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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0-13 13:49 조회9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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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9)

우리 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가전제품은 무엇일까? 이견의 여지 없이 냉장고라고 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인덕션 등 조리기구는 하루에 한 시간을 쓰기가 어렵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빨래할 때 그뿐이다. 전기세 걱정을 하게 만드는 에어컨도 여름철 한때뿐이다. 텔레비전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24시간 볼 수 없지만, 일등 일꾼 냉장고는 구매와 동시에 버려질 때까지 연중무휴 24시간 열심히 일한다.

냉장고는 이제 인류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얼음에 의존하다가 18세기에 기계식 냉장고가 만들어졌고, 20세기에 이르러 가정용 냉장고가 발명되었다. 냉장고는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식자재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어 영양 섭취가 월등히 나아졌다.

냉장고가 각 가정에 있게 보급된 것은 수십 년이 채 안 되는데, 이제는 2~3대 있는 집도 많다. 물론 같은 냉장고를 여러 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치냉장고, 냉동고 등 다양한 종류로 갖추게 되었다. 집을 새로 리모델링할 때 주방에 냉장고 자리를 여러 대 놓게 꾸미는 게 트렌드가 되었다.

냉장고는 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가전제품이다. [사진 smeg]

냉장고는 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가전제품이다. [사진 smeg]

냉장고는 그 집안의 소비패턴을 잘 드러내는 가전이다. 우리 부부도 소비패턴이 처음에는 달랐는데, 나는 사서 쟁여두는 타입이고 아내는 필요한 걸 그때그때 소량씩 사는 타입이다. 당연히 내가 쓰던 냉장고는 깊숙한 곳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테트리스를 해가며 차곡차곡 채워져 있었고, 아내가 쓰던 냉장고는 여유 공간이 널찍했을 것이다.

사실 냉장고는 전문가의 설치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설치할 때는 뒤편의 열기가 잘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위에 물건이나 커버를 두는 것도 열의 방출을 막아서 좋지 않다. 청소 없이 방치된 냉장고에는 자칫 세균이 서식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다. 텔레비전에 집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쿡방을 보면 하나같이 깔끔하게 정리된 냉장고가 나온다. 그런 장면이 나올 때면 스스로의 냉장고를 반성하고 다시금 정리를 결심하지만 그때뿐이다. 나 같은 사람이 꽤 되는 모양인지, 냉장고를 전문적으로 청소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꽤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고 한다.

냉장고의 수납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있다. [중앙포토]

냉장고의 수납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있다. [중앙포토]

굳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진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정리하거나 청소하면 된다. 온라인이나 잡화점에는 냉장고 정리 아이템이 많다. 식재료별로 담을 수 있는 밀폐용기부터 트레이, 수납바구니, 보관용기를 위한 견출지까지 다양하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디자인과 색상을 통일하면 냉장고를 열 때마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향균패드라고 냉장고 바닥에 깔면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상품도 있는데, 물티슈로라도 간단히 가끔 냉장고 바닥을 닦아주는 것이 어떨까?

하지만 역시 냉장고 정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너무 많은 식자재를 보관하지 않는 것이다. 보기에도 그렇지만 전력 효율상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쟁여두고 식자재를 보관할 경우 자칫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요즘에는 환경을 위해 냉장고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는데,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화려한 원색을 이용한 냉장고가 인기다. [사진 삼성전자]

화려한 원색을 이용한 냉장고가 인기다. [사진 삼성전자]

요즘은 냉장고에 패션을 입히는 게 유행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냉장고는 메탈 재질이 대다수였고, 아주 가끔 흰색이나 검정 등 무채색이었다. 그러다가 원색을 사용한 냉장고가 히트를 하더니, 이제는 대세가 되었다.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는 것같이 강렬한 원색을 사용한 냉장고를 보니 우리 집 냉장고가 밋밋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냉장고는 이 정도의 물욕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 많은 정보를 옮기기 힘들다고 말하는데, 냉장고는 그 100배는 될 것이다. 냉장고는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리를 마련하는 일부터 보관하고 있는 식자재를 정리하고 옮기는 일 등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 냉장고를 바꾸게 되는 일은 고장이 나거나, 이사해서나, 결혼이나 독립 등 새로운 인생의 변화가 있을 때다. 그야말로 ‘인생쇼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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