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비수 김민재(왼쪽)와 미드필더 정우영(오른쪽 둘째)이 28일 열린 가나와의 H조 2차전에서 상대 선수들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김민재는 선발로 나와 한국의 포백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AP=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또다시 월드컵 본선 ‘2차전의 악몽’에 시달리며 주저앉았다.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도전장을 낸 월드컵 원정 16강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 랭킹 28위)은 2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61위)와의 카타르월드컵 H조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린 조규성(24·전북)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반 2골, 후반 1골 등 3골을 내주며 2-3으로 졌다.

지난 24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기록한 한국은 복병 가나에 덜미를 잡히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앞서 포르투갈에 2-3으로 패한 가나는 한국을 잡고 승점 3점을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2차전 무승’ 징크스가 반복됐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통해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이후 총 11차례 대회에서 36경기를 치러 6승(10무20패)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독 2차전에선 가나전을 포함해 단 한 번도(4무7패) 이겨보지 못했다. 8년 전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알제리전(2-4패)과 흐름이 비슷했다. 전반 초반 조직력을 앞세워 분위기를 장악하는가 싶었지만, 가나의 파상 공세가 시작되자 맥없이 무너졌다.
한국 이강인(왼쪽 둘째)이 가나전 후반 강력한 프리킥을 하고 있다. 이강인은 후반 교체 투입 돼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뉴스1] 

전반 24분과 34분에 상대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잇따라 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들어 전열을 정비하며 드라마틱한 동점을 이끌어냈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이라 불리는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후반 13분과 16분, 각각 이강인(21·마요르카)과 김진수(30·전북)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어 연속 득점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 교체 출전 이후 미남 축구선수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만 명에서 73만 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2골은 미소년 공격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실력으로 우뚝 선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팀 패배와 함께 조규성의 만화 같은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팽팽한 2-2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23분, 한국은 가나의 두 번째 골 주인공 쿠두스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벤투 감독은 가나 선수들의 뛰어난 스피드와 체격을 고려해 근육 부상 중인 중앙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를 선발 기용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지만, 상대의 파상 공세를 혼자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늘의 월드컵 

한국은 가나전 패배로 1무1패를 기록하면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FIFA 랭킹 9위)과의 3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포르투갈전은 다음 달 3일 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송지훈, 박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