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바다는 왜 짤까? > 교육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교육칼럼

[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바다는 왜 짤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01 09:17 조회4,522회 댓글0건

본문

 

 

옛날 옛날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요술 맷돌을 갖고 있는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이를 탐낸 도둑이 요술 맷돌을 훔쳐 멀리 달아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도망을 쳤습니다. 충분히 먼바다로 나왔다고 안심한 도둑은 당시 금보다도 더 비싼 소금을 만들어 달라고 맷돌에게 소원을 빌었고, 맷돌은 신기하게 소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신이 났지만, 맷돌이 만들어내는 소금은 이내 배안을 가득채우고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맷돌을 멈추는 방법을 몰랐던 도둑은 불어나는 소금을 멈추지 못해 끝내 맷돌과 함께 바다속으로 가라앉아 버렸고, 바다 속 어디엔가 가라앉은 맷돌은 지금까지도 소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기억이 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바다가 짠 이유에 대한 한국 전래동화 ‘소금을 만드는 맷돌’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에도 거의 비슷한 내용의 동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두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인지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상인들의 왕래 등을 통해 전해진 것인지에 대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동떨어진 두 지역에 비슷한 전래동화가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매일같이 음식을 만들며 엄청난 양의 소금을 소비함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여전히 짜다는 사실에 그 속에 소금을 생성해 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할 것이라는 식의 접근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꽤나 논리적인 상상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바다속에는 그런 맷돌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억년간 바다의 염분은 크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바다가 짠 맛이 나고 소금맷돌도 없이 염도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 바다에 유입되어있는 염분의 대부분은 원시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유입된 것이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소금의 양은 바다 속 소금의 총량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양이며, 그마저 순환과정을 통해 다시 바다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체 소금양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짠 바다에 대한 과학적 설명입니다. 약 46억년전에 형성된 지구는 지금과 달리 엄청나게 뜨거운 불덩이였습니다. 딱딱한 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그마가 액체로 흘러다니는 마그마 바다가 표면을 덮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마그마 바다가 서서히 식으면서 방출된 기체들이 대기를 이루고 고형화된 마그마들에 의해 최초의 지각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땅과 대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초기 지구는 이렇게 뜨거웠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물을 갖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지구에 많은 양의 물이 있게 된 것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혜성들이 초기 원시지구에 빈번히 충돌하면서 물을 전달하였고, 이렇게 모인 수증기들이 응결하여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현재로서는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당시 대기에는 많은 양의 염산기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염소기체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비에 녹아 물 속에 다량의 염소이온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염산, 황산 등에 의해 강한 산성을 띤 비는 땅에 포함된 많은 물질들을 녹여 바다로 스며드는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에 의해 많은 양의 나트륨이 물속에 들어오면서 다량의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 sodium chloride)이 바다에 유입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바다를 짜게 만들어주는 요술 맷돌은 바로 땅, 지구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화합물입니다. 바다에 가장 풍부한 염소와 나트륨이 생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원소들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지구의 원시 생명체는 바다속에서 처음 만들어져 진화해 온 것인데, 최초의 생명체가 만들어질 때 바다속에 가장 풍부한 원소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놀랍게도, 아니 매우 당연하게도 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들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들은 바다 속 구성성분들과 매우 흡사합니다. 원시지구에서부터 바다에 다량의 염분이 스며들지 않았다면, 우리의 몸에 소금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짭짤한 음식으로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시지구 형성과정이 바다가 짠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소금의 순환과정은 수억년이 넘도록 크게 변화하지 않고 유지되는 바다속 소금의 농도를 설명해줍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은 소금을 필요로 합니다. 많은 생명체가 소금을 섭취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바다에 저장되어 있는 소금의 양이 점점 줄어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명체에게 들어간 소금은 생명체가 죽어 땅에 묻힐 때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이렇게 땅속에 스며든 소금을 강물이 쓸어내려 다시 바다로 되돌려 줍니다. 바다물이 증발할 때에는 소금기를 머금은 채로 증발되지 않고, 순수한 물만 공기중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올라간 수증기들이 뭉쳐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에는 소금기가 거의 없습니다. 빗물이 모여 강줄기로 모여들면서 땅속에 있는 소금을 다시 가져오지만, 그 농도가 낮아 우리는 강물에서 짠맛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소금은 이렇게 거대한 순환과정을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농도가 변화하지 않고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지역적으로 조금씩 바다의 염분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비가 적게 오고 온도가 높아 증발이 쉬운 지역의 홍해나 페르시아해의 바다는 비가 많이 오는 밴쿠버의 앞바다보다 염분이 높습니다. 또 날씨가 추워져 북극해의 바다가 얼게 되면, 얼음속에는 염분이 남아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남은 바닷물에 더 많은 소금이 들어와 바닷물을 상대적으로 더 짜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다는 짜지만 강물은 그러하지 않고, 우리들이 짭짤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수십억년전 지구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의 상태와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 일상 속의 아주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과학적 발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교육칼럼 목록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