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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컴퓨터 슈팅게임 같은 화면…휘몰아치는 총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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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3 22:00 조회1,0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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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더 벙커’에서 북한 의사 역할의 이선균과 다국적 용병 대장 역할의 하정우. 각자 이름대신 ‘남조선’과 ‘북한’이라고 부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씨요? 평소 장난 잘 치고 익살스러운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완전히 달라요. 3초 전까지 웃고 떠든 게 맞나 싶을 만큼요.”
 
배우 하정우와 함께 550만 관객을 동원한 ‘더 테러 라이브’(2013)에 이어 새 영화 ‘PMC: 더 벙커’(26일 개봉)로 다시 뭉친 김병우(38) 감독의 말이다. 그가 각본을 쓴 이번 영화는 2023년 미래가 배경. 글로벌 군사 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에 소속된 다국적 용병 12명이 미국 CIA 의뢰로 한반도 휴전선 지하 30m 벙커에서 비밀 작전을 펼치다 예기치 않게 북한의 ‘킹’을 납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생존 고투를 겪는 얘기다. 총격게임처럼 1인칭 시점(POV) 카메라에 비친 액션 장면들이 휘몰아치듯 전개된다.
  
하정우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화라고.
“‘더 테러 라이브’ 때 여의도에 엄청나게 큰 지하벙커가 있단 걸 알게 됐다. 하정우가 지하벙커 배경 영화는 어떠냐기에 벙커를 어디에 두면 역사적 근거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1970년대 발견한 북한 땅굴 하나를 비밀리에 남북 접촉 공간으로 이용해왔다면 어떨까 하는 것부터 상상을 더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 협박을 받는 생방송 앵커 역을 맡았던 하정우가 이번엔 다국적 용병팀의 리더 캡틴 에이헵 역에 나섰다. 에이헵은 팀원들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와 드론 화면으로 지하벙커 곳곳의 교전 상황을 지켜보며 무전으로 지령을 내린다. 흡사 컴퓨터게임의 플레이어 같은 모습이다.
 

김병우 감독

영화를 준비하며 글로벌 군사 기업에 관한 책 40여 권을 읽었다던데.
“용병집단의 성격이 아주 흥미로웠다. 이윤창출이 최대 목적이라 인명에 대한 태도도 다르더라. 위험수당이 세다 보니 전직 군인들이 용병으로 많이 넘어오는데 용병은 죽어도 산재 처리하면 끝이다. 전쟁에서 죽어도 전사자로 카운트가 안 된다. 2003년 이라크전 때 미국 내 반전여론으로 정치적 코너에 몰렸던 부시 대통령이 용병을 대거 파견했던 이유다.”
 
실감 나는 액션 장면을 위해 극 중 용병팀 절반 이상을 아프가니스탄 등 실제 참전 경험이 있는 군인과 용병 출신 배우로 캐스팅했다. 종군기자에게 전투신에 대한 자문을 받고, 유튜브를 통해 실제 군사 작전 상황을 POV 시점으로 담은 영상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 극 중 인질로 잡힌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 분)는 용병들을 돕게 된다.
 
현장감은 높은 반면, 화면이 흔들려 어지럽다는 반응이 있다. 이선균이 연기하는 북한 의사 윤지의 대사도 잘 안 들리고.
“윤지의는 항상 총성이 큰 곳에서 에이헵과 교신하기 때문에 사운드 믹싱 때도 고민이 컸다. 하지만 대사를 잘 들리게 하려다 보면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전달이 안 될 것 같았다. 어지러움에 있어선 어떤 장면은 저희가 좀 과했나,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촬영 전부터 자신 있었던 건 영화를 만드는 저보다 관객들이 더 (미디어 변화에 대한 수용이) ‘빠르다’는 생각에서다. ‘더 테러 라이브’ 때도 전개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잘 봐주시더라. 관객이 영화에 요구하는 기준선이 매번 바뀌는데 거기에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물론 개봉 후 반응이 제 예측과 어긋날 수도 있다.”
 
‘더 테러 라이브’의 아쉬움을 보완한 부분도 있다고.
“캐릭터를 줄이고 한 인물에 더 집중하자, 사람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다. 관객들이 극장이 아니라 에이헵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느낌으로 영화를 지켜보길 바랐다. 촬영·CG(컴퓨터그래픽)·음악·사운드 전부 그런 방향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에이헵의 캐릭터에 공감하기가 쉽진 않다. 그가 생존을 위해 내리는 선택들은 일관성이나 도덕성과는 거리가 있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의 어떤 장면에선 에이헵이 몹쓸 놈으로 보이셨을 수도 있다. 클리셰이긴 하지만, 작전 당일 그가 출산이 임박한 아내와 통화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완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인데도 대사는 대부분 영어다. 초반의 장황한 상황설명 역시 영어 대사에 의존한다.
 
영어 대사가 9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관객만큼 자막에 익숙한 관객도 없다. 우리는 해외와 달리 더빙도 싫어하잖나. 대본은 일단 한글로 쓴 뒤 거의 각색하다시피 영어로 번역했다. 농담이나 표현방법이 해외에서 봐도 잘 통하도록 하려 했다.”
 
CIA가 용병을 급파한 이유를 미국 대통령의 재선 출마 지지율과 연관해 설명하는데.
“지난해 촬영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배경 설명이 없었다. 그런데 올봄 세상이 크게 바뀌는 일(남북정상회담)이 있지 않았나. 2023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관객이 영화 속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겠다 싶어 추가했다.”
 
남북분단 상황을 다루지만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가진 등장인물은 없다. 윤지의와 에이헵은 서로를 ‘북한’ ‘남조선’으로 부르는데, 에이헵은 미국 불법체류자란 정체성이 더 강하다. 감독은 “남북분단에 관한 설정을 배제할 순 없었지만, 한편으론 남북한 코드가 잘 읽히지 않기를 바랐다”며 “군대가 돈에 의해 움직이는 상황, 거대한 힘의 논리의 지배 아래서 어찌할 수 없는 개개인의 인간성,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정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미국의 대북 공작에 맞서 중국도 개입하지만,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는데.
“시나리오를 쓰던 지난 정권 때만 해도 실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은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의 정권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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