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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밴드 10년 접는 장기하 “절정의 순간에 웃으며 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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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05 22:00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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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 10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진짜 멋있게 한 것 같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왼쪽부터 정중엽·이종민·전일준·장기하·이민기·하세가와 요헤이. [사진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어차피 인생은 혼자, 독고다이 아니겠습니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장얼)의 마지막 앨범을 발표한 장기하(36)의 소감은 명료했다. 5집 ‘모노(mono)’를 끝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은 일단락되지만, 이를 양분 삼은 음악은 계속된단 얘기다. 이번 음반 역시 “그 누가 내게 와준다면 역시나 나는 반가워할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엔 또 다시 나 혼자 걸어가고 있을 거야”(‘나 혼자’)라며 홀로서기를 이야기하거나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별거 아니라고’) 등 졸업식 노래 같은 감성으로 그득하다.
 
1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만난 장기하는 “작년과 올해 ‘혼자’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곡을 만드는 단계에서 이별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되려 이번 음반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두 달 전 밴드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10년 동안 어떻게 하면 밴드 편성으로 편곡을 군더더기 없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어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이번 결과물이 최고였고, 6집이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음악적 정점에서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자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헤어지니 훈훈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내리막길로 불만이 쌓인 상태라면 웃으며 헤어질 수 없잖아요.”
 

장기하는 ’추후 활동 계획 이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앨범 제목처럼 제작 과정도 철저히 ‘모노’를 지향했다. 비틀스 1집 오리지널 모노 LP를 듣고 감명받아 새 음반을 모노로 녹음했다. 마이크를 여러 개 사용해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하는 스테레오 방식 대신 마이크 한 개에 모든 소리를 담아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말하듯 노래하는 장얼 특유의 창법과 어우러져 집중력을 더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를 샘플링해 만든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는 그 매력이 한층 도드라진다.
 
“보컬 녹음은 철저하게 혼자인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미국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사막에 갔었어요.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5시간 동안 혼자 노래하며 일주일을 보냈는데 돌아와서 보니 하나도 못 쓰겠더라고요. 그사이 노래가 늘기도 했고, 기술적으로도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게 더 좋았고요. 하하. 그래도 그곳에서 얻은 게 추상적 형태로 담겨 있다 생각해요.”
 
다소 무모해 보여도 이런 실험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장얼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들은 2008년 데뷔하는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싸구려 커피’) 같은 생활밀착형 가사는 입에 착착 들러붙었고, 활동 초기 2년 반을 함께 한 여성 듀오 미미시스터즈의 무표정한 퍼포먼스는 묘하게 눈을 붙들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거칠게 혹은 달달하게로 양분된 홍대 인디신에서 서울대 출신을 주축으로 캐릭터 있는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다소 침체돼 있던 인디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과거 포크 음악을 계승하며 현재 세대의 발언을 하는 통속적 매력이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하는 “자취 한번 해 본 적 없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거창한 의미 따위는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되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며 ‘별일 없이 산다’는 것을 예찬하거나 ‘ㅋㅋㅋ도ㅋㅋ도 아닌 한 글자에 눈물 콱 쏟아져 버리고 말았네’라며 ‘ㅋ’라는 답문 한 글자에 담긴 갖가지 감정을 읊었다. 일상을 담되 역설에 역설을 거듭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온 셈이다.
 
장얼이 남긴 것에 대해 묻자 장기하는 ‘우리말’을 꼽았다. “우리 음악에는 우리말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했고, 작곡가로서 제게 자연스러움이란 평소에 쓰는 말과 실제 억양으로 만든 노래거든요. 가만 보면 사람들은 우리의 말과 글을 부끄러워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더 잘 나가는 나라와 언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꾸 고유의 특성을 숨기는 거죠.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썼다, 이것만큼은 감히 우리가 뭔가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험은 비단 음악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싱글 ‘좋다 말았네’를 발표하며 음원 이용자가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최근에는 관객 모두 헤드폰을 착용하고 연주를 듣는 초소형 장기 공연을 9주간 이어가고 있다. 해보고 나서 “현실성이 없었다”며 고개를 가로 지을지언정 해보기도 전에 안된다고 지레 겁먹지 않는달까. 술 먹은 다음 날 살짝 쉰 목소리로 노래한 ‘등산은 왜 할까’, 윤종빈 감독부터 김성균·이선빈·우원재 등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총출동하는 ‘초심’ 뮤직비디오는 이런 무대포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이들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멤버들은 하나같이 “내년 1월 1일부터 생각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29~31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가 예정된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을 만끽하고 싶다는 것이다. “헤어짐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난 10년간 가족보다 진한 사이로 같이 살다가 이제 독립해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오며 가며 만나는 거죠.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서 손자가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뭐했어라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했다고 말할 것 같아요.”(하세가와 요헤이·38)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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