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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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동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9-26 15:04 조회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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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업보
◆ ‘업’이라는 게 가르칠 능력은 없는 데 가르치는 현상에 그 두 번째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잖아요? 무슨 뜻인가요?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걸 업보라고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이건 이해가 어렵네요.
-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의도는 본능에 기인해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고자 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을 가르치려는 행위도 본능이죠.
◆ 가르치려는 행위가 본능이라고요?
- 예. 자신의 위치가 가르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확신을 통해 자기만족, 즉 욕구의 충족을 이루기 때문이죠. 또한 가르치는 행위가 인류를 지속시킨 요소이기도 하고요.
◆ 가르치는 행위가 인류를 지속시켰다는 근거는요?
- 자식에게 먹으면 죽는 독이 있는 과일이나 채소, 위험한 장소 등을 가르쳤을 때 아이의 생존확률이 늘어나니까요.
◆ 아, 그 뜻이군요. 알겠네요. 그런데 업은 이런 본능과 어떤 관계인가요?
- 본능에는 배워서 익히는 정보 습득도 있지만 처음부터 타고나는 본능도 있어요. 예를 들면 부모의 외모뿐 아니라 성격이나 취향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 알 것 같아요. 그래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부모와 비슷한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요.
- 여기서 생각해볼게요. 부모는 자녀가 부모와 똑같은 행위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좋아하나요?
◆ 항상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나를 닮은 아이가 있다는 점에서 좋을 때도 있지만, 내가 나를 봤을 때 싫은 면을 아이가 닮았다면 답답해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여자의 경우 ‘엄마가 딸에게 시집가서 너 같은 딸 낳아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저주같이 들리기는 하지만요.
- 맞아요. 그런데 엄마가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 말을 듣지 않을 때 아닐까요? 말을 잘 들으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 한 마디로 가르쳐서 바꿀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가르쳐서 무얼 바꾸고자 하는 걸까요?
◆ 성격이나 어떤 상황에 대한 접근법 아닐까요?
- 왜 바꾸려고 가르칠까요?
◆ 그런 요소가 삶을 고통스럽게 할 때인 것 같아요.
- 그러면 이제 정리해 볼까요? 아이는 본능적으로 타고난 면이 있어요. 예로 성격이 있죠. 그런데 이 성격이 고통의 씨앗이 된다고 생각되면 바꿔야겠죠?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반항을 해요. 그러면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듯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겠죠.
- 아이는 결국 독립의 길로 가게 될 테고 그러면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겠죠? 모든 미래는 아이의 손에 달려 있을 테고요.
◆ 예. 독립한다면 그렇겠죠. 반대로 집에서 계속 싸우면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요.
- 그러면 이제 반대로 아이가 부모가 가르치는 대로 따랐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요?
◆ 부모는 만세를 부르겠죠. 자식 교육에 성공한 케이스잖아요.
- 과연 그렇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만일 부모가 회사의 사장이라면 아이가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후에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부모가 피라미드식 사회 구조의 아래에 있다면 어떨까요?
◆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무리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어도 자식을 교육할 때에는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길 바라지 자기처럼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 물론 의도는 그렇겠죠. 하지만 부모는 피라미드식 사회구조의 위에 있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그러면 부모의 뜻을 따라 열심히 살아간 아이가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를 수 있을까요?
◆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방법을 모르니까요.
- 결국 자녀에게 부모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살도록 만드는 결과가 되겠죠?
◆ 그렇기는 할 것 같은데, 교육이 있잖아요. 부모가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쳤고 아이가 그런 부모의 의도를 따랐다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앞서 학교 교육은 아이의 두뇌 발달을 체계적으로 시킬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어렵나요?
-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은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종속되도록 만들어요. 그러니까 ‘은사’로 받들고 머리를 숙이며 존경한다고 하면서 따르죠. 그런데 이렇게 되는 경우 가스라이팅과 같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요.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이니 철저하게 믿고 따를 테니까요.
◆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이제 다시 질문을 해 보죠. 아이가 부모의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한테 반항하지 말고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라고 가르쳤는데, 선생을 잘못만나 가스라이팅 당해 폭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가정해볼게요. 누구에게 원인이 있을까요?
◆ 결국 가르친 부모인가요?
- 이게 업이에요. 부모가 자식을 가르쳐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시작된 결과니까요. 그러니까 부모는 ‘내 업보다!’라고 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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