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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버섯의 제왕’ 능이를 소 곱창과 같이 구워보았다[백종원의사계M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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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1-26 15:05 조회1,0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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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송이, 표고 위에 있는 그 녀석
능이를 소 곱창과 구우면 어떻게 될까?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지난 송이버섯 편에서도 얘기했지만 버섯의 맛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는 향과 식감이다. 어느 나라나 버섯을 식재료로 쓸 때에는 특유의 향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1 능이 2 표고3 송이’, 혹은 ‘1 능이 2 송이3 표고’라고 말할 때도 역시 그 순서는 향기의 순위다. 그 순위에서 2등과 3등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바뀌지만, 능이가 1등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표고버섯을 중국에서는 샹구(香菇), 즉 향기로운 버섯이라고 하는데, 우리 고문헌에서는 능이를 향이(香茸, 혹은 香耳)라고 부른다. 이 역시 향기로운 버섯이라는 뜻이다.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세 버섯의 라이벌 관계를 전 세계를 무대로 살펴보면, 사실은 표고의 압승이다. 일찌감치 양식에 성공한 표고버섯은 전 세계에서 식용 버섯으로 애용되고 있다. 반면 송이는 양식도 되지 않고, 까다로운 생육 환경 때문에 한-중-일 3국 외에는 널리 퍼지지 못했다. 능이는 그 둘의 중간. 우리가 능이라고 부르는 버섯은 한국 특산이지만 능이의 친척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능이버섯 속(屬)을 가리키는 학명 Sarcodon은 그리스어로 ‘살 속의 이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자의 모양이 사람 이빨처럼 보인다는 뜻이라나. 이렇듯 능이의 친척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식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송이에 이어 능이를 다루게 되니 빠진 표고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 백종원 대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능이 먹으러 와서 왜 자꾸 표고 얘기를 하냐고? 표고만 빼니까 미안해서.” 물론 〈백종원의 사계〉에서는 이미 표고를 다룬 적이 있다. 전남 장흥에서는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와 소의 차돌박이를 함께 구워 먹는 것을 장흥삼합이라고 부른다. 그때도 백종원 대표는 “표고야말로 기가 막힌 식재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때는 봄이고 지금은 가을. 표변(豹變)이라는 말이 본래 가을이 되면 표범의 털가죽이 아름답게 바뀐다는 말에서 왔듯 남자는 본래 가을이 되면 변한다. 지난주에는 송이가 최고였지만 이번 주, 능이를 만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능이버섯을 좋아했던 사람이 누구일까 고문헌을 뒤져 보면 뜻밖에 고려말의 시인 목은 이색이 나온다. 이색의 시 중에 “바다 멀리 제주에서 사람이 찾아와서/ 서한과 버섯들을 책상 가득 쌓아 놨네(人自耽羅海國來 素書香茸案頭堆)”라는 구절이 있는 걸 보면 그 시절에는 제주가 능이 산지로 유명했던 모양인데 오늘의 방문지는 송이에 이어 강원도 양양. 송이가 소나무 아래를 고집하는 반면 능이는 활엽수의 뿌리 근처에서 발견된다.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사계절 풍광과 제철 식재료를 함께 소개하는 '백종원의 사계'는 티빙(Tving)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사계절 풍광과 제철 식재료를 함께 소개하는 '백종원의 사계'는 티빙(Tving)에서 볼 수 있다.

미식가들은 송이를 날로 먹는 것을 권장하지만 능이는 숙회가 기본. 너무 강한 향(?)을 좀 중화시키는 의미도 있고, 선도가 떨어지는 능이는 날로 먹었을 때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능이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리나 닭을 같이 삶아 백숙으로 먹는 것인데, 아무튼 백종원 대표도 숙회를 시작으로 삼았다. 삶아 낸 능이를 찬물에 다시 헹궈 정갈하게 썰어 놓은 숙회. 기름소금과 초장 중 초장 윈. 삶아도 능이는 향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 강렬한 향과 어울리는 음식은? 백 대표는 백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 내장 가운데 막창, 곱창, 대창을 선택했다. 소는 네개의 위가 있는데 식재료로 쓰일 때는 순서대로 각각 양, 절창, 천엽, 막창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막창은 소의 4번 위(하지만 돼지 막창은 돼지 창자의 맨 끝,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직장 부위다. 혼동하지 마시길)를 말한다. 이어 곱창은 소의 소장, 대창은 소의 대장을 말한다.

막창과 곱창은 오래전부터 구이 재료로 널리 사용되어 온 맛있는 부위지만, 한국인이 소 대창을 구워 먹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기름 덩어리라 버리거나, 기름을 활용한 다른 용도로 쓰였던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식재료가 되어 지금도 이걸 먹는 게 좋으냐 나쁘냐를 놓고 논란이 이는 부위다. 식당에서 대창을 주문하면 처음에는 양이 풍성해 그럴듯하지만, 사실 굽고 나면 기름기가 다 빠져 먹을 게 없는 부위기도 해서 가성비도 매우 나쁘다.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 대표는 이 대창을 먼저 구워 팬 가득 기름을 빼고, 그 기름을 이용해 능이를 구워내는 재료로 활용했다. 양양산 소기름과 능이 향이 가득 찰 정도. 본래 버섯류는 기름과 궁합이 좋고, 특히 능이는 예전부터 민간에서 고기 먹고 체했을 때 소화제로 썼다는 전승이 있을 만큼 고기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실제로 우수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은재순 외, 한국산 고등균류에 관한 연구, 1998) 결과도 있다. 곱창 한 입, 능이 한 입, 곱창+능이+마늘을 한 꼬치에 꿰어 능이삼합으로 한 입…. 무섭게 소주를 부르는 음식이다.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백종원의 사계' 능이버섯. 인터넷 캡처

마무리는 볶음밥. 곱창과 대창을 팬 가득 구웠으니 가운데 기름이 그득하게 괴어 있다. 그걸 그대로 볶음밥에 활용. 소기름의 느끼한 맛 따위는 능이 하나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거기에채를 썬 파까지 투입한다. 기름에 일단 계란을 풀어 볶고, 거기에 찬밥을 투입. 볶음밥 재료로는 갓 한 뜨거운 밥보다는 수분이 날아간 식은 밥이 좋고, 냉동 건조밥을 데우지 않고 그냥 넣는 것도 좋다. 굳이 볶음밥을 한다면서 햇반을 데워 넣는 분들이 있는데, 큰 실수다.

10월인데도 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져 단풍 대신 우박이 쏟아지던 양양 법수치계곡 깊숙한 숲속. 소기름에구워낸 곱창과 능이 콤보, 이어지는 능이 볶음밥에 제작진의 뱃속도 따뜻해졌다. 가을. 버섯이 있어 강원도는 풍요로웠다. 다음엔 또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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