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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권력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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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동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11-11 11:27 조회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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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권력자의 생존법


◆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의 대응이 원만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경찰이 져야 할 것 같은데 왜 최고 결정권자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이 현장에서 대응을 할 위치는 아니잖아요. 


- 물론 현장에서 대응을 할 위치는 아니죠. 그렇다면 대통령이라는 최고 결정권자의 역할은 뭘까요? 


◆ 일단 각 부처에 지시를 내려서 사건 사고에 대비하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할로윈이든 다른 축제든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으면 대비를 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역할이요. 


- 예를 들면 ‘사람들 다치지 않게 관계부처는 대비하라!’와 같은 지시 말인가요? 


◆ 예. 그러면 관계부처에서 알아서 사건이나 사고에 대비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 만일 각 부처에서 알아서 대비를 한다면 대통령은 뭘 할까요? 


◆ 대비가 잘 됐으면 사건이나 사고가 없을 것이고 만일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면 원인을 파악해서 책임자를 벌하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것 아닐까요? 


- 흔히 말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역할을 말씀하시는 군요. 


◆ 이야기가 그렇게 해석이 되나요? 하지만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니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라는 지시를 한 것 아닌가요? 


- 물론 외양간을 고치라는 지시를 했죠. 하지만 단순히 지시를 했다고 지도자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아닌가요? 물론 말로만 대비하라고 해서 실질적인 대비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할을 했잖아요. 그런데 어떤 점에서 부족하죠?


- 예를 들어볼게요. 한 팀이 있고 팀장이 팀원들에게 프로젝트를 계획해서 가져오라고 지시를 했어요. 그런데 팀원들이 어떻게 일을 할당하고 또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생각해 볼게요. 이런 상황에서 팀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당연히 누가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를 나누고 서로 맡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지시해야겠죠. 그게 팀장의 일이잖아요.   


- 그러기 위해서는 팀장이 구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지시를 해야겠죠?


◆ 그럼요. 


-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게 대비해!’라는 지시는 ‘너희가 알아서 일을 나누고 협력해서 해 봐. 너희들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힘을 키워야지.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프로젝트 진행해!’와 비슷하죠?  


◆ 그렇게 볼 수 있네요. 그래도 구체적인 지시는 없지만 그래도 팀원들을 믿고 맡기는 것 아닌가요? 


- 그러면 이렇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실패했어요. 그러면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요?


◆ 이 경우라면 팀원들이 알아서 했으니까 팀원들의 실책으로 규정되는 것 같은데요. 


- 반대로 팀장이 구체적으로 일을 나누고 지시를 내렸다면요? 


◆ 그러면 당연히 팀장이 책임을 져야죠. 팀장이 지시를 했잖아요. 


- 그렇죠. 이 말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도록 잘 해봐!’ 또는 ‘철저하게 대비 해!’와 같은 지시는 결과가 잘 나오면 팀장과 같이 지시를 한 사람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요. 하지만 결과가 실패로 나오면 팀장의 책임은 없고 그 아래 팀원들이 책임을 지죠. 왜? 팀원들이 알아서 했으니까요. 팀장은 분명히 잘 하라고 지시를 내렸고요. 


◆ 말이 그렇게 되나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 그렇죠? 어딘가 어색하죠? 팀장은 지시를 내렸으니까 책임이 없어 보이는데 책임이 없다고 보기엔 뭔가 이상하죠? 


◆ 예. 또 지시를 받고 나름 일을 했는데 실패했다고 아랫사람들만 탓하는 것도 뭔가 맞지가 않는 것 같아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실패라는 결과까지 떠안아야 하는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의 상황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 저도 그렇게 봐요. 여기에는 한 가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비밀이 있어요. 딱히 비밀이라기보다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또 키워나가는 생존비법이라고 할까요? 


◆ 권력을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생존비법이라? 어떻게 보면 사고가 터져도 아랫사람이 책임을 지니까 생존비법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어떤 비법인가요? 


- 사람을 길들이는 비법이요. 일단 자율에 맡기고 결과를 가져오면 그 결과를 놓고 잘 했으면 칭찬을 하고 못 했으면 질책을 하죠. 그러면 칭찬을 받은 사람은 우쭐해지고 또 주변 사람들은 칭찬받은 사람을 본받으려 노력하고요. 


◆ 반대로 질책을 받으면 주눅 들고 또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견뎌야 하겠네요? 또 다른 사람들의 경각심도 일깨우고요? 


- 그렇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의 의도에 맞게 행동하고자 노력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키지 않아도 권력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행동하죠. 이렇게 되면 권력자는 이제 손을 대지 않고도 코를 풀 수가 있어요.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움직이니까요. 


◆ 그리고 책임은 자신이지지 않아도 되는 거네요. 결과가 잘 나오면 그것을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자랑할 수 있고 실패하면 아랫사람들을 문책하면 되고요.  


- 맞아요. 그러니까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도 권력자들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별로 없죠. 아니 책임을 질 이유가 실질적으로 없어요. 한 일이 없으니까요.


◆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가 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다면 권력자의 역할은 뭘까요? 말로 잘하라고 지시하는 것만이 그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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