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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방송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음악예능 장인 조승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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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16 02:00 조회1,2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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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폴인이 만난 조승욱 JTBC 예능본부장_'사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2019년에 방송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슈퍼밴드〉는 저의 '인생 프로그램'입니다. 노래와 악기 연주, 작사와 작곡 등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인이 모여 '팀'이 되는 과정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저는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들이 한 호흡을 맞추고 행복하게 노래·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성장 이야기는 제 친구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와닿았죠. 오죽하면 방송 후 진행된 공연을 보러 KTX를 타고 3시간 거리를 아내와 함께 달려갈 정도였습니다.
 
<폴인이 만난 사람〉을 계기로 '최애(가장 좋아하는)' 방송을 기획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제게 행운이었습니다. 그런 설렘을 안고 마주한 조승욱 JTBC 예능본부장이 전해준 기획의 힘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20년 넘게 PD로 달리며 수없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기획자 조승욱. 그가 만든 명장면 곳곳에 녹아든 사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이 콘텐츠는 지식플랫폼 폴인의 스토리북 〈폴인이 만난 사람〉의 5화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결국 방송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상암동 JTBC 1층에서 폴인과 인터뷰하고 있는 조승욱 본부장. ⓒ 폴인

〈히든싱어〉 〈팬텀싱어〉 〈슈퍼밴드〉 그리고 〈비긴어게인〉과 〈싱어게인〉까지.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음악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모두 한 방송국에서 나왔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심지어 음악 전문 채널도 아닌 곳에서요. 그리고 이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했거나 총괄하는 일에 함께한 PD가 있습니다.
 
JTBC의 조승욱 예능본부장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해 소위 '대박'을 내며 콘텐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인물입니다. 시즌6까지 마무리한 〈히든싱어〉를 비롯해 〈팬텀싱어〉와 〈슈퍼밴드〉를 기획한 게 그였고, 2019년 말부터 JTBC의 예능본부를 총괄하고 있죠. 심지어 과거 KBS에서 일하던 시절 그의 주요 활동 목록에도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음악 예능계의 장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년이 넘는 PD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음악 프로그램을 다뤘다는 그의 프로필을 보면서, 왠지 직접 노래하는 사람보다 음악 이야기를 더 깊게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조 본부장은 '음악 예능' 이상의 것을 말해줬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마음 깊이 남은 건, 결국 '사람 이야기'였어요. "음악 프로그램 커리어를 일부러 계획한 건 아니었다"며 말을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음악을 다루며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만든 건 아니었어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길만 판 것처럼 많은 분이 생각하시더라고요.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꼭 이것만 하겠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음악을 좋아하고 아는 만큼 프로그램에 더 반영하려는 건 있었어요. 즐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시는 분들이 나만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죠.
 
이런 마음을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궁금해요.
한 가지 색깔만 내려고 하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함께 일하는 PD들의 좋은 기획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을 예로 든다면 〈슈퍼밴드〉가 있는데요, 왜 음악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 중 하나가 '밴드 음악'이잖아요. 재야의 고수가 모여서 자기 음악을 만들어내는 팀을 많이들 꿈꾸죠. 사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에서는 7080 그룹사운드 이외에 크게 부각된 적이 없었던 것에 주목했어요. 밴드를 꿈꾸는 젊은이가 설 수 있는 장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고, 이전 방송사들이 시도한 밴드 오디션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기존 오디션과 어떻게 다르게 했나요?
기존 오디션은 원래 있던 밴드가 나와서 경연을 펼치는 거라면, 저희는 소위 음악천재라고도 불리고 숨은 고수인 사람들이 모여 팀을 새로 꾸려서 음악을 하게 했어요. 혼자 하기에는 부족한데, 좋은 동지를 만나 팀을 만든다면 어떨까 상상한 거죠.

JTBC 〈슈퍼밴드〉에서 다뤄졌던 예선 무대 중 하나.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곡 'Adventure Of A Lifetime'을 네 명의 기타 연주자들이 표현한 무대였다. 해당 클립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70만회를 넘어섰다. ⓒ JTBC

혼자서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팀을 만나는 장면을 그려낸 거군요.
오디션의 경우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하는 서사가 중요해요.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어서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관계 속에서 나오는 호흡들이 프로그램의 큰 힘이 되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좋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 맞는 모습도 보이면서 재미있는 장면도 나왔고요.
 

음악에 담긴 '사람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분명 음악을 다루는데 '사람'이 더 많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수 윤종신씨가 "음악은 결국 스토리다"라고 한 말에 공감하는데요. 음악의 화성·편곡·악기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음악에 담은 '이야기'라는 거죠. 저도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자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고, 가사 속 숨은 이야기도 발굴하게 하고 싶었어요.
 
〈히든싱어〉를 생각해 보면, 사실 듣는 것만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임이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듣던 음악을 훨씬 더 귀 기울여 듣게 된단 말이죠. 그러면 가사가 더 잘 들리고, 내용도 마음에 더 와닿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의도를 일부러 담은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프로그램에 조금씩 담아서 시청자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대로 이야기를 받아들이길 바랐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나 장면이 있나요.
너무 많죠.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히든싱어〉 시즌2에서 진행한 '故(고) 김광석 편'입니다. 고인이 된 가수를 처음으로 다뤘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의 매력은 진짜 가수와 모창능력자 두 축으로 채워지는데, 돌아가신 가수는 라이브로 노래할 수 없다는 게 어려운 점이었어요. 사실상 프로그램 절반이 비는 셈이었죠. 기술적으로도 현장에서 노래를 들을 때 라이브와 이질감이 없게 하느라 노력을 많이 했어요. 또 진짜 가수가 들어 있는 부스의 문이 열릴 때, 사진을 놔야 하나 비워놔야 하나도 고민했었죠. 결국 부스를 비우기로 하고 대신 조명으로 걸어 나오는 효과를 주기로 했습니다. 비어 있지만 함께하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하려고요. 이런 모든 노력이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가진 노래의 힘과 여운이 만나 의미를 더했던 것 같습니다.

고인이 된 가수를 처음으로 다룬 〈히든싱어〉 시즌2에서 진행한 '故(고) 김광석 편'의 일부. 조 본부장이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로 꼽은, 조명으로 걸어 나오는 김광석을 볼 수 있다. ⓒ JTBC

영감이 아닌 '출근'으로 만드는 방송

이야기를 들을수록 정말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결국 방송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나중에 완성된 방송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만들 때는 주변의 작가와 PD를 설득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또 출연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도 하죠. 결국 이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이 일의 전부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사람에 대한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일일 수 있죠. 그렇기에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섭외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2020년 가을에 마무리된 〈히든싱어〉 시즌6에 등장한 가수 이소라씨는 제가 직접 섭외했습니다. 2012년 12월에 이 방송을 처음 시작했으니 꼬박 8년 만에 성사된 건데요. 어떤 시즌을 준비할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모창능력자 예심도 진행했다가 사정이 생겨 불발되기도 했어요. 참가자로 출연했던 가수 어반자카파의 멤버 권순일씨도 과거 예심에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발돼서 미안하다고 말한 기억이 있네요.
 
심지어 시즌5를 앞두고는 제가 이소라씨의 공연장을 찾아가 "히든싱어 때 꼭 뵈어요"라는 사인을 받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번에 성공했죠. 사실 제가 처음 PD 생활을 시작한 1997년 1월,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조연출로 이소라씨를 처음 만났는데요, 방송 생활의 시작이 그와 함께였던 거죠. 약 23년의 시간을 걸쳐 〈히든싱어〉로 다시 만나니 감개무량했고, 서로 "하길 참 잘했다"는 피드백을 주고받았습니다.

〈히든싱어〉 시즌6 '이소라 편'에서는 어반자카파 멤버 권순일이 모창 도전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 JTBC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기획과 섭외를 해내게 하는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사실 영감을 특별히 얻는 방법은 없어요. 대신 한 유명 작가가 이런 얘길 하더군요.
 

영감은 아마추어에게나 필요하고, 프로는 매일 아침 출근한다.*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나 영감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결국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같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 작가들과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결과물이 나왔던 듯해요. 그러다 보니 좋은 프로그램이 나왔고, 또 실패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요. 어느 날 신이 내려준 번뜩이는 영감으로 해낸 것 같지는 않고, 꾸준히 일하는 리듬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미국의 작가 필립 로스는 장편소설 〈에브리맨〉에서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는 문장을 썼다.
 

불규칙한 루틴 속에서 새 리듬을 발견하는 방법

PD들은 루틴한 출근을 하기보다 극한의 제작 환경에 맞춰 움직이는 불규칙성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불규칙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굉장한 리듬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한발 더 나아가 예술가나 영화인은 어떤 시기에 집중해서 일하죠. 그런데 방송하는 사람은 주간 단위 방송으로 작업에 들어가면 보통 그 리듬에 지배됩니다. 예를 들어 금요일 방송이라면 그 방송을 만들기 전까지 프로그램에 빠져서 작업을 하고, 나간 뒤에는 대중의 심판 또는 피드백을 받죠. 시청률 표를 받기도 하고요. 그 리듬을 기본적으로 갖고 가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걸 고민하다가 그걸 프로그램에 넣어서 만들고, 좋든 나쁘든 얻은 반응을 자양분 삼아 다음으로 나아가는, 그런 리듬이 있죠.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챙기는 루틴이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뭘 한다고 말할 루틴이 없었어요. 최근에 생긴 것이 있다면 영양제를 잘 챙기는 것입니다(웃음). 원래 그런 걸 안하고 살았는데, 1년 정도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먹는 것을 꾸준히 하니 좋더라고요. 불규칙적으로 사는 나도 뭔가 꾸준히 할 수 있구나 싶어 다른 루틴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요즘, 기획자로서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후략)
 
※이 콘텐츠는 폴인의 스토리북 〈폴인이 만난 사람〉의 5화입니다. 인터뷰이들이 전하는 삶의 변화, 그리고 세상과 일의 변화를 이 스토리북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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