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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지인간 중범죄 빈발, 나쁜 징조 초기에 악연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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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5-27 12:39 조회6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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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난해한 상황이 닥치면 인류는 운명, 팔자, 신의 뜻, 전생의 업보 등 다양한 해석을 동원해 인간적 한계를 설정한다. 일단 초월적인 힘이 작동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대부분 순명(順命)을 인간의 도리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인연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처럼 친밀한 관계일수록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며 조건 없이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믿음을 갖기 쉽다. 과연 그럴까.


미 여성 30%, 남성 10% ‘매 맞는 증후군’

물론 인연 중에는 귀하고 좋은 선연(善緣)이 있다. 하지만 철천지원수로 표현되는 악연(惡緣)도 존재한다. 불편한 진실은 심각한 중범죄는 낯선 타인보다 불가분의 친밀한 인연을 맺은 사이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 간에 피해나 악영향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66.4%가 가족이나 친척 등 아는 사람이다. 대검찰청의 2020년 살인 사건 분석 결과도 면식범이 56.4%(친족 24.3%,이웃/지인 16.3%, 애인 7.5%, 친구/동료 7.5% 등)다. 


악연이 뿌리내리는 걸 막으려면 나쁜 징조를 보이는 초기부터 단호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천의 얼굴을 가진 가해자의 진면목을 알기도 어렵고, 피해자 유형도 특정할 수가 없다. 실제 연령, 사회계층, 교육 수준, 경제 수준, 문화적 배경, 인종 등을 불문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대의 심각성은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르노 워커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을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으로 부르면서 부각됐다. 장기간 학대를 받은 아내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불안·우울·수면장애·공황발작·감정 폭발 등의 증상을 보인다.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발생한 학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시점부터 지속되기 마련이다. 가해자-피해자 사이에 긴장 축적(1단계), 학대 발생(2단계), 화해(3단계)에 이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비교적 쉽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는 아내뿐 아니라 남편, 연인, 동거 가족 등 인연이 깊다고 생각되는 관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최근 정신의학계에서는 ‘매 맞는 사람 증후군’으로 진단하며〈표 참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의 아류로 보기도 한다. 환자 발생률은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여성 30%, 남성 10%일 정도로 흔하다.


환자 치료의 걸림돌 중 하나는 피해자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자신이 학대받을 짓을 했다며 자신을 비하한다.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나치 독일의 선동가 괴벨스의 주장처럼 가해자로부터 욕이나 모욕을 끊임없이 듣는 과정에서 세뇌가 된 셈이다. 가해자에게 애정을 보이는 피해자도 흔하며, 학대받는 상황은 싫어하면서도 가해자와 관계가 단절되는 건 꺼리는 모순적인 태도도 나타난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 가는 인연 구분해야

일단 악연이 형성되면 피해자 자력으로 관계를 단절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해가 의심될 땐 주변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이때 가해자 비난과 피해자 예단은 삼가야 한다. 대신 피해자는 잘못이 없으며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후 심리치료, 약물치료, 집단 치료 등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


인연의 엄중함은 무소유의 가르침을 설법한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어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님은 진정한 인연과 스쳐 가는 인연을 구분해야 하며,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 투자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연세암병원 암지식정보센터 진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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