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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99편 공동 주연, 상상 못할 기록” 윤정희, 신성일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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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12 22:00 조회1,3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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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개봉한 ‘청춘극장’의 주연배우 윤정희·신성일. 이 영화가 데뷔작인 윤정희씨는 ’첫 작품이라 제가 워낙 긴장했던 기억밖에 안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너무 마음이 아파요. 신성일 선생님하고 제가 작품을 참 많이 했는데…”
 
영화배우 윤정희(74)씨의 표정이 애잔해졌다. 지난 4일 81세로 별세한 영화배우 신성일(1937~2018)을 떠올리면서다.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 전화로 소식을 전한 서울의 지인에게는 “신성일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배우는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부터 무려 99편의 영화를 함께한 사이다. 그 시작은 1967년 개봉한 ‘청춘극장’. 김내성의 소설을 원작으로 일제강점기의 청춘들을 그린 이 영화는 1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배우 윤정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엊그제 한국에 도착, 12일 서울에서 만난 그에게 당시 신성일의 모습을 물어봤다. “‘청춘극장’ 때는 제가 너무 긴장을 해서, 긴장한 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첫 작품이라 그 때는 잘 몰랐어요. 작품을 많이 하면서 형제같이 지내게 됐죠.”
 
99편이라면 그의 300여편 출연작 가운데 3분의 1, 500편 넘는 신성일의 출연작에선 5분의 1을 함께한 셈이다. 대부분 주연이란 걸 감안하면 출연작 편수도, 함께한 작품 수도 요즘 배우들로선 상상하기 힘든 규모다. 그의 말마따나 “말이 안 되는” 규모다. 그 중에도 ‘안개’(1967), ‘장군의 수염’(1968), ‘위기의 여자’(1987)등은 호평과 함께 두 사람이 함께한 대표작으로도 꼽힌다.
 

1967년 개봉한 ‘청춘극장’의 주연배우 윤정희·신성일. [중앙포토]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어요. 장면마다 다른 팀이 촬영할 때, 우리가 쉬는 시간이면 신성일 선생님이 ‘미스 윤’ ‘미스 윤’하면서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즐거운 일, 마음 아픈 일, 저를 동생같이 생각해 그냥 모든 얘기를 다하셨어요. 고민 하소연도 하시고. ‘미스 윤, 그런데 말야’ 하시던 게 지금도 떠올라요.”
 
두 사람은 나이 먹어가면서도 처음처럼 대개 ‘선생님’과 ‘미스 윤’으로 서로를 불러왔다. 신성일은 생전에 회고록『청춘은 맨발이다』에서 “나와 함께 가장 많은 작품을 한 여배우는 윤정희”라며 “엄앵란 다음으로 내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여배우”라고 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신성일 회고전 때도, 2016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윤정희 데뷔 50주년 특별전과 그에 앞서 팬들이 마련한 데뷔 40주년 상영회 때도, 당연한 듯 현장에 함께해 서로를 축하했다.
 
두 사람은 화려한 자리 이전에 지금과는 여건이 사뭇 다른 촬영 현장을 함께 겪은 동료였다. “제가 늘 그래요, 건우 백의 연주 여행을 따라다니면서 연주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또 다른 나라 가고 하는게,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잠 못자고 밤새며 고생했던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촬영 도중 작게라도 충돌한 일을 묻자 그는 “전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럴 일이 없죠. 호흡이 잘 맞았으니.” ‘배우’ 신성일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그 많은 역할을 역할마다 소화를 잘 하셨어요. 화면에 나타나잖아요.”
 
신성일은 10여년 전 파마머리로 공식석상에 나타나 “윤정희·백건우 부부 덕”이라고 한 적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선물한 베토벤 전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닮은 머리 모양을 했다는 얘기였다.  
 
윤정희씨는 영화계 선배이자 신성일의 부인 엄앵란씨와도 ‘결혼교실’‘떡국’등 70년대 개봉한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적 있다. 영화로는 자주 만나지 못했어도 “앵란 언니”라고 부르는 가까운 사이다. 이번에 한국에 짧게 머무는 동안에도 “앵란 언니를 한번 봐야죠”라고 했다.
 
별세 직전까지 신성일은 내년 봄 촬영할 예정으로 노년의 가족 얘기를 다루는 새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 얘기를 꺼내자 윤정희씨는 오랜 지론을 다시 강조했다. “영화배우가, 영화가 인간을 그리는 건데 어떻게 젊음만 있나요. 장년도 있고, 노년도 있죠. 가장 중요한 거는 좋은 시나리오죠.” 그리곤 덧붙였다. “노년의 가족 얘기도 좋지만, 노년의 로맨틱한 사랑 얘기도 좋지요. 사랑은 젊음만 있나요.”
 
어쩌면 배우 윤정희·피아니스트 백건우 부부가 그 증거다. “건우 백은 줄리어드 다닐 때도 친구들이 무슨 영화를 보면 좋냐고 물어보던 사람이에요. 저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고, 더 잘 알아요. 덕분에 제가 편하게 영화를 했죠.”
 
데뷔 이래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차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온 그는 또 한번 시상식에 선다. 13일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받는다. 미리 소감을 묻자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제 소원인,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작품을 하고 싶다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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