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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선수가 다쳤는데 "찬물 끼얹네"…귀 의심케한 '막말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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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8-10 03:00 조회1,0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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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선수가 8일 오전 일본 삿포로에서 남자 마라톤 경기를 하고 있다. 2021.08.08 삿포로=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L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
도쿄 올림픽 마지막날인 8일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선수가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자 MBC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선수는 13.5km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있는 듯 절룩거렸고, 선두권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은 폭염으로 많은 선수가 경기 중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습도가 80%에 달한 이 날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106명 선수 중 30명이 중도 기권했다"고 전했다.
 
오 선수의 상태를 염려하거나 부상에도 최선을 다했던 투혼을 평가할 수도 있었지만,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아, 이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오주한 선수가 이번에 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의 은메달, 황영조의 금메달에 이어 또 한 번 메달을 바라본다고 저는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는데…." 
 
이런 발언은 금세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귀를 의심했다"거나 "표현이 지나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여론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중계방송,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중계방송은 메달을 강조하고, 자국 중심적 관점으로 보도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대중은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며 이를 비판하는 현상이 거듭됐다.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인 8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해 탈진한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퇴장하고 있다. [삿포로=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사라진 올림픽 정신 
올림픽 첫날 개막식 중계부터 MBC는 참가국 소개에서 적절치 않은 사진과 소개 문구를 올려 논란을 빚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 재난’으로 꼽히는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진을 띄웠고, 아이티에 대해선 현지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넣은 MBC [사진 MBC 중계방송 캡쳐]

이는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해 뉴욕타임스는 "MBC는 해당 국가에 공격적이거나,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MBC는 박성제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논란거리는 그치지 않았다. MBC는 축구 조별리그 B조 루마니아와의 2차전에서 전반전 후 중간광고 시간에 오른쪽 상단 자막으로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루마니아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전반전에 자책골을 넣은 점을 조롱한 셈이다. 루마니아 축구협회는 "한국 공영방송 MBC가 자막으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며 비판했다.
 

7월 26일 도쿄 올림픽 참가국 소개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는 박성제 MBC 사장 [사진 MBC]

여전한 메달 중시·상대 무시
KBS는 여자 탁구 단식 2회전 경기를 중계하면서 신유빈 선수의 상대였던 룩셈부르크 니시아리안 선수에 대해 "탁구장 가면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숨은 동네 고수 같다", "여우 같다" 등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양궁 혼성 단체 결승에서는 네덜란드 선수가 10점을 쏘자 "의미 없다. 10점 쏴도 (한국을) 못 이긴다"며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드러냈다. 
금메달에 대한 집착도 여전했다. MBC는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딴 순간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SBS도 여자 양궁 선수들에게 '태극낭자' '얼음공주' 등의 표현으로 양성평등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자탁구 단식 2회전에서 대결을 펼친 신유빈(좌)과 니시아리안 [뉴시스]

여과 없는 반일 감정
개최국 일본을 지나치게 깎아 내리는 듯한 중계도 대중의 반감을 샀다. 
KBS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펼쳐진 드론쇼에 대해 "드론쇼는 평창올림픽이 처음이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된다"고 말해 '국뽕' 논란이 일었다. SBS는 개회식에서 홀로 러닝머신을 뛰는 모습을 연출한 일본 선수에 대해선 "홈쇼핑 같다"고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양궁 3관왕이 된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꽃다발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올림픽에 대한 시선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달라졌다. 과거엔 국가 간의 대결 구도라든지 누가 금이냐, 1등이냐, 메달권이냐에 대해 굉장히 집중했다면 지금은 국가 차원을 넘어서 상대 팀이라도 잘하면 박수를 쳐주고, 여자배구나 육상 높이뛰기에서 보이듯이 메달과 무관하게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데 미디어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계방송 캐스터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도 성 평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멘트가 나오는 원인 같다"며 "논란이 계속 불거져야 관행이 바뀐다. 미디어에 많은 숙제를 남긴 올림픽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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