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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0'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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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2-22 10:21 조회7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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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을 나타내는수 ‘0’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있는 숫자 ‘0’.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숫자이기에 그 의미가 무엇이며,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에게 ‘0’이라는 기호와 그 의미가 친숙해진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0’라는 수의 의미는 대부분 ‘없다’라는 의미, 즉 ‘2 빼기 2’와 같이 어떤 수에서 같은 수를 뺐을 때 값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서양 수학의 역사속에서 인류가 ‘0’를 셈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자릿값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백이라는 수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에 ‘0’을 두개 위치하고 그 앞에 ‘2’를 두어야 200이라는 수를 나타내어 2, 20 등과 구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리값을 나타내기 위한 ‘0’의 역할입니다. 고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없다’라는 개념의 수를 사용하지도 않고도, 앞서 설명드린 자리값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고도 수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요?

 

인류가 처음으로 수를 사용했었다는 증거는 1960년 벨기에의 장 드 브라우코르가 콩고의 이샹고(Ishango) 지역에서 발견한 뼈입니다. 원숭이의 뼈로 추정되는 이 뼈는 기원전 2만년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뼈에는 각기 길이가 다른 선 여러개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것이 포획한 동물의 수, 또는 날짜를 세기 위한 달력의 표시 등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각기 다른 주장들이 있지만, 그 선들이 무엇인가를 ‘세기’위한 수의 표시였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즉, 인류는 약 2만년전부터 수의 개념을 갖고 살기 시작했었던 것입니다. 최초의 고생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것이 약 600-200만년전,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약 20만년전인 것으로 추정되니 적어도 인간은 사람의 형상을 어느 정도 갖춘 이후로도 약 18만여년동안은 수를 셈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던 미개한 동물이었던 것입니다. 이 후 인류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셈의 체계를 발달시킵니다. 하지만, 이때의 셈이라는 것은 물물교환의 수단, 세금징수의 용도 등으로만 사용되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 즉 음수와 같은 개념은 발달되지 않았습니다. 빚을 지는 것을 마이너스, 즉 음수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지만, 누가 누구에게 빚을 얼마나 지었는가라는 표현만 필요할 뿐, 빚의 양은 양수로 충분히 표현이 되기 때문에 음수의 개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앞서 설명드린대로 자릿수를 나타내기 위한 필요성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이는 고대의 그리스나 로마 등의 숫자들은 십의 자리, 백의 자리 등을 표현하는 수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는 일의 자리, #는 십의 자리, 그리고 &는 백의 자리를 나타내는 수라면 432라는 수는 &&&###@@라고 표기되었습니다. 로마시대에는 지금도 사용되는 로마숫자 I, II, III, VI 등이 표현되었고, X가 십을 뜻하는 숫자로 23의 경우 XXIII으로 표현을 하면 되니 지금과 같은 자릿수의 개념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0’이라는 표현의 필요성을 가져온 것은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에서 비롯됩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고대 인도에서 창안된 수체계입니다. 이것이 인도숫자가 아니라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는 것은, 이후 이슬람 세계로부터 유럽에 숫자가 전파되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 이슬람 지역에서는 인도를 의미한 힌두숫자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 숫자는 1-9로 이루어진 아홉개의 숫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없다’라는 수학적 개념은 있었지만, 초기에는 이를 표기하는 기호는 존재하지 않았고 산스크리트어로 ‘순야(Sunya)’라는 말로 ‘형상이 없음’, ‘빈 상태’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초기의 인도숫자는 자리값을 나타내는 수가 없었기 때문에 띄어쓰기로 자리를 표현했습니다. 즉, 2002라는 숫자는 ‘2  2’와 같이 두자리를 띄어쓰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띄어쓰기 간격이 일정치 않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후, 4세기경 아리아바타(476-550)라는 인도 수학자의 저서에서 띄어쓰기대신에 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보였으며, 약 6세기정도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인도 차투르부즈(Chaturbhuj) 사원의 비문에는 선명하게 ‘0’을 사용한 270이라는 수가 적혀있습니다. 이것이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0’이 사용된 기록물로 남아있습니다. 이후 9세기경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라는 페르시아인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인도의 수, 즉 아라비아 숫자와 ‘0’의 개념이 전파되었습니다. 하지만, 10세기가 되면서 대부분의 유럽에 아라비아 숫자가 전파되었을 때에도 유럽인들은 ‘없다’라는 개념의 ‘0’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유럽에 ‘0’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무려 수백년이 지난 1202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 1170-1250)라는 이탈리아 수학자가 아라비아 숫자와 그를 이용한 수학 교본인 산술교본(Liber Abaci)라는 책을 출판한 이후였습니다. 피보나치는 자신의 책에서 아라비아의 수 체계에 대해 ‘인도인들은 1,2,3,4,5,6,7,8,9라는 아홉개의 숫자와 ‘0’이라는 기호를 이용하여 가능한 모든 수를 표현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피보나치 역시 ‘0’은 다른 숫자와는 다른 ‘기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인들은 왜 이다지도 ‘0’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까요? 사실 수학은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폭발적인 발전을 해왔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추상적인 것을 생각하기 전의 수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셈하는 역할만을 담당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세는 것이 전부였으니 보이지 않는 ‘음수’를 정의할 수도 없었으며, 그 사이의 ‘없음’을 의미하는 수, 즉 ‘0’을 인정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음수는 인도수학에서도 7세기경 브라마굽타라는 수학자에 의해 언급되었으며, 이것이 ‘0’의 사용이 시작된 얼마 후인것은 분명 그 연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음수가 서양의 수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가 지나서야나 이루어졌으니 음수라는 개념이 현대와 같이 사용된 것은 불과 400여년밖에 되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좌표체계를 처음 만들어낸 데카르트(Rene Descarte, 1596-1650)조차도 음의 수는 잘못된 수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서양의 수학체계는 음수의 영역을 오랫동안 배척해 왔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이와 대조적으로 동양의 수학은 음수의 개념을 매우 오래전부터 알고 사용해 왔습니다. 263년 중국 위나라의 유휘가 엮은 ‘구장산술’이라는 책에서 벌써 음수의 개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이책은 1세기 무렵에 쓰여졌다고 전해지지만 그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여러 계산법을 설명하고 있는 수학책인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계산방법은 현대 수학의 행렬(matrix) 계산법과 동일하며 음수와 양수가 섞은 계산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동양수학에서 ‘0’의 개념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은 900년대 후반입니다. 그 시대가 인도에서 ‘0’을 사용하기 시작한 얼마 후이기 때문에 동양의 ‘0’의 개념도 인도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고, 이미 그 이전부터 음수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자체적으로 ‘0’의 개념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구인류는 무시하고 현생인류가 생겨난 이후만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수개념을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현생인류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하루, 즉 24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인류가 수 체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약 20분정도에 해당합니다. 그 짧은 20분만에 동물뼈 위에 잡아온 물고기의 수를 표시하던 인간들은 우주 밖으로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원자보다 작은 단위의 입자들의 크기와 질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매스컴에서 터져 나오는 과학발전의 속도가 무섭습니다. 몇달 전까지만해도 신기술이라 칭송 받던 것들이 구기술 취급을 받는 것이 별 일이 아닌 세상입니다. 지난 “20분”에 이룩한 발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빨라졌고 또 더 빨리질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로 앞으로 “20분후”의 인류는 과연 어디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해나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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