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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방법을 익히는 공부 방법] 쉬어가는 페이지 – 원효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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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동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4-04 12:00 조회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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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룬 분별을 하는 자신을 탓하는 형식의 깨달음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깨달음의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바꾸면 된다!’는 식의 삶에 대한 접근법은 능동적 삶이 아닌 수동적 삶을 살도록 만들어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기 보다는 타인 (자신이 속한 사회단체와 그 단체를 이끄는 사람 등)에 의해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효가 만일 이러한 스스로를 탓하는 형태의 깨달음을 얻었다면 아마도 ‘대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는 못했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효의 깨달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필자의 나름대로 원효의 깨달음과정을 우선 재구성하여 예로 들고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원효는 밤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셔 갈증을 달랬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신이 마신 물이 해골에 담겨있었던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원효는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해골바가지라는 것을 모르고 마셨을 때에는 시원한 물이었는데 알고 나서는 토하는 구나!’라며 그 이유를 찾고자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이렇게 왜 해골바가지라는 것을 알고 난 후 토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해골바가지와 그 안에 담긴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생각이 ‘이 해골바가지는 썩어 들어가는 살점도 없이 뼈만 남아 그 안의 물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해서 내가 밤에 마셨을 때에는 그냥 갈증을 덜어주는 시원한 물이었을 뿐인데 한참이 지나 아침이 되어서 해골바가지에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왜 나는 토하게 되었는가?’에까지 미치자 지금까지 자신이 공부해 온 석가가 남긴 말 중에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는 내용을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뼈만 남은 해골바가지는 물바가지와 다를 바 없어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인 물의 물리적 성질을 바꾸지 않고 담고만 있을 뿐이니 해골바가지는 그저 이름만 해골바가지일 뿐 물을 담고 있으면 그 물바가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과 함께 해골바가지와 물바가지를 분별해야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석가가 남긴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는 내용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확연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석가에 대해 남겨진 기록들을 통해 지식으로 익혀왔던 것을 스스로 확연하게 깨닫게 되었으니 이제 굳이 공부를 더 하겠다고 먼 길을 갈 필요가 없어 발길을 되돌리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예에는 전제가 몇 가지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꼭 필요한 두 가지만 서술하고 계속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해골바가지가 말 그대로 뼈만 남은 것이라야 합니다. 만일 부패가 진행되는 과정의 것이었다면 거기에 담긴 물은 마셨을 때 시원한 물맛이 아니었을 것이므로 아무리 잠에 취해있었다 하더라도 입에 닿자마자 뱉어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원효의 경우 해골바가지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했을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만일 해골바가지였다는 것만 인식하고 토한 후 역겨움에 그 자리를 바로 떠났다면 자신이 마신 물은 그저 해골바가지의 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위의 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물의 물리적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마셔 갈증을 해소하는 물의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에서는 물을 담고 있는 것이 해골바가지이던 물바가지이던 상관이 없음에도 해골바가지라는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는 분별로 인해 자신이 토하게 되었다는 것을 원효는 확연하게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효의 해골바가지와 물바가지를 분별할 이유가 없다는 깨달음이 지난주의 자신의 분별을 탓하는 깨달음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지난주에 이야기 한 깨달음은 해골바가지와 물의 물리적 성질에 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분별을 한 자기 자신을 탓하는 깨달음이기 때문에 ‘분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를 지식의 형태이자 하나의 신념과도 같은 내용으로 익히게 되는 반면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한 원효의 깨달음은 해골바가지, 물, 물바가지 등의 물리적 성질을 바탕으로 분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논리적인 이해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2 주전 칼럼에서 다룬 뉴턴의 예와 비교하자면 전자의 깨달음은 중력을 여전히 지식이나 믿음으로 알고 있는 형태의 깨달음인 반면 원효의 깨달음은 뉴턴과 같이 알고 있던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연하게 보고 인식한 깨달음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주 이러한 깨달음의 차이가 공부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 더 살펴보고 석가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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