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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서봉총 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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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4-04 12:04 조회3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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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부터 97년 전(1921) 9월 어느 날, 경주 노동리 봉황대 주변에서 자그마한 주막을 운영하던 박씨는 장사가 무척 잘되자 주막을 늘리기로 작정하고 뒤뜰의 나지막한 언덕을 파기 시작했다. 신령 탓에 장사가 잘되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에게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뜻밖의 횡재가 찾아왔다. 고색창연한 황금빛 금관이 나온 것이다. 그 관이 바로 150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금관총 금관이다. 무덤의 주인이 누군지를 몰라서 그저 ‘금관총’이라 불렀다.  

 

3년 뒤 역시 봉황대 아래의 민가 사이에 있는 무덤을 조사하다가 두 번째 금관이 발견되었다. 금관에 매달려있는 특이한 한 쌍의 금방울을 보고 무덤 이름을 ‘금령총’이라 지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난 어느 날, 역시 봉황대 서편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무덤에서 세 번째 금관이 나왔다. 금관에는 봉황으로 여겨지는 새가 그려져 있었다. 당시 스웨덴 왕세자의 신분으로 아시아 지역을 탐방하고 있던 고고학자 아돌프 6세(현 구스타브 16세 국왕의 선친)는 마침 발굴 현장에 이르렀다. 그의 이 뜻깊은 발굴동참을 기념하기 위해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의 첫 글자와 ‘봉황’의 첫 글자를 따서 무덤을 ‘서봉총’이라 이름 하였다. 이렇게 금관은 원래부터가 아우름(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는 것)의 상징이었다.

  그 후 천마총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금관이 출토되었다. 그 밖에 도굴되었다가 압수돼 경주 교동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금관도 한 점 더 있다. 모두가 왕릉급 무덤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학계의 추산으로는 경주 일원에 150여기의 큰 무덤이 있는데, 그중 이미 발굴된 것은 약 30기에 불과하니, 앞으로 또 어떤 무덤에서 얼마만큼의 금관이 더 쏟아져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알려진 고대사회의 금관은 합해서 10점밖에 안 된다. 그중 신라 금관 6점과 가야 금관 1점을, 그것도 가장 완벽한 것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나올 것을 예견한다면, 우리나라는 글자 그대로 ‘금관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금관을 비롯한 황금유물이 집중적으로 출토된 곳은 신라 1000년 역사 중에서도 김알지의 후예들인 김씨 마립간들이 통치하던 5~6세기의 적석목곽분이다. 형태는 크게 외관과 내관으로 구분하는데, 외관은 신비로울 만치 화려하다. 한자 ‘산’자(‘출’자라고도 함) 3~4개를 위에서 아래로 붙여놓고(세움 장식) 그 좌우에 사슴뿔 모양의 장식 가지를 세워 ‘산’자와 함께 금관의 골격을 이룬다. 거기에 곡옥(곱은옥.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어서 장식으로 쓰던 구슬)이나 영락(달개장식), 새의 날개 같은 장식이 달려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이러한 형태의 관을 수지녹각형관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주변 지역에서는 유사품을 찾아볼 수 없다.

  솟대에 흔적이 남아있는 경주 금관총의 새 날개는 ‘얼음공주’ 새 장식과 닮았고 다산을 상징하는 태아모양의 곡옥은 그리스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금관을 놓고 논란이 가장 많은 것은 용도문제다. 어떤 학자는 외관과 내관을 분리해서, 화려하고 장중한 외관은 공식 행사용이고 내관은 일상용이라고 주장하나, 대부분 학자들은 일괄하여 의례용인가 실용품인가, 아니면 장례용인가를 놓고 논한다. 무게가 1킬로그램 이상인데다 관테가 약하고 전체 구조도 든든하지 않아서 행사용 예관이나 평시 신분을 알리는 위세품 따위의 실용품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에 비해 금관이 피장자의 머리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감싸고 있고, 피장자의 발치에 함께 묻혀 있는 금동신발은 바닥에 스파이크 같은 장식이 있어서 실용성은 없으며, 또 다른 부장품인 금제 허리띠 무게가 4킬로그램이나 되어, 이것 역시 패용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금관은 장례용 부장품일 가능성이 높다. 

 

금관이 출토된 무덤들은 예외 없이 4세기에 나타나서 5세기에 대형화되다가 6세기 전반까지 존재한 적석목곽분이다. 이런 무덤은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돌무지의 전통을 이은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북방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전형적인 스키타이-알타이식 쿠르간(높은 무덤)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외관 구조의 골격인 ‘산’자 형태는 나무를 도안화한 것이며, 내관의 속내를 만든 자작나무는 흉노의 대표적 유물인 노인울라(외몽골, 기원전 1~기원후 1세기) 고분군이나 남러시아의 쿠르간에서도 발견되는 성스러운 나무이다. 지금도 매해 음력 4월에 열리는 대관령 서낭제에서 신수(신령스러운 나무)를 베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네 조상들도 아득한 옛날부터 나무는 땅과 하늘,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통로, 곧 우주수라고 믿어왔다. 우리의 우주수는 가지에 태양 10개를 걸 수 있으리만큼 큰 부상(중국 전설에서, 해가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고 한 상상의 신성한 나무. 또는 그 나무가 있다는 곳)이다. 나무 일반이 그러하거니와, 특히 자작나무는 북방민족들이 신성시 하는 나무다. 이렇게 보면 신라 금관은 우리와 북방민족들의 전통문화가 잘 어울린 융합물이다.

  금관의 주요 장식의 하나인 곡옥은 동물의 태아 때 모양을 하고 있다. 원래 생명의 상징으로서 다산을 의미하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모양의 장식을 가지라고 부르면서 씨를 잘 퍼뜨리는 열매로 규정하고 있다. 

  금관총 금관의 장식으로 발견된 새 날개는 하늘을 받드는 신조사상과 유관한 것이다. 머리에 사뿐히 앉아 있는 금제 새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네 솟대 위에 앉아 있는 새를 연상케 한다. 인간들이 절대자를 향해 기복행위를 할 때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새에 대한 신조사상은 우리와 일본을 포함해 알타이계 민족의 보편적인 영혼관이다.

  황금문화권의 동단에서 황금문화의 전성을 구가한 신라의 금관은 단연 그 진수이고 꽃으로서, 우리의 국보이다. 이럴진대 우리는 그 수난의 역사도 잊어서는 안 된다. 1935년 평양박물관은 경성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서봉총 금관을 비롯한 황금유물을 대여하여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회를 마친 뒤풀이 술자리에서 일본인 관장 고이즈미란 자는 이 금관을 한 기생에게 씌워놓고는 흥청망청 술판을 벌이는 망동을 부렸다. 망국에 당하는 문화재의 수모다. 광복 후에도 두 차례나 몇몇 금관들이 도둑맞았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모두가 모조품이었다. 근자에는 외국 나들이를 위한 보험료 때문에 금관의 가격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데, 이 경우 그 값을 칠 수 없는 품격에 추호의 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네 문화재를 귀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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