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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미쉐린 별 받은 한식당 6곳, 뉴요커들 북적이는 ‘핫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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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6-07 12:07 조회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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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고기 플레이팅. [사진 각 레스토랑]‘주아’의 실내. [사진 각 레스토랑] 

 ‘정식(Jungsik)’은 한식 파인 다이닝의 서막을 알림과 동시에 뉴욕 한식의 수준과 판도를 바꾸었다. 한국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응용한 음식과 맛의 깊이, 세련된 연출과 빈틈없는 서비스는 이제까지 없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로부터 12년 후, 많은 한인 셰프들이 뉴욕에서 진가를 발휘하면서 한식의 위상은 치솟았다. 정부도 하지 못하고 기업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현재 뉴욕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한국 식당은 6군데다. 일식당은 14곳을 받았지만 동시에 14개 일식당이 별을 잃어버리거나 폐업했다. 새로 별을 받은 일식당은 1곳에 불과하다. 판세는 뒤집혔다. 과거의 한식당이 한인이 외국손님을 데려오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뉴요커들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그릇 하나까지 한국 고급 문화를 담은 ‘아토믹스’. [사진 각 레스토랑]그릇 하나까지 한국 고급 문화를 담은 ‘아토믹스’. [사진 각 레스토랑] 

그 최전선에 ‘정식’ 출신의 셰프들이 있다. 김호영 셰프는 2년 전 ‘주아(Jua)’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김밥·갈비구이·쌈·죽 등을 재해석한 7가지 코스요리를 장작불로 구워 제공한다. ‘불맛’에 진심인 한국인의 입맛과 전통을 파인 다이닝에 적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박정현 셰프는 ‘아토보이(Atoboy)’와 ‘아토믹스(Atomix)’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외식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BTS 멤버, ‘오징어게임’ 출연진을 비롯한 유명인들과 전 세계 미식가들이 비행기를 타고와 세련된 한식과 함께 한인 예술가가 작업한 그릇, 한글 발음의 메뉴카드로 한국 문화와 예술을 경험한다. 이스트빌리지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해 최근 크게 확장 개업한 ‘오이지 미(Oiji Mi)’ 역시 독창성과 리듬감이 뛰어난 음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의 유명 디자인그룹 ‘아브로코’가 설계한 멋진 인테리어와 김세홍 셰프가 연출하는 아름다운 플레이팅은 고객의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해준다.


셰프들과 더불어 전문 경영인들의 노력이 빛나는 레스토랑도 있다. 김시준 대표의 ‘꽃(Cote)’이 대표주자다. 고기를 크게 몇 등분으로만 구분해 먹는 미국에 비해 발골 기술이 좋은 한국 정육의 전통적 장점을 극대화하고, 쇠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친절한 삽화로 보여주면서 화려한 와인리스트를 함께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쌈 문화, 나누어 먹는 문화까지 소개를 곁들인다. 1964년 문을 연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를 3대째 이어가는 윤주성 대표 역시 현지인의 감각에 맞게 정갈하고 업그레이드된 한국 숯불갈비를 전통주와 곁들여 선보이고 있다. 한인 셰프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후니 김은 ‘단지’와 ‘한잔’에 이어 최근 발효음식을 기반으로 한 반찬가게 ‘메주(Meju)’를 열고 그 내부에 맞춤메뉴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 스타일 맞춰 바·디저트도 만들어

전통술을 수입해 미국 전역에 소개하고 있는 김경문 소믈리에. [사진 각 레스토랑]전통술을 수입해 미국 전역에 소개하고 있는 김경문 소믈리에. [사진 각 레스토랑] 

이런 성공에는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레스토랑 디자인과 운영에 반영한 노력이 컸다. 대표적인 것이 바(bar)의 도입이다. 우리는 보통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를 하고 2차·3차로 술자리를 이어간다(간혹 노래도 곁들인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식사 전에 간단하게 술을 마신다. 소위 말하는 ‘선주후식(先酒後食)’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한식당에는 바가 없었다. 뉴요커들이 어색해했음이 당연하다. 현재 뉴욕의 새로운 한식당들은 모두 바를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술을 소개할 공간이 생기고 기회도 많아졌다. 한인 최초로 세계에 269명밖에 없는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김경문 소믈리에는 직접 한국 전통술을 수입해서 미국 전역에 소개하고 있다. 그는 “레스토랑에 근무하면서 한국 술을 찾는 손님들로부터 한식의 완성에는 전통술이 중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뉴욕에서 개점한 이은지 셰프의 디저트 전문점 ‘리제(Lysee)’의 메뉴. 사진 리제뉴욕에서 개점한 이은지 셰프의 디저트 전문점 ‘리제(Lysee)’의 메뉴. 사진 리제 

또 한 가지는 디저트다. 식사 후 과일이나 다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하는 동양과 다르게 서양에서는 디저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고급 레스토랑은 별개의 인원이 주방에서 디저트를 준비한다. 베이커리 ‘라 타바티에(La Tabatiere)’를 운영하는 원종훈 셰프는 ‘정식’의 초대 디저트 셰프다. 뉴욕의 웬만한 유명 베이커리보다 맛있는 곳으로 최근에는 갓 구운 빵으로 즉석에서 신선하게 만드는 샌드위치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정식’ 출신의 이은지 셰프도 디저트 전문점 ‘리제(Lysee)’ 개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빵과 샌드위치, 디저트의 본고장에서의 이런 도전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현상이다. 이렇게 한인 셰프들은 레스토랑 완성의 필수 요건인 술과 디저트의 영역도 하나씩 채워가며 외식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한식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손님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과 질문도 늘어난다. 레스토랑 이름으로 선택된 ‘단지’ ‘한잔’ ‘메주’ ‘오이지’ ‘꽃’ ‘아토(선물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는 우리에게도 무척 정겨운 단어들이다. 외국 손님들은 그 의미를 물어보고, 셰프는 그 설명으로 가볍게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식재료와 조리 방법, 그릇과 술을 비롯한 한국 식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과 존경이 이어진다.


금년에 가장 핫한 뉴욕의 레스토랑 트렌드 중 하나가 한식이다. 후니 김 셰프의 『마이 코리아(My Korea)』책이 뉴욕타임스의 호평을 받았고,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파이돈(Phaidon)에서 박정현 셰프의 집필로 한국음식에 관한 책 발간이 예정돼 있다. 뉴욕타임스, CNN, 포브스, 이터스, 시리어스 이츠 등의 매체에서도 “어떻게 한국 음식의 위상이 높아졌는가?” “이제 외국인들은 한식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등의 제목으로 앞 다투어 한식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세계 음식의 경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1990년대 다른 나라의 음식을 융합하는 ‘퓨전(fusion)’의 트렌드를 넘어, 현재는 음식을 독창적으로 접근하고 연출하는 개인 셰프들의 세대로 진입했다. K푸드는 ‘한국인이 현지의 재료를 가지고 현지인을 상대로 제공하는, 재해석된 한국음식’이다. 창조를 하려면 새로워야한다. 하지만 새로움에는 친숙함이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한인 셰프들의 창업은 정확하게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친숙한 음식의 맛과 형태, 서비스 방식을 제공하면서 그 속에 한국의 재료, 한국의 맛, 한국의 깊이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의 ‘오트 퀴진(Haute cuisine·고급 다이닝)’을 이끌고 있다. 클래식의 정의는 오래된 것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것이다. 현재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한인 셰프들이 만들어 내는 음식과 그 레스토랑이 21세기 초의 클래식이 될 거라고 믿는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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