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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데이터가 접수한 현실, 행복한가’ 철학박사 미술가의 묵직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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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5-03 10:07 조회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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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팬데믹 기간 시위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찰 아바타가 춤추는 영상 ‘소셜심’. ‘소설 시뮬레이션’이란 뜻이다. [뉴시스]2020년 팬데믹 기간 시위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찰 아바타가 춤추는 영상 ‘소셜심’. ‘소설 시뮬레이션’이란 뜻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많이 쓰는 용어 중 하나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대신 ‘인공 멍청이’ 또는 ‘인공 우둔함(Artificial Stupidity)’을 말하는 이가 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 비평가인 히토 슈타이얼(56)이다. 첨단 디지털 사회의 다양한 이미지를 작품에 활용해 현대사회를 분석하고 통찰해온 그는 작업을 통해 “기술이 정말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냐”고 물어왔다.


최근 전시 개막을 위해 방한한 그는 “정교하지 못한 알고리즘과 봇, 이런 것들이 이미 우리의 현재를 망치고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재편된 세계상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수많은 자동화 서비스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첨단 기술과 전쟁, 자본의 연결성을 다룬 비디오 설치작품 ‘타워’. 스크린과 객석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출됐다. [뉴시스]첨단 기술과 전쟁, 자본의 연결성을 다룬 비디오 설치작품 ‘타워’. 스크린과 객석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출됐다. [뉴시스] 

현대 미술계에서 영향력이 큰 작가 중 한 명인 슈타이얼의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달 29일 개막했다.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작가의 대표작 23점을 소개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인 다큐멘터리 영화부터 디지털 기반 데이터 사회를 성찰하는 미디어 아트 설치작품 등 주요 작품을 망라했다.


가장 흥미로운 건 그가 현대사회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풀어놓는 방식이다. 일본과 독일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을 전공한 그는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조감독으로 활동했고, 오스트리아 빈 미술 아카데미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특한 이력은 감각적인 영상으로 예술과 철학, 정치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사물 인터넷, 로봇 공학, 3D 시뮬레이션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파고들며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남다르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화면에 역동적인 사운드, 그리고 객석이 어우러진 전시장은 영화 세트처럼 연출돼, 그 자체가 하나의 설치작품이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으로 진지한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시선을 끄는 대표작은 쉬지 않고 춤을 추는 경찰 아바타가 화면에 등장하는 ‘소셜심’(2020, 18분19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심장을 때리는 댄스 음악과 현란한 화면 속 캐릭터 움직임에 아찔해질 정도다. 화면 속 경찰 아바타의 춤은 팬데믹 이후 번져나간 대중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 군인의 행위를 데이터화해서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 2020년 시위 현장의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수 등의 데이터가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드는 데 쓰였다.


배명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단순화한 ‘소셜 시뮬레이션’으로, 가상공간이 현실 공간을 적극적으로 대체하는 현실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에 완성한 23분짜리 영상 ‘태양의 공장’도 주목할 작품이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현실 세계 속 한 개인의 육체노동(신체 움직임)이 데이터로 변환되는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데이터는 이제 컴퓨터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디지털 사회를 연구한 그는 알고리즘과 NFT 예술을 어떻게 볼까. 그는 “알고리즘은 역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으로는 근본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NFT 예술에 대해선 “극소수 작가만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미술시장과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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