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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유전자를 내맘대로 재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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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15 15:51 조회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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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기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콩, 옥수수 등 유전자 변형 작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단지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재배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까지 발달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전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중 하나는 크리스퍼(CRISPR)라는 기술입니다. 크리스퍼에 관련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2년부터 이제 겨우 5년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전세계의 유전공학계는 크리스퍼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양의 관련 연구결과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핵심기술의 특허를 받아내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크리스퍼 기술이란 DNA의 원하는 부분을 찾아 마음대로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유전 정보를 원하는 대로 재단할 수 있으니, 유전병이 있다면 그 부분을 잘라내버리면 그만이고, 원하는 유전자가 있다면 가져다 심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맞춤옷을 만들듯이 원하는 유전자들을 자르고, 붙이고 수정할 수 있다고 하니 진정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기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기술입니다. 지난 2013년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방암 예방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던 것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유방암 발병율이 일반인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지는데, 그녀는 자신의 경우 유방암 발병확률이 87%를 넘는 것으로 진단되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현재 각광받는 크리스퍼 기술의 미래를 알았더라면 절제술을 받지 않고 몇년 정도 더 기다려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크리스퍼 기술이 조금 더 발달한다면, 문제가 되는 BRCA 유전자를 잘라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크리스퍼 기술이 그 정도 수준까지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크리스퍼란 단순히 반복적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의 DNA서열(Clustered Regulary Interspaced Short Paindromic Repeats, CRISPR)을 뜻합니다. 이런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은 1980년대말 일본의 연구진에 의해 알려졌는데, 그 구조의 역할을 잘 몰랐기 때문에 한동안 잊혀져 있었던 구조입니다. 이런 크리스퍼의 진정한 역할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일종의 실패한 실험에 의해서였습니다. 덴마크의 요구르트 회사인 ‘다니스코’의 연구원들은 유산균을 배양하던 중 외부로부터 감염된 세균에 의해 정성껏 배양한 유산균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낭패를 당합니다. 대부분의 유산균이 몰살을 당한 와중에 소량의 유산균은 세균에 감염되지 않고 생존했는데, 다니스코의 연구원들이 이 생존한 유산균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것입니다. 이들은 살아남은 유산균들이 공통적으로 크리스퍼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크리스퍼가 세균으로부터 유산균을 지켜준 일종의 면역체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인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항체가 생겨 내성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게, 한번 외부 박테리오파지(세균)의 공격을 받으면 파지의 DNA를 잘라 자신에게 붙여 ‘기억’을 하고, 이후에 동일한 파지가 침입하면 ‘기억’된 부분과 동일한 부분을 잘라내 버림으로써 감염을 막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크리스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1964- )교수의 연구팀은 크리스퍼의 ‘기억’과 ‘절단’의 능력에 주목하고, 크리스퍼에는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지를 기억하는 RNA와 실제 DNA의 부분을 잘라내는 가위 역할의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RNA를 우리의 목적대로 바꿔치기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잘라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 설명드리면 크리스퍼는 앞을 볼 수는 없지만 아주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있는 재단사와 잘라야 할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설명서를 갖고 있는 조수로 이루어진 한 팀입니다. 조수가 들고 있는 설명서의 내용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조수를 통해 재단사가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자를 수 있게 지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며, 현재의 크리스퍼 관련 기술들은 어떻게 설명서를 만들어 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단사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앓고 있는 당뇨병도 일종의 유전자 관련 질병입니다. 혈당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세포에 유전적 문제가 생기면서 발명하는 것인데 크리스퍼기술로 인슐린 분비와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면 당뇨병이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합니다. 에이즈, 암 등과 같은 질병들도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서 완전한 정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과학자들도 많습니다. 5년남짓한 기간동안 이미 많은 동물실험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보였고, 몇몇 국가에서는 인간을 상대로 한 임상 실험을 허가하기도 했습니다. 태중의 아기에게서 유전병의 징후를 발견했을 경우, 태어나기 전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제거하거나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무궁무진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하나하나가 ‘설마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니 이 기술을 처음 찾아낸 다우드나교수가 생의학분야 노벨상 0순위라고 불리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목소리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과연 인간이 도덕적으로 이러한 유전자 조작기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입니다. 말 그대로 언젠가는 뷔페에서 음식을 고르듯 원하는 유전자를 맞춰 완벽히 조작된 인간이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로 신의 영역을 넘어들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 중국 중산대학교 연구팀은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 수정란의 유전체편집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구현된 기술이라고 할 수 는 없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수정체의 유전자편집이 가능해 질 수도 있습니다. 말그대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 됩니다.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두렵기까지한 기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크리스퍼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거나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인간 스스로 생명윤리와 도덕적 가치 등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도있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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