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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70년대 마약왕 선택한 송강호, 약이 될까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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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9 22:00 조회1,0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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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좋은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캐릭터에 내 자신이 얼마나 솔직하게 투영됐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도 그것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좋은 연기“라고 말했다. [사진 쇼박스]

배우 송강호(51). 그의 이름 석 자는 영화계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명실상부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일 뿐더러, 그의 필모그래피를 쫓는 것만으로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소시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2017)나 ‘변호인’(2013)처럼 1980년대가 배경인 영화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를 그린 ‘밀정’(2016)이나 4·19 혁명으로 시작되는 ‘효자동 이발사’(2004) 등 그가 연기해온 인물의 삶은 역사의 갈림길과 밀접하게 맞물리곤 했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 역시 시대극이다. 이번에는 72년부터 79년까지 박정희 정권 시대 부산이 배경이다. 하지만 캐릭터는 사뭇 다르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마약 수출로 돈과 권력을 거머쥔 주인공 이두삼은 그가 여태껏 선보여온 대로 관객의 응원을 받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송강호는 “지난 10여년간 각성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정의로운 소시민 역할을 연기해 왔던 터라 ‘마약왕’ 시나리오가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두삼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재가공한 캐릭터다. 그중 80년 부산에서 붙잡힌 마약업자 ‘이황순 사건’은 당시 집에 공장을 차려놓고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거나 경찰과 총격전 끝에 검거되는 등 큰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 대해 “마약이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영화의 본질은 아니다. 인간이 지닌 욕망과 집착, 파멸을 그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꿈꾸던 삶과 욕망덩어리를 양손에 쥐고 어느 쪽도 놓을 수 없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무너질 걸 알면서도 빠져드는 게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소화하며 그는 그간 쌓아온 연기 공력을 총동원했다. 영화 초반 밀수에 눈을 뜨고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를 외치는 모습은 ‘넘버3’(1997)를 연상케 한다. “개처럼 번 돈은 정승에게 쓰는 것”이라며 검은돈으로 권력을 사들이는가 하면,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고 자화자찬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유신정권의 흥망성쇠에 따라 이두삼도 몰락해 가면서 광기 어린 독백을 쏟아내는 장면은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괴물’(2006) 이후 1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송강호와 배두나. 연인 사이로 등장한다.

그는 “배우로서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생기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반부의 경쾌한 리듬감은 예전에 유쾌한 캐릭터들이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후반부는 전형적이지 않은 구성과 진행으로 흘러가죠. 기존에 전혀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옛날에 연극할 때 생각도 나고.”
 
그렇다면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마약에 취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장면을 꼽았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잖아요. 특히 한국에선 마약 소재 영화가 흔치 않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도 많지 않고.” 마약을 하게 되면 모든 오감이 다 작동한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은 그는 “발가락부터 머리카락까지 온 세포가 다 살아난다는 느낌”으로 연기에 임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내부자들’(2015)로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707만 명)을 보유한 우민호 감독과의 첫 만남으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 장기가 십분 발휘되지 않은 탓이다. ‘내부자들’이 정치깡패와 무족보 검사, 그리고 설계자라는 명확한 구도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선보였다면, ‘마약왕’은 모든 서사가 이두삼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때문에 이두삼을 쫓는 검사(조정석 분)나 성공을 돕는 로비스트(배두나 분) 등 주변 캐릭터는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한다. 김대명·김소진·이희준·조우진·유재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데 이들의 매력을 보여줄 공간은 부족한 셈이다.
 
이에 송강호는 “통상 우리가 봐온 영화처럼 대척점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익숙한 구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인물이 이두삼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다가 급기야는 내면으로 들어가니까 따라가기가 쉽진 않죠. 하지만 뭐가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구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관객 반응이 만장일치로 똑같기보다 얘깃거리가 많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이나 시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배우는 선택하기보다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신 “한번도 이념에 치우친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다”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배두나도 함께했던 ‘괴물’(2006)을 포함해 그의 천만 영화는 지금까지 세 편. 네 번째 천만 영화, 혹은 청불 최초의 천만 영화를 기대하는 시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다만 작품 선택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고, 늘 자극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부담감이에요. 결과를 떠나서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길 바랄 뿐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원래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닌데 내년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까지 자주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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