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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메릴 스트립·나탈리 포트먼 거쳐간 그 연극…영화로 나온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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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2 22:00 조회1,1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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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가 할리우드 영화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영화에서 배우 지망생 니나 역을 맡은 시얼샤 로넌. [사진 뮤제엔터테인먼트]

셰익스피어에 견줄 세계적 극작가로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가 있다. 그의 4대 희곡에 꼽히는 『갈매기』가 동명 할리우드 영화(13일 개봉)로 나왔다. 제정 러시아 시대 아름다운 시골 호숫가 저택이 무대. 유명 배우인 어머니 이리나(아네트 베닝 분)의 그늘에 가려 열등감에 시달리던 젊은 작가 콘스탄틴(빌리 하울 분)은 배우 지망생인 연인 니나(시얼샤 로넌 분)와 첫 공연을 올리지만, 이리나의 비웃음 탓에 망치고 만다. 설상가상 니나조차 모스크바에서 온 인기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 분)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메릴 스트립·나탈리 포트먼도 반한 역할…

 
여러 남녀의 엇갈린 치정극에 부모·자식 간 애증, 젊음과 늙음, 명성을 향한 욕망이 뒤엉킨다. 1896년 발표된 이야기지만, 인물들이 처한 입장과 감정은 시대를 초월해 와 닿는다. 무엇보다 캐스팅의 힘이 크다.  
 

유명 배우 이리나 역을 맡은 아네트 베닝. 이리나는 작가인 아들의 좌절을 눈치 채면서도, 모성애보단 명예욕에 더욱 집착하는 인물이다. [사진 뮤제엔터테인먼트]

최근 미국 아트 하우스 영화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만난 ‘러브 어페어’(1994) 스타 아네트 베닝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레이드 버드’(2018) 등 작가주의 영화의 차세대 뮤즈 시얼샤 로넌. 두 배우가 이번 영화 속에서도 배우 역할을 맡아 최정상을 향한 명예욕과 젊음에 대한 질투, 무대에의 열망을 호소력 있게 연기했다. 배우로서 예술적 성취를 욕망하는 두 여성의 삶을 내밀하게 묘사한 점은 체호프의 희곡이 그동안 당대 최고 배우들과 관객에게 사랑받은 지점이기도 하다. 이리나 역엔 메릴 스트립, 주디 덴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등이, 니나 역엔 나탈리 포트먼, 캐리 멀리건 등이 연극 무대를 통해 거쳐 갔다.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유약한 예술가 콘스탄틴 역 배우 빌리 하울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 ‘체실 비치에서’에서 연인 역을 맡았던 시얼샤 로넌과 재회해, 찰진 호흡을 보여준다.  
 

이리나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온 작가 보리스(왼쪽)는 자신을 동경하는 니나를 외면하지 못한다. [사진 뮤제엔터테인먼트]


 

 
연극적 색채 짙어…화려한 미술·의상 볼거리

 
이번 영화의 연출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토니상 수상 등 세계적 성공을 거둔 마이클 메이어 감독이 나섰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그가 19세기 독일 희곡을 현대적 뮤지컬로 재해석해 10대의 임신과 낙태, 동성애 등 민감한 소재를 폭발력 있게 다뤄낸 작품. 이번 영화에선 체호프의 원작을 생동감 있게 스크린에 옮기는 데 충실했다. 다소 구어체적인 대사와 연극 무대의 동선을 따른 듯한 장면 진행 탓에 영화보단 연극에 가깝단 인상도 준다. 올해 초 영화제 등에서 먼저 본 외신들이 “캐스팅과 연기는 훌륭하나 영화적 완성도는 낮다”(뉴욕타임즈) 등 아쉬움을 표한 이유다. 
 

영화 '갈매기'에서 이리나의 아들이자 니나를 사랑하는 작가 콘스탄틴 역의 빌리 하울. [사진 뮤제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체호프의 고전을 이처럼 화려한 캐스팅, 미학적인 시대극 화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건 반갑다. ‘잉글리시 페이션트’(1997) ‘맘마미아!’(2008) 등에 참여한 의상감독 앤 로스의 매혹적인 드레스도 볼거리다.  
 

 

 
아무것도 원치 않는 삶은 죽어있는 것과 같다

 
체호프는 400편 넘는 중단편 소설로도 이름을 알렸다. 『갈매기』는 그가 극작가로서 재능을 처음 인정받은 작품. 초연엔 실패했지만 이후 이 희곡을 눈여겨본 연극 연출가 스타니 슬라브스키에 의해 모스크바에서 공연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체호프는 모스크바 빈민가 출신으로 의사가 되기까지 유머 단편을 써 생계를 잇는 등 삶에 곡절이 많았다. 1890년 시베리아와 사할린을 여행하며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인간의 본질을 깊이 탐구했다고 알려지는데, 『갈매기』에도 그 영향이 배어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꿈꾸는 삶에 집착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런 간극은 그들을 덧없는 파국으로 이끈다. 자유로이 날아가던 갈매기가 총탄에 추락하듯 꿈에 부푼 순진한 젊음을 파멸시키는 일은 너무나도 손쉽게 그려진다. 
 

이리나의 목욕 장면. 아름다운 미술과 세트는 이 영화의 볼거리다. [사진 뮤제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 그런 고통을 거세하려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는 삶은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체호프는 말한다. 극중 콘스탄틴을 열렬히 짝사랑하던 여인 마샤가 택한 결말이 그 예다. 마샤 역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 등에서 주연한 엘리자베스 모스가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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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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