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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가도 됩니까""가세요" 그리스 열차 160㎞로 정면 충돌…43명 앗아간 역장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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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02 14:31 조회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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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 

그리스 북부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밤 늦게 발생한 열차 정면 충돌 사고로 1일 기준 최소 43명이 숨졌다고 그리스 공영 ERT,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1일로 넘어가는 자정 직전 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마주 보고 달리던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충돌하며 화재와 탈선, 폭발 등이 일어났다. 사고 당시 여객 열차 안에는 약 350명의 승객이 탑승한 상태였다. 열차는 수도 아테네를 출발해 그리스의 제2도시인 북부 테살로니키를 향해 최대 시속 160㎞로 달리고 있었다. 열차는 사고 직전 라리사 역을 출발해 템페 시의 터널을 통과한 이후 마주 오던 화물 열차와 부딪쳤다. 화물 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 역을 향해 남쪽으로 이동 중이었으며, 철판과 건축 자재 등을 싣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여객 열차의 기관부를 포함한 1·2호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손됐고, 3호차는 탈선했다. 그리스 정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소방·경찰 인력 500명과 크레인 등 중장비를 투입했지만 정확한 희생자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초기 발생한 화재로 1·2호차 내부 온도가 섭씨 1200~1500도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충돌 당시 충격으로 열차 앞부분이 공중으로 들리면서 열차 밖으로 이탈된 희생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지점에서 30~40m 떨어진 곳에서도 사망자가 발견됐다.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AP=연합뉴스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현재까지 60명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은 중태로 보도되고 있다. 경상을 입은 약 200명은 당국이 버스를 동원해 테살로니키 이동을 지원했다. “승객 50~60명은 생사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 니코스 마크리스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신을 수습하게 되면 운이 좋을 지경”이라며 “어떤 멍청이의 실수 때문에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이 죽었다”고 분노했다.


이번과 같은 열차 정면 충돌 사고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후진국형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설비를 방치하고 역무원은 열차 운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총체적 인재”라는 평가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1일 공영 TV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비극적인 인간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경찰은 잘못된 선로 변경 지시를 한 혐의(과실치사·중상해)로 라리사 역장 A씨(59)를 체포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사고 당시 역내 열차가 정체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객 열차에 선로를 바꾸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대로라면 상·하행 복선으로 엇갈려 지나가야 했던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이용하게 됐고, 여객 열차는 터널 통과 직후 나타난 화물 열차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도 됩니까” “가요, 가요” 수동조작 의존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교통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 현장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PA=로이터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교통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 현장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PA=로이터 

ERT가 입수한 사고 당시 역무실·기관실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여객 열차의 기관사는 “라리사 역, 듣고 있습니까?”라고 먼저 교신을 시도했다. 이에 라리사 역장은 “듣고 있다”고 답한 뒤 “빨간색 출구 신호등을 통과해 네오이포로이(지역 이름) 입구 신호등 쪽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한다. 기관사는 재차 “가도 됩니까”라고 물었고, 역장은 “가세요, 가세요”라고 답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로를 변경하기 위한 키를 돌렸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어 시스템 검토 결과 변경 조작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역무원의 수동 조작에 의존하는 낙후된 설비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철도 전문가 아나스타시오스 데데스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철도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신호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사들은 역장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기관사 협회장 코스타스 제니두니아스는 “신호등·전자 교통 제어 장치 등 아무것도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다”며 “아테네~테살로니키 네트워크 전체에서 모든 신호는 수동으로 주고 받는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철도 노조는 2일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승객 대다수 대학생…국가 애도 기간 선포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와 관련해 1일(현지시간) 여객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 헬레닉 철도 본사 앞에서 책임을 규명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와 관련해 1일(현지시간) 여객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 헬레닉 철도 본사 앞에서 책임을 규명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고 희생자들은 전국적인 카니발 축제에 참가했다가 귀가한 대학생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열차 내 승객 3분의 2가 젊은 학생들이었다”고 전했다. 생존자 스테르조스 미네니스(28)는 로이터통신에 “쾅 하는 소리가 들린 뒤에 몸이 뒤집어졌고, 흔들림이 멈출 때는 모두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며 “곧이어 사방에서 불이 나기 시작해 몸을 일으키는 동안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 라조스도 현지 언론에 “10, 15초 사이에 사람들이 넘어지고, 불이 나고, 창문이 깨지고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교통부 장관은 “우리의 철도망은 21세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억울하게 숨진 이들을 존중하는 의미로 사임하겠다”고 했다. 몰도바를 방문 중인 그리스의 대외 수반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중도 귀국해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3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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