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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스티븐 호킹, 블랙홀 수수께끼의 잠금쇠를 열고 그 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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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3-21 15:27 조회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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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지목받던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1세 대학원 시절 발병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일명 루게릭병으로 인해 55년간 휠체어의 도움으로 지내면서도 천체물리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물리학자였습니다. 어느 카툰작가는 휠체어 옆에 자신의 두다리로 서서 하늘의 블랙홀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 그를 애도했고, 또 다른 카툰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카툰들이 말해주듯이 호킹박사는 블랙홀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받친 과학자였습니다. 1998년 출간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고, 또 장애를 극복한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에 대중의 많은 주목을 받은 분이었지만, 사실 그가 남긴 과학적 업적은 그의 대중적 인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대단한 것입니다. 

 

루게릭병증이 처음 나타난 것은 대학원시절이었습니다. 당시 1-2년정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1966년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Properties of Expanding Universe)’라는 연구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호킹 박사는 이후 지속적으로 ‘블랙홀’에 관한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블랙홀’ 이라는 이름은 너무 강한 중력이 빛마저도 잡아당겨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검게 보일 수 밖에 없는 미지의 천체라는 의미로 붙여졌습니다. 빛을 포함한 모든 정보들을 밖으로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블랙홀을 관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블랙홀이라는 천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막연한 상상으로 언급된 것은 1700년대 후반의 사료에서 발견되지만, 그 존재를 수학적으로 도출해 낸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입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라는 난제를 풀다보면 그 방정식의 일부 항들이 무한대로 발산해버리는 특이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이점에 해당하는 물체가 실제 우주에 존재를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질량을 갖고 중심으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 존재하는 모든 물리량들을 안쪽으로 끌어들여야만 할 것이다라는 해석으로부터 블랙홀의 개념이 출발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일반적으로 이론물리학자들의 연구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실험적으로 보여지는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법칙을 정립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학적 모델을 세우고 그를 풀어서 나오는 해답에 해당하는 물리적 존재를 예견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자신이 엄청 고민해 본 결과, 동쪽으로 열발자국을 걸으면 발 밑에서 보물상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보다는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블랙홀은 바로 이러한 두번째 예견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블랙홀’이라는 미지의 천체는 존재의 가능성이 알려짐과 동시에 큰 의문점을 가져왔습니다. ‘그 많은 것들이 안쪽으로 끌려들어가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정해진 크기의 상자에 자꾸만 물건을 밀어넣는데, 빠져나가는 것이 전혀 없다면 상자가 터져버리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은 주변의 물리량들을 꾸역꾸역 먹어치운 블랙홀은 언젠가 터져버려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러 노력 중에 하나로 1973년 이스라엘 물리학자 야코브 베켄슈타인(Jacob D. Bekenstein)이 블랙홀이 빛은 내보내지 못하지만 열을 방출하는 열복사는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이를 바탕으로 1974년 블랙홀의 열복사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였고, 이를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 또는 베켄슈타인-호킹 복사(Bekenstein-Hawking radiation)라고 부릅니다. 즉, 블랙홀에서도 무언가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으로 블랙홀 연구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며, 이 연구발표로 호킹박사는 천체물리학계의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호킹복사가 일어나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도 열방출을 통해서 점점 질량을 잃고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연구업적은 블랙홀의 비밀을 풀어가는 첫 열쇠가 되었다는 가치도 있지만, 이를 설명하면서 서로 잘 융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두개의 이론, 즉 상대성이론과 양자 역학을 연결하여 도출된 양자중력이론의 바탕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호킹박사는 이 연구 성과로 과학계의 인정을 받으며 같은 해 5월 2일 영국 왕립학회에 역사상 가장 젊은 회원으로 추대됩니다. 이후 1979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기 전인 2009년까지 캠브리지 대학교의 루카스 석좌교수직을 맏으며 관련연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루카스 석좌교수직은 매우 상징적인 자리로서, 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이작 뉴튼이 역임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호킹박사는 발간후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실려있어던 ‘시간의 역사’ 덕분에 대중에게도 매우 많이 알려진 과학자였습니다. 그가 루게릭병에 의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엄청난 천체물리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대중의 인기를 얻는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또한, 그는 철저한 무신론적 발언들로 인해 전세계 종교계에 큰 반발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는 창조주의 도움없이 과학만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으며, 죽음이라는 것은 뇌 속에 있는 컴퓨터가 작동을 멈춰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컴퓨터가 망가져 죽어버린다고 해서 어디를 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동화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공격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또한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언젠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생각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루게릭 병으로 부자연스러운 육체에 갇혀 생각만으로 무한한 상상과 논리들을 도출해 내었다는 것 만으로도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2000년 호킹박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립 고등과학원(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KIAS)에서 열린 논문 발표회에서 박사를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그저 물리학과 대학원생이었지만, 운좋게 참가기회를 얻어 강당 한 구석에서 그의 논문 발표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학원생이었던 저에게도 난해하기만 하여 이해하기 힘들었던 논문 발표였기에 그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힘든 숨을 몰아 쉬면서도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청중의 질문을 듣기 위해 집중하던 그의 눈빛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의 말처럼 그저 컴퓨터가 꺼져버린 그런 죽음이라 할 지라도 어디선가 이젠 구부정한 몸을 일으켜 큰 기지개 한번 펴고 즐겁게 웃고 계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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