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살인범 정체를 첫회에? 범인찾기 넘어선 요즘 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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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3-25 03:00 조회1,1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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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20년 연쇄살인마 ‘괴물’
상위 1% 사이코패스 ‘마우스’
사건보다 왜 그래야했나에 집중
시청자들, 심리게임 묘미에 열광
‘괴물’의 화살표는 매회 다른 인물을 향한다. 20년 전 쌍둥이 동생 이유연(문주연)의 살인 용의자로 조사를 받은 이동식(신하균) 경사는 공공의 적이다. 만양에서 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용의 선상에 오른다. 하지만 그를 의심하게 한 증거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 또 다른 정황이 포착된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박정제(최대훈) 경위부터 남달리 아껴주던 남상배(천호진) 소장 등 가족같이 지내던 동료 경찰이 속속 의심스러워지는 것. 이미 6회에서 연쇄살인범은 만양슈퍼 사장 강진묵(이규회)으로 밝혀졌지만 이유연 사건이 미제로 남으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신하균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예열 단계였다”며 "후반부에는 또다른 미스터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반전을 예고했다.
장르물의 문법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두 작품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심리 게임의 묘미 때문이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두 작품 모두 범인이 누구냐는 결과론이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느냐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몰입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짚었다.
범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부분.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사건에 집중했던 장르물이 범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룬 ‘시그널’(2016)이나 검찰 스폰서 사건으로 촉발된 ‘비밀의 숲’(2017), 검경수사권 조정을 다룬 ‘비밀의 숲 2’(2020) 등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개인으로 그 범위를 좁혀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4~5년간 장르물이 늘어나면서 전형적인 구도나 장면을 짜깁기한 작품도 많아졌다. 장르물에 대한 피로도를 높인 이유”라며 “통상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둘러싼 인물과 감정 묘사가 훨씬 중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결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심리 묘사도 상당히 세밀한 편이다.
‘마우스’에서는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무너져 내리는 성지은 역의 김정난이나 이들 손에 부모와 형을 잃은 피해자 고무치 형사 역 이희준의 호연이 돋보인다. ‘괴물’의 과감한 캐스팅도 빛을 발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신하균-여진구를 제외하면 정육점 사장 유재이 역의 최성은, 문주서 강력팀장 오지화 역의 김신록 등 낯선 얼굴이 대부분이지만 연기 구멍 없이 하나같이 괴물 같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극본 및 연출에 대한 호평도 줄을 잇는다.‘마우스’를 쓴 최란 작가는 사극 ‘일지매’(2008)부터 ‘신의 선물-14일’(2014)과 ‘블랙’(2017) 등 판타지로 영역을 확장해왔고, ‘괴물’의 김수진 작가는 ‘매드독’(2017) 등 독특한 장르물로 이름을 알렸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괴물’에서 만양읍이라는 폐쇄적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개해 나가는 극본도 좋지만 심나연 PD의 담담한 연출이 특히 돋보인다”고 말했다. ‘열여덟의 순간’(2019)으로 장편 데뷔한 심 PD는 첫 장르물 도전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몰입감을 높인다는 평이다. 최백호의 ‘더 나이트’ 등 OST도 극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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