혹은 세상의 깊이를 어림짐작하려 애쓰는 그의 표정이 일렁이는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다.
김대명은 “친구를 대가 없이 믿어주고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는 석구가 오히려 부러웠다”면서 “돌이켜보면 어렸을 땐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감추더라. 슬퍼도 기뻐도…. 그래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연구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석구 같은 이들을 돌보는 시설에도 찾아갔다. 다만 이들을 직접 부딪치기보다 20년 이상 돌본 교사를 만나 얘기를 듣는 쪽을 택했다. “선생님께서 이들이 직접 만든 DVD를 건네줬는데, 그걸 보니 정말 우리와 다를 게 없더군요. 투박하게 촬영한 영상 속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그대로이고, 내게 남아있던 마지막 편견까지 깨버리는 계기였죠.”
관객은 문제의 사건 장면을 소리가 소거된 상태에서 지켜보는데, 앞뒤 맥락을 보고서도 석구의 ‘진실’을 100% 확신하지 못한다. 자신이 본 것을 100% 확신하는 쉼터 교사 김 선생(송윤아)처럼 관객의 판단 역시 오류일 수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노신부(김의성) 역시 처음엔 석구를 도우려고만 하지 그의 진실을 밝히려는 입장은 아니다. 외면하는 친구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석구의 혼란이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김대명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석구가) 안쓰럽고 힘들 거라는 것도 나의 착각일 수 있죠. 오히려 모든 게 명확한 내가 더 힘들지 않나 생각도 드니 말이죠.”
추석 연휴 땐 곽도원‧김희원 등과 공동주연으로 좌충우돌 범죄수사물 ‘국제수사’도 선보였다. 필리핀에서 현직 경찰 곽도원을 골탕 먹이는 배역인데도 악의보다는 어눌한 장난기가 돋보인다. 최근 ‘슬의생’에서 따뜻한 산부인과 전문의 양석형 캐릭터를 선보였던지라 ‘원래 천성이 선량한가’ 싶을 정도다. “전혀요(웃음). 나쁜 악역도 많이 했고(‘내부자들’ ‘마약왕’ 등) 그걸 배제하려 할 때도 있는데, ‘국제수사’의 황만철 역은 생활감이 묻어났으면 하는 캐릭터였어요. 소박함이 잘 드러났다면 기쁩니다.”
“인지도가 높아져서 어떠냐고들 하는데, 전 특별히 달라진 게 없어요. 실은 (인기를) 평상시에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빠져들면 자신이 없거든요. 그냥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너무 좋고, 좋은 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좋고. 이번 영화에 ‘슬의생’ 동료들이 응원 영상 보내준 것도 고마울 뿐이죠.”
“했던 연기는 돌아보면 늘 부끄럽죠. 대본에 쓰인 대로만 잘 하는 게 소원입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건 제가 계획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연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릴 겸 하는 데까지 하려고요. 연내 ‘슬의생’ 시즌2로 다시 찾아올게요.”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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