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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소재동 – 정도전 유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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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06 09:32 조회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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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전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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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이 34세의 젊은 나이에 유배 와서 약 2년여를 거처했던 곳은 나주시 다시면 운봉리 백동 마을로 삼봉이 유배될 당시에는 전라도 나주의 회진현 거평부곡에 속한 소재동이었다. ‘소재동’이란 마을 이름은 이곳에 ‘소재사’란 절이 있어서 생겼다고 한다.

 

 

 

정도전은 1375년(고려 우왕 1년)에 이곳으로 유배를 와서 농부 황연의 집에서 1377년(우왕 3년)까지 약 2년간 유배를 살았다.

 

 

 

정도전이 유배를 당한 것은 우왕 즉위 원년으로 당시 권문세족과의 정치적 갈등 때문이었다. 그는 공민왕의 개혁정치를 지지하던 신진사류였는데, 공민왕이 시해되고 권문세족의 힘이 다시 막강해지면서 시련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우왕 즉위 원년 북원이 고려와 힘을 합쳐 명나라를 치려고 사신을 보냈을 때, 친원파인 권문세족들은 당시 성균관 박사였던 정도전을 영접사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친명파였던 그는 이를 거부하고, 도리어 “내가 북원 사신의 목을 베어오거나, 아니면 사신을 체포하여 명나라로 보내겠다.”고 말하여 친원파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당시 친원파의 거두였던 경복흥, 이인임 등 권신들은 우왕에게 고하여 정도전을 귀양 보내게 하였다. 그러나 당시 정세로 보아 망해가는 북원과의 친선보다 한창 일어서는 명나라와의 친선이 현명한 외교였다. 권문세족 중에서도 염흥방 같은 사람은 정도전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여 배상도를 동쪽 교외로 보내 “내가 시중에게 말하여 노여움이 조금 풀렸으니 천천히 기다리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배를 떠나기 전에 술을 마시고 있던 정도전은 젊은 기개로 분연히 일어나 말하였다. “나의 말과 시중의 노여움은 각기 관점이 다르지만, 모두가 나라를 위한 일이다. 지금 왕명이 내려졌는데, 어찌 그대 말로써 귀양을 중지시킬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남기고 정도전은 유배를 떠나면서 쓴 ‘감흥’이라는 시가 있다.

 

 

 

조국의 멸망을 차마 못 본 채 할 수 없어

 

충의의 심장은 찢어지고

 

대궐 문 손수 밀고 들어가

 

임금 앞에서 언성 높여 간했더라오

 

예부터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을 목숨이니

 

구차하게 살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느니

 

 

 

정도전의 비장한 각오가 느껴지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소재동기>란 글을 남겼는데, 그는 유배생활동안 농부들과 서로 어울려 친구처럼 지냈다고 쓰고 있으며, <답전부>라는 글에서는 농부를 ‘숨은 군자’라 부르며 무한한 신뢰감을 가지고 가르침을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하였다.

 

 

 

정도전이 소재동을 떠난 것은 우왕 3년(1377) 7월로, 고향인 영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그의 귀양살이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고 거주지가 조금 편한 곳으로 옮겨졌을 뿐이었으며, 영주에서의 생활도 편한 것은 아니어서 왜구들의 시달림 속에 거처를 단양, 제천, 안동, 원주 등지로 옮겨가며 무려 9년을 귀양처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정도전은 ‘백성의 아픔’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혁명 사상으로 씨알을 굵어가게 만들었다.

 

 

 

정도전은 유배생활을 시작한 지 9년 후에 귀양이 풀렸고, 우왕 9년(1383) 가을에 당시 함경도에서 동북면도지휘사로 있던 이성계를 찾아갔다.

 

 

 

조선왕조의 건국과정을 노래한 『용비어천가』에 보면 이성계를 찾아간 정도전이 질서정연한 군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참 훌륭합니다. 이런 군대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이성계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정도전은 짐짓 ‘혁명’이라는 말을 숨기고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동남방의 근심인 왜적을 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군영 앞에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소나무 위에다 시를 한 수 짓겠습니다. 당시 정도전은 말을 마치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아득한 세월에 한 그루 소나무.

 

몇 만 겹의 청산 속에 자랐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인간을 굽어보며 묵은 자취 남겼네.

 

 

 

정도전은 이 시에서 ‘천명’을 말하고 있다. ‘몇 만 겹의 청산’은 백성을 의미하고, ‘한 그루 소나무’는 그 백성들 가운데 우뚝 솟은 제왕을 뜻한다. 그는 이성계를 ‘한 그루 소나무’로 지칭한 것이다.

 

 

 

당시 이성계는 분명 그 시의 속뜻을 알아차렸음에 틀림이 없다. 위화도 회군 이후 정도전이 이성계의 ‘장자방’이 되어 조선왕조 건국의 기초를 닦는 주역으로 등장한 것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이 없었다면 이성계는 역성혁명에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함경도 함주(함흥)가 혁명의 불씨를 당긴 장소였다면, 전라도 나주에 있는 정도전의 유배지 거평부곡 소재동은 혁명의 불씨를 탄생시킨 장소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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