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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강형철 감독 "빨갱이, 편가르기 왜? 영화에 반전 메시지 새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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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4 22:00 조회8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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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이 이념을 뛰어넘어 탭댄스단을 결성하는 얘기다. 사진은 주인공 인민군 포로 로기수 역의 배우 도경수. [사진 NEW]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어롱(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관람하는 상영 방식) 열기를 이을 ‘탭어롱’ 영화다. 19일 개봉하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 전쟁 포로들이 국적‧이념을 뛰어넘어 결성한 동명 탭댄스단의 탄생을 그린 작품. 브로드웨이 스타 댄서 자레드 그라임스, 아이돌 출신 배우 도경수가 주도하는 탭댄스 신에 더해 우리네 빨랫방망이, 도마 위 칼질, 코 고는 소리 등 생활 속 리듬에 맞춘 장면 전환에 발바닥 춤이 절로 난다.  
 
“자레드는 오디션 영상을 보고 캐스팅했는데 춤추는 모습이 사람의 경지를 뛰어넘더군요. 도경수도 허벅지 터지도록 춤을 소화해냈어요. 촬영하며 디렉션을 잊고 관객처럼 구경하곤 했죠.”
 
개봉 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형철(44) 감독 얘기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즐겨들었는데 특히 재즈를 좋아한다”는 그는 “재즈가 주는, ‘선수’들이 자유로이 노는 변칙적인 느낌, 현란함이 있다. 잘 만든 재즈 5중주 같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했다. 데뷔작 ‘과속 스캔들’(2008)엔 신인배우 박보영의 보컬을, ‘써니’(2011)에선 1980년대 여고생들의 우정에 추억의 명곡을 엮어내 각각 825만, 736만 관객을 모은 그다. “저한텐 음악이 배우 같아요. 음악을 ‘쓴다’는 개념보단 그 음악을 듣다가 그 장면들이 생각난 거죠.”
  

 

 
밖은 전쟁이 한창인데 포로들은 춤판이라니? 

 
이런 상상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 베르너 비숍이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찍은 실제 흑백사진이 토대가 됐다. 이 사진엔 복면 쓴 포로들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 모사품이 굽어보는 마당에서 팔짱을 끼고 돌며 춤 공연에 나선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왜 이런 춤을 췄을까.
 

이야기의 토대가 된 한국전쟁 당시 흑백사진을 본뜬 영화 속 장면. 복장과 탈 등은 실제 사진과 조금 차이가 있다. [사진 NEW]

이번 영화의 바탕이 된 뮤지컬 ‘로기수’가 바로 이 사진에서 출발했다. 인민영웅인 형을 둔 인민군 포로 로기수는 흑인병사 잭슨의 탭댄스를 보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영화에선 각각 도경수, 자레드 그라임스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이유는.  
“뮤지컬이 나온 3년 전 우리 사회엔 이상한 분위기가 휩쓸었다. 세대‧젠더 간 편 가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빨갱이’란 말이 나돌았다. 성직자들끼리 이념 프레임으로 싸우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우린 왜 이렇게 갈라져서 살까. 전쟁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그러던 차에 이 뮤지컬을 보곤 그간의 고민을 녹여낼 ‘백만 불짜리 이야기’라 생각했다.”
 

 

 
"원작 뮤지컬 직접화법…도경수 눈이 다 담아냈다"

 
뮤지컬에선 로기수가 인민군이란 정체성 때문에 겪는 발버둥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영화에선 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에 더 비중을 실었단 인상이다. 
  
“원작이 훌륭한 창작 뮤지컬이지만 속박되진 않으려 했다. 뮤지컬에서 로기수는 내내 악다구니를 지른다. 소극장 관객들에게 직접화법으로 다가간다. 그에 반해 영화에서 제가 원한 로기수는 이념이 뭔지 모르면서 인민영웅의 동생이란 칭송에 심취한 얼치기 같은 소년이었다. 청년과 소년이 다 들어있는 열여덟 청춘의 유치함과 미성숙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나이에 재능 있는 분야를 찾으면 빠져드는 게 인간적으로 당연한데 그가 속한 현실에선 그게 어마어마한 일이다. 도경수의 송아지처럼 큰 눈이 그런 얘기들을 다 담아내 줬다.”
 

영화 '스윙키즈' 크랭크업 현장 모습. 강형철 감독은 디렉션을 잊고 마치 관객처럼 배우들의 춤 연기를 지켜본 적도 많다고 했다. [사진 NEW]

전작 ‘타짜-신의 손’에서 빅뱅의 탑(최승현)을 주연에 캐스팅한 데 이어 다시 아이돌 출신 배우와 함께했는데.  
“아이돌 출신이란 선입견은 지난 시대 이슈다. 지금 재능 있는 연기자들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나온다. 음악‧춤을 많이 쓰는 저한텐 잘 훈련된 배우들이 많아진 셈이다. 경수씨와는 같이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소문대로 뚝심 있고 성실하게 영화에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더라. 저하곤 복잡한 디렉션 없이도 잘 통했다.”
 

 

 
"재주 많은 양판래 캐릭터, 저희 할머니 위로하려"

 
로기수와 잭슨을 제외한 대다수 캐릭터는 강형철 감독이 직접 각본을 맡아 새롭게 빚어냈다. 당시 거제도에 수용된 북한‧중공군 포로 수는 17만여 명. 그는 “외딴 섬에 갑자기 생겨난 이질적인 용광로 같은 공간이란 점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했다.  
 
댄스단의 나머지 멤버들도 전쟁이 아니라면 서로 만나기도 힘들었을 조합이다.  
“남한 최대 포로수용소에선 이런 이들의 우정도 있지 않았을까. 중공군 포로인 샤오팡(김민호 분)은 시대를 초월한 안무천재고, 오해로 잡혀 온 피란민 강병삼(오정세 분)은 자반돌리기의 귀재다. 4개 국어를 하는 소녀 가장 양판래(박혜수 분)는 저희 할머니가 모델이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가족을 건사하다 일흔에 돌아가셨다. 미인이고 재주가 많으셔서 지금 시대라면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셨을 것이다. 주어진 재능을 포기하지 않는 양판래 캐릭터를 통해 과거로 다시 보내드리고 싶었다.”
 
박보영‧강소라 등 신인 배우를 발굴해온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박혜수는 tvN 드라마 ‘청춘시대’ 이후 첫 영화 주연이고, 샤오팡 역 김민호도 귀여운 외모에 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프로 발굴러’란 별명이 붙었던데 사실은 ‘얻어걸릴러’다. 제가 아니었어도 잘될 친구들이다. 제가 쓴 시나리오들에 우연찮게 안 알려진 얼굴을 캐스팅했을 때 매력 발산되는 캐릭터가 많았다.”  
 

영화에서 로기수와 양판래가 처음 만나는 댄스 파티 장면을 촬영 중인 박혜수. [사진 NEW]


 

 
"'써니' 최고 음악 사용료 비틀즈로 깼다"

 
춤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이 영화에서 춤은 인물 간의 대화이자, 멜로고, 액션이었다. 감정전달이 중요하다 보니 콘티를 정확하게 짰음에도 촬영 난도가 높았다. 현장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했다. 모든 영화를 만들 때 제 삶을 갈아 넣지만, 이번엔 찍는 내내 이런 각본을 쓴 저를 원망했다. 다행히 배우들은 일로 생각 안 하고 춤바람들이 나서 5개월여 아주 신나게 준비하더라. 로기수가 탭댄스 외에 러시아 전통춤 칼린카를 추는 장면도 CG(컴퓨터그래픽) 도움을 약간 받긴 했지만 경수씨 스스로 어느 정도 해냈다. 에필로그에서 잭슨과 로기수가 탭댄스로 어우러지는 장면엔 미국식 춤에 ‘쿵떡쿵떡’하는 한국적 박자감을 싣기도 했다.”  
 
정수라의 ‘환희’와 비틀스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가 어우러진 독특한 선곡을 했다. 비틀스 원곡을 사용한 건 한국영화 최초라고.  
“한국에서 곡 사용료를 가장 많이 썼던 영화가 ‘써니’였는데 ‘스윙키즈’로 깼다. 음악감독님이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세 가지가 비틀스‧퀸‧마이클 잭슨이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영화의 사랑스런 인물들은 힘이 없지만, 절대 패배자가 아니다. 가장 자유롭고 승리했던 이들이란 걸 표현하는 데 비틀스 곡이 가장 잘 맞았다. 영화 취지가 통해 곡 사용을 다행히 허락받을 수 있었다. ‘환희’는 주인공들이 미군 청년들과 뜬금없이 춤 실력을 겨루는 패싸움 장면에 실었다. 청춘들만 누릴 수 있는 유치함이란 특권, 엉뚱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공연 무대를 앞둔 탭댄스팀 스윙키즈 모습. 왼쪽부터 샤오팡, 양판래, 잭슨, 강병삼, 로기수다. [사진 NEW]

 

 

 
이 영화 악당은 사이비 종교 같은 '이념'

 
이런 신명은 역설적이게도 주인공들의 삶에 어른대는 전쟁의 참상을 더욱 아프게 들춰낸다. 언제 끝날지 모른 채 갇혀 지내던 포로들이 이념대립 끝에 대규모 살육전을 벌였던 실제 사건도 묘사된다. 이런 역사 대한 영화의 태도는 “퍼킹 이데올로기”란 극 중 대사로 명확히 드러난다.  
 
인민군 광국(이다윗 분)이 등장하며 영화 톤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그렇게 가고 싶었다. 이 영화의 악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이다. 광국도 어찌 보면 이념을 이용해 날아간 청춘을 보상받고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캐릭터다. 이념도 행복하게 살자고 만든 시스템인데 어느 순간 오작동해서 사이비종교처럼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부조리해진다. 의미 없는 살생도 생긴다. 영화에 죽음이 많진 않지만 한 번 나올 땐 피 튀는 방향, 사후배설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려 했다. 한국전쟁 땐 수백만 사상자, 천만 이산가족, 수십만 미망인이 발생했잖나. 단 한 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도 이렇게 끔찍한데 이런 비극을 왜 반복해야 할까.”
 

영화 '스윙키즈' 촬영 현장에서 인민군 역 배우들이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NEW]


 

 
전쟁은 극소수의 행복 위한 절대다수의 불행

 
영화엔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공감에 이르는 여러 순간들도 촘촘히 박혔다. 양판래와 잭슨은 서로가 겪은 전쟁과 인종차별의 고통을 헤아린다. 로기수와 사사건건 부딪치던 미군 병사가 포로들처럼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은 덜어내잔 의견도 있었지만, 강 감독이 고수했다. “그도 전쟁에 휘말린 또 한 명의 청년임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다. 역사에서 이름 없이 잊혀져간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말미 탭댄스 구두에서 반사된 한 줄기 빛으로 이어진다. 불행한 시대 속에 행복하고자 했던 그들의 몸부림처럼.  
 
“제가 생각하는 전쟁은 이를 이용해서 지위와 권력을 얻으려는 초극소수의 행복한 사람과 절대다수의 불행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최악의 외교입니다. 방어전 외에 타당성 있는 전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도경수 인터뷰

영화에서 잭슨과 로기수가 탭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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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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