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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추상적이라는 의미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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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동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6-15 10:16 조회4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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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추상적이라는 의미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듯


◆ 책의 내용을 분석한다는 것은 곧 숨은 의미를 찾는다는 뜻인데, 숨은 의미를 찾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 있죠. 책을 쓴 사람이 누구죠?


◆ 작가죠.


- 그러면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될 때 물어야 할 대상은요? 


◆ 작가인가요?  


- 맞아요. 


◆ 작가라면 자신이 쓴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니 설명을 해 줄 것 같기는 한데,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잖아요. 어떤 말을 했는데 기자 등이 질문을 하면 숨은 의도가 없으니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답을 잘 하지 않고 회피하는 경우도 봤거든요. 이럴 때는 그 사람의 말을 분석하는 방법 말고는 없지 않나요?  


- 물론 그런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 또한 말을 한 본인에게 물어야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문제는 어떻게 묻느냐에 있죠.


◆ 질문하는 방법이라는 뜻인데, 단어와 문장의 숨은 의미를 찾는 질문이 따로 있나요? 


- 예. 먼저 상대에게 질문하기 전에 나 자신이 내용을 정리해야 해요. 이 때 필요한 것이 정의를 묻는 질문이고요. 설명이 있으면 설명에 사용된 단어들의 정의를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방법이죠. 


◆ 왜 정의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죠? 그 예는요?


- 정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로 예를 들어 볼게요. 최근 가장 많이 들린 말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와 같은 표현이니까 이걸로 이야기를 해 보죠. 


◆ 저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정치인들의 결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걸로 어떤 정의를 묻는 질문을 만들죠? ‘국민의 눈높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되나요?


- 비슷해요. 하지만 그렇게 묶어서 질문을 하면 분석을 하기 어려워요. 국민도 눈높이도 모두 추상적이거든요.


◆ 정치라는 게 원래 추상적인 것 아닌가요? 


- 맞아요. 추상적이죠. 그래서 답을 찾기 어렵고 또 정치인들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기도 하죠.


◆ 추상적인 내용으로 사람을 현혹할 수 있다고요? 


- 예.  


◆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죠?


- 우선 추상적인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까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센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썼다고 알려졌는데, 정작 그 책을 쓴 당사자가 책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지 못했다죠? 


◆ 예.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 정의를 내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의를 못 내린 것이죠.


◆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 정의란 원래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거든요. 추상적인 단어로 존재할 뿐이죠. 그러니까 없는 정의를 정의할 수 없죠. 


◆ ‘정의 구현’, ‘정의로운 사회’와 같은 말을 정치인들이 수 없이 하는데, 정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해가 가지 않아요. 


- 정의는 상대성이에요. 한 사람 또는 사회에게 정의로운 것이 다른 사람 또는 사회에서는 정의롭지 않을 수 있거든요. 


◆ 예를 들면요?


- 한 사람이 산책을 하다 고양이가 다람쥐를 사냥하는 것을 봤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 사람은 다람쥐가 불쌍해서 고양이의 사냥을 방해했고 결과적으로 다람쥐를 구했다고 가정해보죠. 물론 이 경우는 동물의 경우이지만 이와 비슷한 예를 인간의 삶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라고 제안할게요. 여기서 구체적으로 예를 들지는 않을 테니 나름의 경우를 만들어서요. 이 때 다람쥐를 구한 행동은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인간의 경우라면 약자에게 힘을 보탰으니까요.


◆ 그렇죠. 약자를 돕는다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으로 여겨지죠.


- 그런데 다음날 산책을 하다 보니 같은 고양이가 보여요. 그리고 그 옆에 새끼가 있는데, 이 새끼가 굶어서 죽어있다고 생각해보죠. 그러면 어제 다람쥐를 구한 행동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아닐 수도 있겠네요. 다람쥐 생명을 구했지만 그로인해 고양이 새끼가 죽었으니까요.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네요. 


- 추상적인 개념이 바로 이런 거예요. 대상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니까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도 어떤 국민을 뜻하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노동자의 눈높이와 회사 CEO의 눈높이가 같을 수 없거든요. 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눈높이도 다를 수밖에 없고요. 


◆ 그러면 이런 말을 분석하려면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하죠?  


- 먼저 국민과 눈높이를 따로 정의를 내려야 해요. 국민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국민에 포함된 직업군이나 사회 계층 등에 대한 개념을 모두 찾아야 하죠. 그 다음 눈높이와 합쳐서 생각을 하면 각자 자신의 위치에 따라 눈높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상대적임을 알 수 있죠.


◆ 그 다음은요? 국민의 눈높이를 이야기한 정치인에 대한 분석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나요? 


- 정치인에게 질문을 하는 거죠. 수많은 다른 직업군 또는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있는데, 도대체 누구의 눈높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묻는 거죠.


◆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정치인들이 별로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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