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산골 결혼 이나영 "시골 아낙 모습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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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18 22:00 조회1,2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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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뷰티풀 데이즈’(21일 개봉, 감독 윤재호)에서 배우 이나영(39)은 온통 낯설다. 한국에서 술집을 하던 탈북여성이 14년 만에 중국에서 자신을 찾아온 아들 젠첸(장동윤 분)으로 인해 지난날을 회상하는 얘기다. 과거를 감춘 채 살고 있단 설정 탓에 변변한 이름조차 없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어떤 질문에든 편안하게 답하는 모습이 3년 전 배우 원빈과 깜짝 결혼식을 올린 이후 CF에만 모습을 비춘 ‘신비주의 스타’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대표작인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비몽’ 등에서도 그는 찌든 일상과는 동떨어진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이번 영화는 다큐멘터리‧단편을 주로 찍어온 신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출연료도 받지 않고 나선 데 대해 그는 “워낙 저예산이다. 다른 배우들도 많이들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금방 읽었어요. 자기 삶을 다 받아들이는 여성 얘기였죠. 고아 출신 탈북자로, 어릴 적부터 어떤 일이 벌어져도 살아남으려 감정을 누르는 법을 터득한 사람요. 감독님이 탈북 소재를 담은 전작들(‘마담B’ ‘히치하이커’ ‘약속’)을 추천받아서 보곤 더 확신이 들었죠. 원빈씨도 대본 모니터를 하고선 되게 슬프다고, 배우로선 어렵겠지만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줬어요.”
6년간 베일 속에 지냈다.
영화 ‘하울링’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등의 흥행부진 이후 공백기가 길었는데.
“작품을 할 땐 ‘룩’을 먼저 상상한다”는 그는 “‘마담B’ 같은 다큐에 보니 탈북여성들이 힘겹게 살면서 오히려 화려한 색감과 옷을 즐기더라. 그게 더 ‘삶’처럼 다가왔는데, 제가 하면 지나쳐 보일 것 같아 톤 조절을 했다. 온 시장을 뒤져 의상을 마련했다”고 했다.
감정에 있어선 누르고 걷어내는 작업이 많았다. 그는 “촬영 기간이 3주밖에 안 돼 최대한 몰입하려 했다”면서 “시나리오부터 워낙 감정표현이 없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 엄마가 살아온 역사로 보면 어쩔 수 없을 듯해 최대한 절제했다”고 돌이켰다.
북한 말투는 이번 영화에 중국 동료 역으로 출연한 탈북자 출신 배우 김아라씨에게 배웠다. “함경도에서 넘어온 분들은 억양이 세지 않아 오히려 더 어려웠어요. 중국어도 그분이 쓰시는 단어, 톤으로 다 고치고 욕도 해보고, 재밌었죠.”
“중국에서 시골 아낙으로 살던 장면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웠다” 말할 땐 이나영의 큰 눈이 한껏 맑아졌다. “예전부터 시골 여성을 굉장히 연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제 아이도 자연과 잘 놀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제가 저한테 보고 싶은 모습인 것 같다. 뽀글머리 스타일도 꼭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리가 주연한 장이머우 감독의 ‘귀주 이야기’가 제 인생 영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한 다른 영화 ‘인생’도 감히 생각났다”면서 “언젠가 그런 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부부가 같은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겠다.
“한 달 이후의 계획은 못 세우는 단순한 성격이라 이미지 변신은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도 “다양한 소재를 선호하다 보니, 저예산‧독립영화를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됐다”는 그다.
차기작으론 이번 영화와 정반대로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택했다. 고스펙의 경력 단절 여성이 학력을 속여 출판사에 취직하며 벌어지는 얘기로 내년 방영 예정이다. 데뷔 초부터 그를 이상형으로 꼽아온 배우 이종석과 호흡을 맞춘다.
“저도 팬이에요. 만나보니 이종석씨만의 분위기가 있더군요. 저로선 호흡이 길었던 영화에 비해 드라마가 조금 라이트해서 한창 적응하고 있어요. 캐릭터가 또 좋아요.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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